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독제 만들어 팔면 불법인데..." 버젓이 판매하는 약국도
"손소독제 만들어 팔면 불법인데..." 버젓이 판매하는 약국도
  • 강승지
  • 승인 2020.02.04 0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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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환자에게 '자가 제조 방법'만 안내해야...에탄올 · 글리세린, 알콜솜 마저 품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관련 제품이 연일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제조업체가 머리를 맞대 수급관리에 나섰지만 약국들은 "여전히 제품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상황.

손 소독제 수급난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약국은 소비자에게 직접 만들어 사용하도록 권하기 시작했다. 대한약사회도 3일 전국 약국에 손 소독제 자가 제조방법을 국민들에게 알리라고 권했다.

다만, 약국이 손 소독제를 만들어 판매하면 '위법'. 의약외품인 만큼 제조 후 판매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외품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약국은 자가 제조방법을 알리기만 해야 한다.

3일 약국가에 따르면 손 소독제를 만드는 방법과 관련 문의가 빗발쳤다. 손 소독제 제조 방법은 통상 소독용 에탄올과 정제수, 글리세린을 약 8:1:1 비율로 섞으면 된다. 통상 에탄올이 70%, 정제수와 글리세린(보습용) 등이 포함된다. 품절이 길어지니 약국도 직접 만들기를 권하고 재료가 될 것들을 판매하고 나섰다. 이것도 없어서 못 팔 지경.

약사회 비상대응팀도 3일 손 소독제 대용품으로 '미산성 차아염소산수(HOCL, 소아흡입 주의)'를 사용할 수 있고, 소독용 에탄올과 글리세린을 혼합해 자가 제조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제조방법 설명은 일선 약국에 맡겼다.

소비자가 손 소독제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약국은 재료와 제조법을 안내하고 있다. 재료를 판매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사진정보=독자 제공)
소비자가 손 소독제를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약국은 재료와 제조법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재료를 약국이 판매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진정보=독자 제공)

경기지역의 A 약사는 "DIY휴대용 손 소독제라고 해 에탄올과 글리세린, 일회용 시럽병을 묶어 판매하고 있다"며 "60ml 시럽병에 글리세린 5ml를 넣은 후 소독용 에탄올로 가득 채워 흔들어 사용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현재 '재료'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A 약사의 설명. 소비자들이 "만들어 써야겠다"며 이것이라도 사갔기 때문.

A 약사는 "설 전날 에탄올, 글리세린, 정제수 모두 주문해놨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주일만에 거의 동이나 20개 정도 남았다"며 "마스크도 주문 안된다. 다음 주가 되어야 물량공급이 안정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했다.

경기지역 B 약사도 "오는 5일 저녁이 되어야 손 소독제가 조금 약국에 온다. 그때까지 정제수, 알코올, 글리세린 등 3가지를 섞어 분무기에 넣어 만들도록 안내해야 하는데 이것도 품절"이라며 "이처럼 손 소독제 대체품이 없진 않다. 그런데 치아염소산 계통 물티슈, 알콜 솜까지 구하기 힘든 지경이 된 것"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일부 약국이 손 소독제를 만들어 판매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업체에서 만든 듯 제품 표지도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서울의 한 약사는 "품귀 현상이 심해지자 일부 약국은 일회용기를 사서 에탄올과 글리세린, 정제수를 섞어 손 소독제를 만든다. 라벨(표지)까지 붙여서 팔고 있다. 특정 약국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암암리에 이같이 판매되고 있다"고 했다.

손 소독제는 식약처 심사를 통해 허가받는 '의약외품'이다. 의약외품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에 따라 업체로 등록하고 품목을 허가받아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약국이 만들어 판매한다면 엄연히 규정 위반을 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정도의 안내만 필요하다"며 "수급난으로 인해 지금 만들어 쓰는 상황이지만 시판 중인 제품 구입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빨간 약으로 불렸던 '포비돈 요오드 스프레이'를 손 소독용으로 권한다는 약국도 있었다. 해당 품목을 판매하는 광동제약의 안내 때문이다.

경기지역 C 약사는 "손 소독제는 물론 에탄올과 글리세린도 없다. 그래서 광동제약이 판매하는 베타딘 스프레이를 손 소독용으로 권하고 있다"며 "피부가 약한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품목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외과의사는 수술 전 손·팔 등 피부를 포비돈 요오드로 소독한다. 강력한 산화력이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살균효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요오드 용액인 '베타딘스프레이'를 손 소독제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부산지역 D 약사도 "알코올의 소독력만큼 요오드는 살균력이 광범위하다. 다만, 손에 쓰기에는 너무 비싸다. 함량과 제형에 맞게 골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A 약사는 "제약사 판촉보다 약국들이 알코올 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효과가 있을 성분을 찾고 있다.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이라고 했다.

한편, 약국가는 이번 주를 마스크와 손 소독제 수급에 있어 '중대한 기점,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과 공급 재개시 필요로 원하는 국민들에게 제공될 수 있을지 여부가 정해진다는 의미에서다. 제조업체에 따르면 이번 주가 마스크와 손 소독제 '공급가'의 상향 시점이고 몇 주 지나면 가격은 변동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손 소독제를 만드는 업체 관계자는 "생산은 계속 하고 있지만 주문 물량 맞추기 너무 힘들다. 미리 준비했던 게 아니"라며 "지금으로선 원료와 원부자재 가격 모두 올라 완제 가격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감염병 확산만 지나면 업체 간 과당경쟁이 우려되며 향후 수요를 어떻게 예측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의 E 약사도 "중국 도매상이 현금을 들고 우리나라 공장에 와 마스크나 손 소독제 모두 대량으로 사가는 형국이다. 그만큼 중국에 가는 물량이 많다"며 "정부의 대응과 업체의 수급양 조절로 품절이 풀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몇 일 지나면 관련 제품 가격이 어떻게 산정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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