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 방향이 옳은 길이라는 믿음으로 나가자"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수상 후 밝힌 소감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는 봉 감독의 발언은 타인의 시선에 맞춰 매 순간 흔들려 존재의 가치를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들에게 많은 영감과 함께 용기를 준다. 봉 감독의 이 한마디는 내게 일동제약 윤웅섭 대표의 말을 되 짚어보게 한다.

윤 대표는 1월 6일 일동제약 '2020 전문의약품 그랜드 미팅'에서 450여 명의 임직원들에게 봉 감독의 소감과 유사한 결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우리가 설정한 방향이 옳은 길이라는 믿음으로 각자 맡은 역할을 다하면 우리들의 비전은 현실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의 이 말이 임직원 앞에 선 기업 대표들의 일상적 레토릭과 다른 점은 국내 제약산업 분위기와 견줘보면 쉽게 이해된다. 기업들이 경쟁사의 성공을 부러워한 나머지 벤치마킹에만 열중한 끝에 핵심역량을 잃고, 다른 곳들과도 초록동색이 돼 특성없는 업계가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혁신적 성과 창출을 통한 재도약'이라는 경영지표를 내세운 '창업 79년의 일동제약 방향성'은 연구개발(R&D)분야서 돋보인다. 젠틀한 기업문화가 장점이지만, 이로인해 덜 도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아온 일동제약 R&D의 두 갈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한 신약후보 물질의 발굴과 개발 전문회사(NRDO) 아이디언스의 설립이다. 이와 함께 생태계 내 벤처기업들과 협업으로 신약개발 을 활발히 추진 중인데, 엠디뮨 바이오 드론(Bio Drone) 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항암제 공동 연구개발 협약 체결은 그 중 하나다. 윤 대표는 선택과 집중으로 길을 찾고, 이를 옳다고 믿으며 과단성있게 실행하고 있다.

창업 3세로 글로벌진출을 꿈꾸고 있는 윤 대표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글로벌위원장 직도 맡고 있는데, 최근 흥미로운 결정을 했다. 자사 직원을 일주일에 나흘 협회 파견근무를 시키기로 한 것이다. 이타적 선택이자, 스스로를 위한 선택이다. 임금을 지급하면서까지 이렇게 하는 이유는 협회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그 직원이 협회에서 정부기관이나 해외기관 등과 접촉면을 늘려 견문을 넓히면 일동의 글로벌 비즈니스에도 보탬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협회와 회원사간 직원 파견문제는 오래전부터 일본 사례와 함께 이야기돼 왔으나, 실행에 옮기는 기업이 없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옳은 길이라는 믿음'을 가질 수는 있으나 실행하기 쉽지않다. R&D 경영을 통해 개량신약이든, 신약이든, 신제품을 개발해 내지 않으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명제를 모르는 곳은 없지만, 대다수 기업들은 좀더 여유가 생기면 하자며 지금껏 미뤄왔다. 내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글로벌 진출이 제시돼 왔지만 이에 도전해 멈추지 않고 실천한 기업들은 많지 않다. 원인이야 수도 없겠지만 근원적으로는 자신들이 보유한 핵심역량은 잊은 채 경쟁자들에게서 생존법을 모색하려 한 때문은 아닐까?

봉준호 감독이 전해준 수상소감이 길어올린 윤웅섭 대표의 올바른 방향과 길을 생각하며 평소 좋아하는 말을 꺼내본다.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올바른 방향과 길을 찾으려는 추동력은 자신의 순수한 욕구를 자각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으로 부터 나온다고 생각된다.(프리드리히 니체)" 이 말에 비춰보면 봉 감독의 영화나, 윤 대표의 신약은 그들의 순수한 욕구를 자각하는 일에서부터 출발한 셈이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