[칼럼] 어려움 닥치면 함께 물리치는 위대한 공동체, 대한민국

삼일절에 용인시청에서 안전 안내문자를 세 통이나 받았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의 동선과 접촉자, 들렀던 장소의 소독처리를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용인시청 뿐이 아니다. 서울시청, 경기도청, 강남구청, 관악구청, 동작구청, 성남시청, 수원시청 등 다양한 곳으로부터 문자를 받고 있으며 외출할 때 참고하고 있다. 거리나 지하철 등에서 시민들은 검정마스크, 흰마스크로 무장하고 있으며, 공중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일상이 되었다.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며 기침을 하는 새 에티켓도 매우 자연스럽다.  

맞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와 일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건강과 경제 등 우리들의 삶을 어지럽히는 '이 못된 바이러스'를 박멸하기위해 방역 당국과 국민들은 힘을 모아 사투를 벌이고 있다. 1월20일 코로나19 감염증 첫 확진환자가 발견된 이래 한달 가까이 성공적으로 관리하다, 신천지 교인들의 묘연한 행적으로 뜻하지 않게 지역 감염자가 크게 늘어났을 때 방역 당국은 낙담했겠지만 또다시 말도 안되는 작전을 전개했다. 지나치던 개미의 뒷발질에 차여 허망하게 무너져버린 수 만개의 도미노 칩을 다시 세우듯 아무렇지 않게 바닷가 백사장에서 바늘찾기와 같은 지난한 역학조사와 감염 검사를 시작했다.

각본없는 놀라운 장면들이 곳곳서 연출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으로 상징되는 방역 당국자들의 가슴찡한 헌신,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난 대구 경북지역으로 몰려드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자기 희생적 행렬, 수급 불균형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듣는 욕설을 견디며 공적마스크를 분배하는 약사들의 인내, 가슴을 활짝열어 대구의 경증 확진자들을 받아들여 격리 치료에 나선 광주시의 결단, 일간신문의 장난질을 알고난 뒤에 전세기로 날아온 우한 교민들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던 아산과 진천시민, 그리고 밤새 마스크를 만드는 사람들과 쓰고 있는 우리들. 모두 우리 사회의 진정한 영웅들이다.

타인의 시선이란 게 대수롭지 않은 것이기는 하지만, 외국 정부의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한 신비롭고, 대단한 일들을 우리는 해내고 있다. 바이러스 전쟁을 펼치는 와중에 질병본부와 업체가 빠른 진단법을 개발해 적용하고, 5000만 국민을 다 조사해서라도 코로나19를 색출하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적극적 확진자 발굴(확진자 진단 검사 누적 약 5만건), 이도 모자랐는지 바이러스 전파를 원천차단하기 위한 드라이브 스루 검체 채취 아이디어와 실행, 음압설비를 한 컨테이너 선별진료소 개설 등 실로 미치지 않고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을 우리는 지금 수행 중이다. 병의원 감염을 막기위한 전화 처방은 물론 정부 주도의 공적마스크 공급까지 매뉴얼에 갇히지 않는 대응 능력은 다이나믹 코리아가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 일들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전자현미경 사진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전자현미경 사진

무엇보다 선진국 잣대라는 투명성의 관점에서 방역 당국의 태도는 이미 일본이나 미국을 가볍게 넘어섰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방역당국으로부터 바이러스 확진자 숫자가 상세하게 브리핑되고, 이는 감염 확진자들의 동선으로 가공되어 안전 안내문자로 필요한 국민들 손안에 제공되고 있다. 방역 당국의 이처럼 투명한 조치들이야 말로 두려운 가운데서도 코로나19와 전쟁에 나선 국민들이 공포심을 느끼지 않고 당당하게 견뎌내도록 힘을 주고 있다. 이쯤 글을 읽는 독자라면 '국뽕주의자 났다'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 비판을 기꺼이 감당하고 싶다. 

너무나 당연하게 방역 당국이 무오류 완전체라 생각하지 않는다. 권력기관은 물론 사회 감시 역할을 부여받은 언론의 시선에서 보면 인색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 계도라는 또다른 역할을 의도적으로 잊은 언론들은 컬링경기에서 '영미, 영미'를 외쳐대듯 '기승전정부비난'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불안할만한 내용만 찾아내 부추기는 대책없는 비판들에 대해 대부분 동의할 수 없다. 일부 동의한다면 방역 당국이 계속해 긴장감을 갖도록 한 측면 정도다. 언론들은, 특히 일부 언론들은 정은경 본부장은 영웅으로 묘사할지언정 방역당국, 아니 정부의 노력은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 상황이 이 같은데도 흔들림없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이 상황은 대단하다. 우리의 자긍심이 되기에 충분하다.

대한민국 언론의 관점 대신 '코로나19의 시선'으로 대한민국 방역 당국과 마스크로 무장한 국민들을 바라본다면 어떨지 궁금해 진다. 사사건건 방역 당국을 흔들어 대는 비판 여론이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제공함으로써 숙주로 삼기에 최적인줄 알았는데, 가장 못살게 구는 나라였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마지막 한마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숨을 거두며 이 한마디를 남기지 않을지 뇌피셜을 동원해 상상해 본다. "이런 나라, 이런 국민, 세상 어디에도 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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