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정부 대책 비판만으로 무엇이 달라지겠나

2020년 2월24일의 한 낮은 봄이건만, 햇볕 한 줌 즐길 여유가 없다. 너나없이 하얀색, 검정색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의 마음이 온통 한겨울 추위보다 더한 코로나19에 묶여있는 까닭이다. 하루가 다르게 초췌해진 모습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생 현황을 매일 브리핑하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과 이를 안쓰러이 여기며 깨끗이 손을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으로 응원을 보냈던 시민들에게 다가오던 봄은 좀더 멀어졌다. 어렵사리 관리되는 듯했던, 이 사태가 신천지교회를 숙주삼아 확산 양상을 띠자 '내가 정은경, 내가 역학조사관, 내가 최일선의 의료인'이라는 심경으로 참았던 우리들 모두는 꽤나 실망스럽다.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신천지교인의 무분별한 행동 못지않게 화를 한껏 돋우는 사람들이 있다. 직업으로보아 일반 시민들보다는 이 사태를 조금 더 알것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전문가라고 할 수는 없는 SNS 인플루언서들이 자기 확신에 차 정부 대책을 무작정 비난하며 '좋아요'를 유도하고 있다.  자신들보다 수십배 더 많이 고민하고 있는 진짜 전문가들에 견줘보면 이들은 눈은 뜨고 있어도 실제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청맹과니나 다름없다. 이들에게도 발언의 자유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유사 전문가들의 전지적 참견이 정부 대책과 이를 믿고 따라줘야 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노이즈를 만들어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뿐이다.

태생적으로 현 정부를 비판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정치인들이나, 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는 특정 언론들의 보도는 차라리 유사 전문가들의 발언보다 낫다. 어쩌다 구독한 두 가지 신문을 끊는 것도 귀찮아 내버려 두었더니, 얼핏 눈에 띄는 매일 1면 톱기사 제목들이 성가시다. 대한민국이야 어찌되든 말든 정부를 흠집 낼 수만 있다면 그만이라는 듯 매우 자극적이다. 아주 신이나 죽겠다는 느낌마저 준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보도 중 상당수는 '뒷북행정'이라고 엄히 꾸짖지만 정당한 지적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책임없는 훈수꾼이거나 제멋대로 노를 젖는 사공들처럼 느껴질 따름이다. 피식 웃고만다. 그래서 이들에게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다같이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는 심경이 되어보자고 기대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왼쪽)의 코로나19 발생 현황 및 대책 브리핑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왼쪽)의 코로나19 발생 현황 및 대책 브리핑

정부의 태도나 대책이 모두 내 마음에, 아니 우리들 마음에 쏙 든다고 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예측 불가능한 사태에 직면한 정부의 입장을 우리가 충분히 이해하고, 그들의 요청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게 현 사태를 안정시키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대체 전염병 관리를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있는 질병관리본부(정부)를 믿지 않는다면 누구를 믿어야 한다는 말인가. 신이 아닌 이상 그들도 잘못 예측하고, 그들의 대책도 빗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감염을 막으려 그들과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종교단체의 은밀하고도 왕성한 활동 때문에 뚫렸다. 이 때 필요한 것이 '저자세로 중국 눈치를 본다'와 같은 손가락질 뿐일까? 아니다. 다시 정부를 믿고 역량을 총 결집시켜 대응하는 것뿐이다. 

시민 대다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불안하고 두려운 마음 부여잡고 다시 제할일을 하며 코로나19의 확산에 맞서고 있다. 이런 까닭에 '밥 한번 먹자'는 개인간 약속은 연기되었고, 오래전 준비했던 단체들의 각종행사도 속속 취소되고 있다. 남녀노소없이 마스크로 무장했으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자발적으로 발길을 끊었다. 옷 소매로 입을 가려 재채기 하는 모습도 일상 에티켓이 됐다. 질병관리본부 종사자는 물론 지자체 방역관계자들, 역학조사관들, 병의원 종사자들, 약국 종사자들 등 대한민국 모든 시민들이 나서 코로나19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지으려 여러 어려움을 참아가며 분투하고 있다.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도 그들 본연의 역할로 이 싸움의 협력자가 되어 함께 이겨내야 한다. 정부의 실책이 없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코로나19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음 철저히 따지고 규명해 또다시 다가올지 모르는 '4차 바이러스와 전쟁의 매뉴얼'로 기록돼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대한민국 시민의 자격이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