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차원 첫 결산…3대 분야 10대 성과 제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지난해 최대 입법 성과는 첨단재생바이오법, 첨단의료기기법, 시체해부법, 생명윤리법, 암관리법 등으로 집계됐다.

김대회·정다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입법조사관은 28일 낮 12시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위 입법·정책 결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입법 성과를 발표했다. 

보건복지위가 제시한 3대 분야 10대 입법 성과는 재윤이법으로 불리는 환자안전법 개정안과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비롯한 10건의 개정안과 첨단재생바이오법 등 3건의 제정안이다.

재윤이법=2017년 말 대학병원에서 수면진정제를 투여한 후 골수 검사를 받다가 사망한 故 김재윤 군의 이름을 딴 환자안전법 개정안은 이달 9일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 절차를 완료했다. 

기존법은 의료진 설명과 다른 수술, 진료기록과 다른 종류·용량의 의약품 사용 등 중대한 환자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인·환자가 자율적으로 보고하게 해 실태 파악·예방 대책 마련에 다소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내년 초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은 이런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해당 의료기관장이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하는 의무를 부과한다.

입법조사관은 "연간 25만건으로 추정되는 환자 안전사고에 대한 더욱 많은 정보 수집·분석을 통해 실효성 있는 예방·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세원법=2018년 12월 31일, 자신이 진료하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故 임세원 교수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열악한 진료환경 개선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복지위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특히, 故 임세원 교수 사건에 대해 2019년 1월 보건복지부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두 달만인 3월 28일 의원 9명이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을 종합한 대안을 전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은 응급실과 기타 의료기관 내 폭행으로 의료종사자를 상해·중상해·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며, 보안장비·청원경찰 등 보안 인력을 배치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도 개정된 법률을 토대로 2022년까지 의료기관 내 범죄발생률을 6% 이내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조현병 범죄 방지법=2018년 10월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 2019년 4월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등이 이른바 '조현병 범죄'로 부각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 치료·관리 필요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됐다. 기존법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입·퇴소 사실을 관할 정신건강복지센터·보건소에 알리려면 정신질환자 본인 또는 보호 의무자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통보 동의율은 10% 수준에 불과해 입·퇴소 이후 지속적 치료·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복지위는 2019년 3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해, 자·타해 경험이 있고 치료 중단 시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는 퇴원·퇴소 시 정신의료기관장이 위원회 심사를 거쳐 당사자 동의 없이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존법의 '외래치료명령제도'를 개선해 명칭을 '외래치료지원제도'로 하면서 외래치료 비용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해 환자 부담을 경감했고, 기관·시설 입소경력자뿐 아니라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정신질환자까지 외래치료 대상을 확대했다. 외래치료명령제도는 정신병 증상으로 자·타해 경력이 있는 입원환자에게 지자체장이 퇴원 명령을 하면서 퇴원 조건으로 1년 범위에서 외래치료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입법조사관은 "2019년 4월 국회 본회의 통과와 정부 공포를 거쳐 10월부터 시행된 개정법을 기반으로, 복지부는 2020년 예산에 외래치료지원예산 13억5100만원을 확보했다"며 "이를 통해 약 8000명의 저소득층(중위소득 60% 이하) 정신질환자가 치료비 지원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첨단재생바이오법=희귀 난치·만성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치료 가능성을 열어주는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분야를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기 위한 법이다. 현행 의료법과 약사법은 재생의료 분야 치료기술·첨단바이오의약품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재생의료에 대한 환자 수요 충족, 의약품 개발·안전관리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위는 2019년 3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의결했다. 8월 본회의를 통과해 올해 3분기 시행을 앞둔 이 제정법은 국가 책임의 안전관리 체계 하에서 연구 목적으로 첨단재생의료 치료를 할 수 있는 임상연구 제도를 도입하고, 첨단바이오의약품 연구·제조를 위한 인체세포 관리업종을 신설하면서 제조품질관리기준·장기추적조사 실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 전주기에 걸친 안전관리체계와 허가·심사 체계를 마련했다. 

시체해부법·생명윤리법=지난 달 보건복지위에서 의결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시체 해부·보존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복지부 장관 허가를 받은 의대나 종합병원이 수집한 시체 일부를 외부 연구기관에 연구 목적으로 제공할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개정안이 법사위·본회의를 거쳐 확정되면, 치매 등 다양한 질병 기전·진단·치료와 의학·의생명공학적 연구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2019년 3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의료기관이 인체유래물은행에 잔여검체를 제공할 경우 피채취자의 서면동의 절차를 면제하게 하는 등 잔여검체 제공 요건을 완화했다. 치료·진단을 목적으로 사용한 뒤 남은 다량의 잔여검체가 피채취자 미동의를 사유로 폐기돼 기술 개발 등에 활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개정안은 4월 본회의를 통과해 작년 10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입법조사관은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인체유래물은행이 수집할 수 있는 검체 수가 늘어나면서 검체 수급이 원활해진 국내 체외진단기기업체의 연구 활성화·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법 개정을 통해 확보 가능한 혈액검체는 약 15만~30만 리터로 추정되는데, 이는 국내 약 80여개 체외진단기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연간 약 2만~4만 리터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암관리법=보건복지위에서 2019년 12월에 의결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은 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암 관련 데이터를 수집·처리·분석하는 암데이터 사업을 시행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그 과정에서 수집·제공하는 개인정보는 올 1월 개정된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가명처리한 개인정보(가명정보)로 한정된다. 

암데이터 사업은 암생존자의 의료이용 현황 분석, 취약계층 암발생률 분석, 암검진사업 및 암 진료의 질 평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암 진단 및 치료기술 개발 등으로 진행된다. 

입법조사관은 "개정안이 법률로 확정되면 빅데이터를 통해 국민의 생활습관·환경 등 암 발병·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인·정도를 분석해 적시성 있는 암 예방 정책 수립이 가능해진다"며 "암환자는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한 신약개발 기간 단축, 맞춤형 임상시험 설계 등 암 관련 연구개발 성과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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