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check] 업계 관계자가 본‘인공지능 신약개발’

국내 신약개발 종사자들은 아직까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개발에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활용엔 공감하지만, 실질적으로 인공지능이 신약개발에 활용 되는지는 아직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에는 신약개발 데이터 자체가 부족해 인공지능(AI)을 학습시킬 데이터도 부족한 게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

보건의료데이터를 연구하는 국내 A 교수는 히트뉴스에 "국내 제약사는 신약개발 데이터 자체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국내 데이터를 학습시킨 신약개발 인공지능)은 바이오마커를 직접 찾는 작업보다 신약개발 바이오마커를 스크리닝 해 주는 정도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 놓았다.

항체 의약품 개발 바이오벤처 대표 역시 "저분자화합물의 경우 데이터 축적이 어느 정도 돼 있지만, 항체 의약품은 국내는 물론이고 아직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신약개발에 인공지능을 활용데 큰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 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제약사를 중심으로 지난 2~3년 간 자신들이 보유한 방대한 신약개발 데이터를 신약개발 전 주기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활발하다. 글로벌 제약사는 자신들의 신약개발 데이터를 제공, 인공지능 기술로 신약개발 주기를 앞당길 수 있고, AI 신약개발 기업은 방대한 신약개발 데이터를 학습시킨 똑똑한 인공지능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한발 더 나아가 글로벌 제약사는 최근 데이터 과학자를 내부 인원으로 고용해 IT 기술을 신약개발 전반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노바티스는 올해 JP모건 컨퍼런스에서 데이터 과학자 150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은 단순한 업무협약(MOU)을 맺는 정도에 그쳐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구체적인 활동을 제시하지 못 한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국내 디지털헬스케어 전문가는 "국내 제약사와 AI 신약개발 기업이 MOU를 맺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만, 정작 어떤 형태의 협업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활동은 드러난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웅제약은 5년여전부터 헬스케어 인공지능 조직을 신설해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만드는데 주력했다.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항암제 처방 기술과 신약개발 및 신약 재창출 기술을 꾸준히 연구했다. 대웅제약은 또 네이버와 손잡고 인공지능 신약개발을 위한 조인트벤처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다.

그러나 대웅제약에서 인공지능 신약개발 연구의 핵심인물이 자리를 옮기면서, 대웅제약의 인공지능 신약개발 활동은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 하고 있다.

이 밖에 다른 국내 제약사 역시 AI 기업과 MOU 소식을 발표하긴 했으나, 실질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개발 주기를 앞당긴 성과를 발표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A 교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공지능 신약개발 성과물이 아직 없다"며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성과물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윤을 창출하는 AI 신약개발 기업이 나오기 전까지 업계 관계자들의 유보적 입장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 신약개발이 필요하긴 하지만 과연 정부가 집중적으로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자해서 육성해야 할 분야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 신약개발에 예산이 배분되면서 중개의학 연구 분야 예산은 현격하게 줄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신약개발 주기를 앞당겼을 경우 특허권을 누가 소지할 지도 모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약개발 연구자는 "현재 인공지능 신약개발의 경우 제약사 혹은 국책연구 기관의 데이터를 활용해 신약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을 취하는 것이 대다수"라며 "인공지능 신약개발 성과물에 대한 특허의 주체가 AI 기업일지, 제약사일지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인공지능 신약개발플랫폼 구축사업에 지난해 50억원에서 10% 증액된 55억원을 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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