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불순물 관리, 여론의식 지나치면 괴담만 양산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는 지난 6일 '의약품 등 제조·수입자 민원설명회'를 열어 '원료의약품 NDMA 등 업계 자체 평가·시험 관련 불순물 관리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식약처 의약품관리과는 작년 12월 민원설명회를 열고 '원료의약품 NDMA 등 업계 자체 평가·시험 관련 불순물 관리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추정물질(2A)로 지정한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고혈압치료제 성분인 발사르탄에서 검출되면서 일어난 불순물 소동이 계속되고 있다. 소동은 위궤양치료제인 라니티딘, 니자티딘에 이어 당뇨병치료제 메트포르민으로까지 옮겨 붙었다. 다행히 미국 FDA가 메트포르민 10개 품목에 대한 샘플조사를 통해 “문제없다”고 결론 내면서 일단 안도했지만 우리 식약처의 900여개 원료 전수조사가 남아있어 과도한 회수·폐기 조치를 경험한 산업계가 경계를 늦추기는 어렵다.

의약품 불순물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식약처의 일관된 태도는 전수조사와 발빠른 회수·폐기로 정리된다. 이 과정에서 나온 종합대책 역시 모든 원료의약품에 대한 불순물 발생 가능성 평가와 시험결과를 1년 6개월 만에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제조공정 측면에서 명확한 관리기준 조차 없었던 NDMA는 품질관리 소홀의 문제가 아니라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롭게 발견된 진보적 해결과제라는 관점에서 산업계와 함께 개선책을 찾는데 집중해야 했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과학적 기준에 근거한 우선순위 없이 전수조사라는 일방 카드만을 꺼냈다. 900여개 원료(완제의약품 640품목) 전수조사에 힘쓰는 사이 FDA는 10품목 샘플조사로 메트포르민 문제를 정리했다.

의약품 행정의 방향성은 여론이 아니라 과학을 기준으로 설정되어야 한다. 전수조사 같은 대증요법은 여론의 비난은 잠재울 수 있지만 과학행정의 신뢰는 쌓을 수 없다. 식약처가 900여 원료 조사로 시간을 끄는 동안 산업계에 퍼질 메트포르민 괴담, 인포데믹스(infodemics, 정보전염병)가 우려된다. 여론이 과학적 기준에서 벗어날 때 식약처의 진가가 빛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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