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 M&A 무풍지대 제약업계에 새바람 일으킬까?

한국콜마가 제약업계 매출순위 역사를 새로 쓰며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2019년 1조5407억여 원의 매출을 올려 제약업계 1위로 우뚝 섰다. 전년(1조3579억 원) 대비 13.5%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30.9% 늘어난 117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적으로 한국콜마가 CJ헬스케어라는 대어를 잡은 결과물이다. M&A의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 같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조4804억 원의 매출을 올려 2위가 됐다. 2018년보다 2.5% 감소됐다.

1960년대 중반부터 약 50여 년 동안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온 옛날 동아제약이 2013년 지배구조 개편으로 동아에스티(ETC전문)와 새로운 동아제약(OTC전문, 동아쏘시오홀딩스 100% 자회사)으로 분리되면서 유한이 1위가 된 이래, 6년 만이다.

유한 측은 그 주요 요인으로 ▲약가인하에 따른 전문의약품 매출액 6.0% 감소(특히, 초대형 품목 비리어드 매출 45.7% 감소)와 ▲종속 자회사인 유한화학(원료의약품 전문)의 실적 부진 등을 들고 있다.

기업체 수익성의 바로미터(barometer)인 영업이익은 125억 원으로, 75.0% 급감했다. 유한은 그 원인을 R&D 비용 및 판매비 증가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영업이익 1173억 원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이러한 제약업계의 지각변동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당분간, 유한양행, 한국콜마, 셀트리온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자존심과 영예가 걸린 제약업계 톱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적인 각축전을 벌일 것 같다.

한국콜마는 새로운 출발을 위해 2세 승계 작업과 그룹 구조개편에 속도전을 펴고 있다. 세대교체에 걸맞은 각 사업 분야의 선택과 집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24일 주요 종속회사인 CJ헬스케어와 또 다른 종속회사인 씨케이엠(CKM)을 합병(흡수형태)하기로 결정했다. 합병 목적은 '지배구조 합리화와 경영효율성 제고 그리고 공정거래법 준수를 위함'이다.

CJ헬스케어는 오는 4월부터 상호를 '에이치케이이노엔(HK Inno N)'으로 바꾼다. 이는 '한국콜마(HK)'와 '이노베이션 뉴(Innovation New)'의 합성어로, 새 상호에는 '새로운 혁신으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한국콜마는 설명하고 있다. CJ헬스케어는 이미 지난해부터 상장 준비에 들어간 바 있다.

이를 보면, 한국콜마는 에이치케이이노엔(CJ헬스케어)을 중심으로 전문의약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일단 쟁취한 제약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내 놓지 않으려고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은 명예와 자존심 회복에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유한양행의 부진한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 대해 '겨울의 끝자락을 지나는 중'이라고 평가하는 증권가의 시각이 있다.

올해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7.6% 상승한 1조6000억 원 내외, 영업이익은 482.5%가 늘어난 73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약가인하의 충격에 면역력과 대응력이 길러진 ETC를 비롯해 OTC 및 생활건강 사업부의 고른 성장이 기대되고, 특히 파트너사인 J&J, 길리어드 및 베링거인겔하임 등에 기술 수출된 신약의 개발단계 진전에 따라 약 650억 원의 기술료가 들어오게 돼 있어, 매출과 이익이 턴어라운드(turnaround)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셀트리온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작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 고지(1조1285억 원)를 밟았지만 그룹 합병이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한국콜마 홈페이지 캡처
한국콜마 홈페이지 캡처

소유주인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은 지난 1월16일(한국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행사 중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셀트리온 그룹 내 제약·바이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셀트리온 그룹이 합병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2019년 셀트리온 그룹 3사의 매출액이 무려 2조4518억 원(셀트리온 1조1285억+셀트리온헬스케어 1조498억 추정+셀트리온제약 1735억)이나 되기 때문이다. 내부 거래분을 제외한다고 해도 일거에 독보적인 제약업계 매출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의 경우, 아직 매출 1조원은 미완이지만 2~4년 이내에 타사를 치고 올라 갈 잠재력과 가능성이 크다. 매출액 성장속도에 눈덩이처럼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19년 매출액은 7016억 원에 불과하지만, 분기별 매출 변화를 보면 예사롭지 않다. 작년 1분기 1254억 원→2분기 781억 원→3분기 1848억 원→4분기 3133억 원이었다.

매년 매출액이 급성장 하고 있다. 2015년 931억 원을 시작으로 2016년 2946억 원(216.4% 성장), 2017년 4598억 원(56.1% 성장), 2018년 5358억 원(16.5% 성장) 그리고 2019년 7016억 원(30.9% 성장)으로 늘어났다.

'삼바'는 올해 4월, 미국(샌프란시스코)에 연구개발(R&D)을 위한 CDO(의약품 위탁개발, 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연구소를 만든다. 2017년부터 CDO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18년 5개, 2019년 42개의 누적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올해 최소 18개의 프로젝트를 추가해 60개 이상의 누적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삼바'는 세계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 회사 중, 최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1공장 3만 리터, 2공장 15만4천 리터, 3공장 18만 리터 등 총 36만4천 리터에 달한다. 따라서 '삼바'의 생산능력은 세계 전체 CMO 생산능력 132만 리터의 27.6%를 점유하고 있다.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26만 리터, 19.7%%)와 독일의 베링거인겔하임(30만 리터, 22.7%)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임상지원을 위한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 사업도 함께 진행하면서, CDO와 임상, 허가, CMO로 이어지는 바이오의약품 개발 단계 전체를 아우르는 '원스톱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보면 머지않아 '삼바'가 제약업계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누가 우리 한국 제약업계의 매출액 순위 헤게모니(hegemony)를 쥘까. 매출액 1위를 차지한 한국콜마의 사례를 계기로 M&A 무풍지대인 제약업계에 새바람이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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