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황세은 바이오젠코리아 대표

황세은 바이오젠코리아 대표

“(희귀질환 영역에 몸 담으며)제가 하고 있는 일이 한 사람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제약산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꼈죠.”

황세은 바이오젠코리아 대표는 한독약품에서 솔리리스 마케팅과 알렉시온(희귀의약품 전문제약사)에서 마케팅 총괄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후 바이오젠코리아에서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의 급여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황 대표에게 인터뷰 마지막 질문으로 특별히 희귀질환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있는지 묻자, 그는 "환자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줘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향후 바이오젠코리아 계획부터 스핀라자의 경쟁 약물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듣기 위해 다국적제약 출입 기자모임은 황세은 바이오젠코리아 대표를 만났다.

-국내에 도입된 바이오젠 약물은 스핀라자 밖에 없잖아요. 바이오젠은 어떤 회사인가요?

“바이오젠의 미션은 ‘신경과학분야의 선구자가 되는 것’ 입니다. 특히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분야와 여전히 더 효과적인 치료제가 필요한 분야에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지금까지 희귀질환, 다발성 경화증, 루게릭병, 파킨슨병 등 폭넓은 신경과학분야의 치료제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스핀라자 외에 바이오젠이 이거다하고 내놓을 만한 약제가 있나요?

“아직 정확하게 어떤 약제가 국내에 도입될지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 희귀질환 영역은 워낙 치료제 개발이 어렵고, 임상 결과에 대한 예측도 어렵습니다. 현재 바이오젠 파이프라인은 20여개 입니다. 국내 도입 가능한 신약이 개발되면, 국내 환자들이 최대한 빠르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스핀라자가 급여에 등재되기 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잖아요. 

“모든 것이 불확실했어요. 이전까지 마케팅 경험은 있지만, 급여 과정을 직접 겪어 본 적은 없었거든요. 바이오젠에 입사하자 마자 급여를 추진해야 했으니. 모든 게 쉽지 않았죠.”

-정부 협상 외에도 글로벌 본사와 조율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본사가 국내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었어요. 업계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본사 차원의 지원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약가 협상은 회사 간 긴밀한 협의가 중요한데, 이 과정에서 본사의 지원이 있어 급여 등재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핀라자 협상 과정에서 A7 최저가라는 점이 강조됐잖아요. A7 국가들이 모두 비밀약가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최저가임을 어떻게 알 수 있었나요?

“A7 최저가를 정확히 알긴 힘들어요. 다만 스핀라자는 경제성평가 면제제도 대상이었기 때문에, A7 국가 조정가의 최저 수준으로 등재 약가를 제출해야 했어요. 이 조건에 부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스핀라자는 작년에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매출 규모로 환자 수를 산정해 봤을 때, 환자들이 대부분 치료 혜택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나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매달 발표하는 스핀라자 심의 결과를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환자 110명이 투여 승인을 받았어요. 중복 환자를 고려하면 약 100명 정도로 추정되는데요, 여전히 급여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 하는 환자도 있어요. 아예 진단조차 받지 못 한 환자도 있을 것입니다.”

-100여명 정도면 충분히 치료 혜택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국내에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확답을 드리긴 어렵네요.”

-노바티스의 졸겐즈마 등 경쟁 제품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잖아요. 대비 하고 있나요?

“스핀라자 뿐만 아니라 치료제 대부분이 경쟁 제품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희 치료제만의 특장점을 알려 최적의 치료 선택지로 안착시켜야 겠죠.”

-경쟁제품이 출시되기 전 스핀라자 처방을 확대하기 위해선 조기진단이 관건일 것 같아요.

“진료 현장에서 조기 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아요. 특히 척수성 근위축증은 퇴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중요해요. 조기 진단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한독에서도 솔리리스(요독증후군 치료제) 마케팅 경험이 있으시고, 현재 스핀라자를 담당하고 계시잖아요. 희귀질환 치료제와 연이 깊으신 것 같아요.

“제약업계에 들어온 지도 20년이 넘었네요. 한독에서 근무하기 전에는 주로 1차 치료(Primary care) 분야를 맡았어요. 당시에도 제가 맡은 약물에 대한 자부심이 컸죠. 이후 한독에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희귀질환 치료제를 맡았는데요. 1차 치료 분야와는 느낌이 좀 달랐어요.

단순히 시장 성과 뿐만 아니라, 환자와 좀 더 밀착된 느낌이 들었거든요. 저희 치료제를 통해 환자 개개인의 삶이 변화되는 걸 지켜보며 많은 걸 느끼게 됐죠. 실제로 치료를 받은 이후 환자의 일상이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종종 듣게 됐는데요. 그 과정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산업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어요. 제약산업계에 몸담고 있다는 것 자체에 보람을 느끼죠.”

-국내에선 스핀라자가 도입되면서, 바이오젠이 알려졌잖아요. 향후 한국 진출 목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단기적인 목표는 척수성 근위축증 환자들이 조기에 진단을 받아 보다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죠. 이를 위해 의료진에게 스핀라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기회를 더욱 많이 마련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 한국 환자들이 최대한 임상에 참여할 기회를 늘려 치료 접근성을 넒히고자 합니다. 이미 바이오젠은 임상 3상에 한국 환자를 다수 포함시켜 왔습니다.”

*황세은 대표는 누구?

전, 한국애보트 마케팅 이사

전, 한독약품 프랜차이즈 상무(희귀의약품 전문제약사 알렉시온 마케팅 총괄)

현, 바이오젠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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