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 헬스케어투자가 거쳐 뷰티미용의료기기 업체 부사장으로

김지현 메디콘 부사장.
김지현 메딕콘 부사장.

[hit 초대석] 김지현 메딕콘 부사장

김지현 라이프코어 파트너스 대표가 피부미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메딕콘 부사장이 됐다. 제약바이오, 좀 넓혀보면 헬스케어 업종에서만 애널리스트로, 그리고 투자가로 활동했던 그가 기업현장의 쓴 맛에 빠져보겠다고 마음 먹은 셈이다.

기업인으로 변신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하태기 상상인증권 상무가 떠올랐다. 하 상무가 제약바이오 현역 애널리스트의 조상(?)이라면 김 부사장은 그 바로 뒤에서 뛰었던 1세대 제약바이오 애널리스트였기 때문이다. 1994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2015년 키움증권 이사로 애널리스트 명찰을 뗄 때까지 20년간 그는 제약바이오를 무척이나 사랑했다.

한미약품, 메디톡스, 씨젠... 김 부사장이 유난스럽게 커버(cover)했던 회사들은 보답이라도 하듯 뚜렷한 마일스톤(milestone)을 업계에 남겼다. 남들보다 3배쯤 높은 목표주가를 배짱으로 버틴 김 부사장의 뚝심은 투자 맛을 조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둘 법한 캐릭터다. 메딕콘 부사장실에서 지난 20일 뚝심의 투자가였던 김지현과 마주 앉았다.

-김 부사장님은 제약바이오와 참 인연이 깊어요. 애널리스트로, 투자가로 제약바이오를 봐 온 시간이 25년쯤 되었네요. 유망업종도 아니었을텐데... 어쩌다 시작하게 됐어요?

“쫄병이었잖아요. 1995년부터 봤는데 그땐 제약바이오가 시가총액의 1%도 안됐어요. 메인업종이 아니니까 자연스럽게 신참에게 맡겨졌지요. 지금은 시가총액의 10% 가까이 되니까 참 많이 큰 셈이에요. 헬스케어와 인연을 굳이 찾아보자면 보령 화력발전소 앞바다 ‘빠지’에서 30개월간 했던 군생활부터 일겁니다. 위생병(의무병)이었으니까요. 군에 간 아들도 지금 위생병이에요.”

-목표주가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꽤 있었을 것 같아요. 목표주가를 다른 애널에 비해 공격적으로 높게 잡았잖아요?

“(웃음) 사실 비웃음 받기도 했어요. ‘김지현 목표가가 늘 3배 높다’, ‘밸류에이션이 변태 같다’는 말도 농담처럼 들었으니까요. 그 회사랑 뭐 있느냐는 질책도 있었지요. 하지만 제가 무턱대고 목표가를 높이 잡는 건 아니에요. 높은 목표가에는 저만의 소신이 있어요. 드러난 숫자, 결과에 대한 분석만 하는게 애널의 가치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측이 있어야죠. 그 회사가 가지고 있는 무형의 가치를 찾아내고 평가하는데 저는 남들보다 먼저 집중했어요. 한미약품, 메디톡스, 씨젠... 그렇게 해서 찾아낸 회사들이고요. 분석과 예측으로 소신이 생겼을 때, 강하게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욕도 많이 먹어가며 커버한 회사들이었는데, 어때요? 제 소신이 맞은 거 아닙니까? 목표주가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저는 믿어요.”

-애널리스트로서 ‘예측’, 필요하지만 쉽게 밀어붙이기에는 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예측에 실패할 수도 있잖아요. 

“엔터테인먼트처럼 제약바이오도 예측이 어려워요. 하지만 애널리스트의 존재의미는 다시 말하지만 예측에 있다고 봐요. 분석으로만 부가가치를 낼 수는 없으니까요. 해외 자회사가 재고 밀어내기를 하는 바람에 부도났던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이나 레보비르(간염신약)의 해외임상이 중단된 부광약품이 저에겐 아픈 기억이지요. 그 덕에 한 번 더 리스크를 체크해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드러난 결과로 기업을 분석하고 숨어있는 가치를 찾아내 방향성을 예측해보는 일, 엑셀러레이터로서 역할, 애널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라고 믿습니다.”

-애널을 그만두고 2016년에 라이프코어 파트너스라는 헬스케어 투자업체를 창업했어요. 기술수출로 제약바이오 붐이 한창이었는데, 변신한 이유가 있나요?

“애널리스트로 30년을 살고 63빌딩에서 디너피티(Dinner P.T)를 하겠다고 농반진반으로 말하고 다녔어요. 티켓 사주겠다고 하신 CEO 분들도 많이 계셨고요. 그런데 21년을 하고 딱 그만뒀어요. 물론 아쉽지요. 이제는 여전히 현역인 하태기 상상인증권 상무님의 디너피티를 기대해요.  

투자가가 되어보자고 결정한 건 소신껏 리포트 쓰는 일에 한계를 느껴서였어요. 제약바이오 업종이 조명 받을수록 분석하고 예측하는 애널의 역할이 제도의 틀에 갇힌다는 느낌이었어요. 이럴 바엔 직접 투자를 해보자고 무턱대고 나왔지요. 비상장 발행시장의 50%가 헬스케어인데...자신감도 있었고요.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NRDO 모델인 브릿지바이오와 치과용 의료기기업체 레이 투자로 꽤 괜찮은 성과를 냈어요. 미래 씨앗들도 여럿되고요.”

-메딕콘 이야기를 해볼게요. 밖에서 지켜보기만 하기가 지겨웠나요? 직접 기업 안에서 뛰어보겠다고 결심한 이유가요. (웃음)

“해설만 하다 직접 필드로 나온 느낌이에요. 애널과 투자가로서 쌓은 그 동안의 경험을 기업 안에서 펼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메딕콘은 개인용 뷰티미용의료기기를 개발하는 기술력을 갖춘 회사이고 저도 엔젤투자로 약간의 지분이 있어요. 화장품 업종을 생각해보면 한투 애널리스트로 화장품 업종을 보던 때와 지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어요. 화장품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으니까요. 한류를 노리고 화장품에 여러 업체들이 진출하지만, 저는 고유 기술력으로 진입장벽이 있는 시장에 들어가야 더 큰 비전이 있다고 봐요. 메딕콘이 하는 뷰티미용 의료기기는 기술력을 통해 진입장벽을 일정하게 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COO(기업최고운영자)를 회사에서 맡았고 영업에서 생산까지 모든 영역에 두루 관심을 가지고 도전해 볼 생각이에요. 물론 중기 목표로 메딕콘을 상장시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어요."

-마지막 질문을 드릴게요. 제약바이오를 대하는 투자시장의 시각이 다소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버블이 꺼진다는 식의 비관론까진 아니지만, 시장이 냉정해지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실적이 없는 벤처기업의 시총이 1조를 넘나드니 버블 논란은 어쩌면 당연한 거에요. 퍼포먼스가 없는 신약개발 벤처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각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지금 제약바이오를 두고 말하는 버블이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그 동안 우리 업계가 신약개발 역량을 이만큼이라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주식시장을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니까요. IT 업계의 네이버처럼, 제약바이오 업계에 스타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시장의 버블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현상일 수 있어요. 버블은 그대로 두면 버블이지만, 우리 업계의 잠재력이 버블을 그대로 둘거라 생각하진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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