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하나로 만든 프로젝트 벤처...M&A, 증시상장으로 화답

부광약품 유희원 대표.
부광약품 유희원 대표.

“똘똘한 신약 후보물질을 찍어 프로젝트 벤처(Project Focused Company)를 세운다. 임상시험에 속도를 붙이고 계획보다 빨리 데이터를 내놓는다. 인큐베이팅 능력이 더 큰 글로벌 제약회사를 PFC의 짝으로 맞거나 주식시장에 공개한다.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부광약품(대표이사 유희원)의 최근 R&D 행보다. 부광은 24일 또 하나의 자회사인 다이나 세라퓨틱스(Dyna Therapeutics)의 코스닥 상장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부광은 덴마크 소재 자회사인 콘테라 파마(Contera Pharma), OCI와 공동으로 설립할 예정인 조인트벤처 등에 대한 상장 방침을 밝힌 바 있다. 3연타 순차상장 선언인 셈이다.

다이나 세라퓨틱스는 덴마크 솔루랄 파마(Solural Pharma)의 LLT(Lymphatic Targeting Technology) 기술을 2016년 사들이면서 세운 PFC이다. LLT는 섭취한 음식물이 항암제의 약효발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Food Effect)을 최소화하는 제형기술로 전립선암 치료 후보물질인 SOL-804에 적용됐고 빠르면 금년 4분기 글로벌 1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SOL-804는 작년 매출 25억 달러인 얀센의 전립선암치료제 자이티가(Zytiga, 성분명 아비라테론아세테이트)에 LLT를 접목한 개량신약이다. 음식섭취 2시간 후 복용해야 하고 1시간 동안 음식섭취가 금지되는 까다로운 자이티가 복용법에서 언멧니즈(Unmet Needs)를 찾은 프로젝트. LLT 덕분에 의약품 제형개발 전문회사가 된 다이나 세라퓨틱스는 다른 항암제에 이 기술을 접목하는 가능성도 추가로 연구 중이다.

다이나 세라퓨틱스 보다 먼저 상장 구상을 밝혔던 덴마크 콘테라 파마는 2014년 인수한 부광의 100% 자회사이다. 이 회사는 파킨슨병 운동장애 치료 후보물질인 JM-010을 보유하고 있는데 인수 3년 만에 1상 임상을 끝냈을 정도로 개발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 분야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은 Amantadine이 유일하고 미국 시장만 연간 2조원에 이른다. 작년 1월에는 한국 식약처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까지 받았는데 이 역시 언멧니즈가 높은 시장으로 분석된다.

화학·에너지 전문기업인 OCI와 절반씩 투자해 설립할 예정인 합작투자법인 역시 PFC와 비슷한 R&D 실험이다. 부광과 OCI는 이달 중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매년 100억 이상을 공동으로 투입해 신약후보 물질 발굴과 신약개발, 유망벤처 지분투자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해외 학회에 OCI와 함께 참여한 유희원 대표는 최근 진행한 IR 행사에서 세계적 기업인 OCI와 함께 하면서 부광을 보는 글로벌 기업들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스스로 고백할 정도로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PFC 형태 외에도 똘똘한 파이프라인을 부광이 인수해 인하우스(in-house)에서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화이자가 위궤양치료제로 개발하다 3상을 앞두고 포기한 후보물질 MLR-1023을 2013년 9월 원개발사인 멜리어(Melior)로부터 사들인 부광은 이를 당뇨병 치료신약 후보물질로 개발하고 있다. 인슐린 세포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린카이네이즈(Lyn kinase)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하는 새로운 기전으로 부광은 First-in Class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 후보물질은 현재 한국과 미국 61개 사이트에서 400명을 목표로 진행된 글로벌 후기2상을 계획보다 최소 6개월 이상 앞당기며 금년 내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망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벤처투자도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항암치료 후보물질 AK-01(오로카A 키나제 억제제)에 주목해 간접 투자한 캐나다 바이오벤처 오르카파마는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에 약 6000억원에 인수됐다. 이 계약으로 부광은 최대 3800%의 수익(계약금 60억, 마일스톤 330억원)을 거둘 수 있다. 편두통치료 후보물질인 라스미디탄(lasmiditan)을 보유한 콜루시드(CoLucid)도 일라이 릴리가 인수하며 300%의 수익을 거뒀다. 북미와 유럽이 거점인 헬스케어 전문 투자캐피탈 TVM과 113억원(2018년 3월 기준) 규모의 PFC를 꾸려 얻어낸 결과다. 오르카파마, 코루시드 외에 부광은 13건의 공개하지 않은 간접투자 벤처들이 있다.

직접개발과 R&D 네트워킹을 병행하는 부광의 방식은 국내 업계에서 흔히 통용되는 평범한 스타일은 아니다. 연구개발 인력 39명, 연매출 1500억원의 부광이 할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인 셈이다. 깐깐한 투자활동을 통한 수익 창출,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R&D 협업, 부광은 이를 통해 작지만 큰 도전의 맵(Map)을 거미줄처럼 짜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벤처투자와 자회사 상장 등을 통해 만들어낸 투자수익은 부광의 직간접적 R&D 재원으로 선순환되고 있다”며 “규모와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활발한 네트워킹이 요즘 유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효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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