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 신화' 안에 가둘 수 없는 '강신호 회장'
'박카스 신화' 안에 가둘 수 없는 '강신호 회장'
  • 조광연
  • 승인 2020.02.1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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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제1회 대한민국 약업대상으로 본 삶의 궤적

어떤 인물의 과거 성공적 인생이나 행적을 극적으로 드러내려 상징적 문구를 동원하다 보면 종종 그 인물의 일면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오류가 나타난다.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대표 주자인 동아제약을 34년동안 경영했던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을 예로 들 수 있다. 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대개 '박카스 신화'다. 코뿔소라고 불리는데 이유가 있듯 '박카스 신화'로 상징되는 이유 역시 분명하다. 그가  탄생시키고 키운 박카스라는 존재가 대단하니, 박카스는 강 회장의 뿔이다. 그렇다해서 '박카스 신화' 안에 그를 가둬 두기엔 족적이 크고 깊다.

최근 그는 '제1회 대한민국 약업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금 30냥과 함께 상을 받는다. 대한약사회장·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 등 약업계 3대 단체장 공동 명의의 이 상이 특별한 것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본 사람들의 헌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1977년 제약업계 최초로 기업부설 연구소 설립 ▷1980년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공장 설립과 1985년 국내 최초 KGMP 적격업체 지정 등을 예로들며 "우수한 효능의 의약품을 생산해 국민보건 향상과 국내 의약·생명공학 분야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강 회장을 치하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1967년부터 2013년까지 47년간 동아제약을 제약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켰고, 기러기 무리의 선두처럼 제약산업을 이끌었다. 첫번째 타이틀의 연구소와 KGMP는 산업 전체에 R&D의 중요성과 의약품 품질 향상의 시발점이 됐다. 동아제약이 하면 경쟁제약사들이 의문을 품지않고 따랐다. 동아제약을 믿었고, 강신호의 판단을 믿은 탓이다.

강 회장은 박카스 신화로도 설명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신약개발 연구개발(R&D)의 선구자로 불려 마땅하다. 서울대 의대와 대학원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소위 의사 기업가다. 그래서인지 생명존중 기반의 사고를 많이한다. 그는 2006년 천안공장에 "병과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동아제약은 잊지 않는다"는 내용의 친필 액자를, 같은 해 연구센터에는 "우리 회사의 사회공헌은 신약개발이다"라는 친필 액자를 걸었다. 기업의 정체성이 최고 경영자의 지향점을 향하니 동아쏘시오그룹의 정체성도 이 친필액자에 고스란히 드러난다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를 살리기 위한 신약개발은 성과를 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자체기술로 개발한 천연물의약품 '스티렌'으로 2011년 881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산업계의 연구의욕을 자극했다. 세계 4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는 발매 첫해 매출 100억 원을 돌파해 클래스 내 신약개발이 가능하다는 새 지평을 열었다. 이어서 기능성소화불량치료제 천연물의약품 모티리톤, 슈퍼항생제 시벡스트로, 당뇨병치료제 슈가논 등으로 국내서 가장 많은 신약을 보유하는 곳이 동아였고, 지금도 선두권이다. 동아쏘시오그룹 산하 바이오텍연구소, 혁신신약연구소, 동아치매센터는 다수의 신약 후보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배노을 B&P Korea 대표가 최근 동아제약 천안공장을 방문한 뒤 벽에 걸린 강신호 명예회장의 액자를 촬영해 그의 SNS계정에 올린 사진.
배노을 B&P Korea 대표가 최근 동아제약 천안공장을 방문한 뒤 벽에 걸린 강신호 명예회장의 액자를 촬영해 그의 SNS계정에 올린 사진.

젊은이들이 국토대장정을 하는 모습은 늘 감동적인데 여기에도 강 회장의 계획이 있었다. 정부가 1997년 11월 21일 국제 통화기금(IMF)에 돈을 빌려달라 요청함으로써 국민들의 자긍심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덩달아 모든 희망이 곁에서 떠난 듯했을 때 그가 나섰다.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려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1998년 시작했으니 올해 23회를 맞게되는데, 젊은이들의 국토대장정 소식이 들려오면 본격적인 여름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의 적지 않은 세월을 지켜본 나는 강 회장을, 18일 밤새 내린 눈으로 뒤 덮인 새벽 승용차에서 주변부의 쌓인 눈을 녹여내며 깜빡깜빡 빛을 내는 블랙박스의 불빛으로 93세 그의 삶을 기억한다. 아무것도 없고 캄캄했던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선두에 서서 달리며 동료들에게 함께 가자고 이끌었던 그의 역할이 블랙박스의 불빛과 다르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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