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포괄주의 공시 가이드라인

금융위원회가 9일 코스닥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에 특화된 포괄주의 공시 가이드라인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한 것은 바람직하다. 의무공시 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도 중요 정보인 경우 공시하도록 하는 포괄조항을 2016년 5월 도입한 이래 나온 진일보한 조치다. 특히 금융위 스스로도 밝힌 것처럼 '전문적이고 복잡다기한 경영사항'을 포괄주의 공시의 틀 안에 충분히 반영하려면 제약·바이오 업종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은 필수적이다.

투자자에 대한 정보 제공의 양을 확대하려는 포괄주의 공시체계는 '중요' 경영사항임을 판단하는 명확한 해석기준이 뒷받침되어야만 질적으로도 담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12년에서 15년까지 10억 달러를 투입해도 성공을 확정짓기 어려운 Long term-High risk 비즈니스의 특성을 감안하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오도된 인식을 바로잡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진작부터 부지런히 가르마를 탔어야 했다.

임상시험을 예로들면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식약처나 FDA 등 규제기관에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제출한 순간부터 승인, 보류, 변경, 중지, 중도포기, 종료, 시험결과 확인 및 발표 등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 하나 하나까지 공시하도록 했다. 품목허가 경우도 규제기관 제출에서부터 최종 승인까지 일어날 수 있는 세밀한 마일스톤(milestone)을 공개해야 한다. 2015년 한미약품 성과 이후 매년 이어지는 기술수출도 눈 앞의 과실인 선취 계약금 중심의 기술을 요구했고, 성공했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시킨 총액 개념을 앞세우지 못하도록 했다. 1상 임상시험 승인으로 흔히 표현되던 문구 역시 1상 임상시험 '계획' 승인으로 코치할 정도로 폭넓지만 정확한 정보 제공에 초점을 뒀다.

제약·바이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한 이번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공시 대상인지를 판단하고 협의해 줄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금융위가 가이드라인에서 거래소와 사전협의를 명시한 만큼 반드시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다. "거래소 직원들을 이해시키는게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가이드라인이 무슨 소용인가. 협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 공시여부에 대해서는 기업의 의도성이 없는 한 그 책임을 거래소에 두는 것이 행정력의 권위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둘째, 포괄주의를 통해 공개정보의 양과 질적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칫 경영상 비밀에 해당하는 사항까지 공시의 대상으로 압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기업비밀의 범위를 스스로 과장해 정보공개를 회피하는 사례도 없지 않지만, 거래소와 협의 테이블에 앉아본 공시 담당자들 중 상당수가 소통의 부재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는 산업에 대한 이해도 측면과 맞닿아 있다.

셋째, 제약·바이오 기업 내 공시업무 담당자의 전문성은 과연 담보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공시업무와 관련해 전문조직을 갖춘 제약·바이오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하다. 코스닥을 포함한 상당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총무나 인사, 홍보 등 업무와 병행해서 공시업무를 맡는다. 금융위가 가이드라인 설정의 목적 중 하나로 '공시업무 지원'을 꼽은 만큼 이들에 대한 교육기회 확대 등을 개별기업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바이오 붐 초창기와 비교하면 현재 유통되는 정보의 수준과 이를 접하는 투자자들의 수용태도는 상당수준 향상되었다. 산업에 특화된 공시 가이드라인이 실효성을 갖추려면 꼼꼼하고 세심한 후속조치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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