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정희 대표의 초지일관 리더십이 바꾼 것들

3년 연임으로 임기 6년차에 접어든 이정희대표

LDL 콜레스테롤이 정상 범위를 벗어났다. 이상지질혈증이란 건강검진 결과를 앞에 두고 영양사는 평소 식단을 하나씩 점검하며 나를 압박했다. 과일은 드시나요? 사과는요? “저녁에 한 개요.” 다른 과일은 요? “귤 2~3개, 단감 1개, 배 반개...”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과일을 드시는 건 좋지만 모두 합쳐 종이컵 1개 분량만 드시는 게 좋고요, 채소도 일정하게 매일 드세요. 견과류는 요? “종이컵 하나 정도.” 아휴, 스푼 하나정도만 드세요.

식단조절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지만, 스타틴제제를 복용하기 전 식단조절을 한다음 경과를 보기로 했다. 그 날 이후 체질개선을 목표로 삼으니 과일이 약으로 보이다가도, 매일 익숙했던 식단이 아른거리고, 습관대로 먹고 싶은 충동이 불쑥 치밀어 오른다. 체질 개선은 끝없는 유혹과 전쟁이나 한가지다.

위 나의 사례에 견줘 기업의 이야기를 해 보자.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이사가 취임한 2015년은 연이어 기술수출 성과를 이뤄 사회적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한미약품에게는 축복이었지만, 경쟁사 최고 경영진에게는 잔인했다. ‘한미가 했으니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다가도 ‘우리는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수시로 교차했다. 창업주 혹은 창업 2세, 3세의 대주주들로부터 “한미는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냐”고 CEO들에게 질책이 따르던 시절이었다.

취임 당시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로 머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지만, 혁신 신약 개발을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뼈아팠다”고 돌아본 이 대표. 그는 “CEO가 흔들리면 안된다,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다짐하며 “어떻게 할 수 있을까”만 집중했다. 그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에서 실마리를 찾기로 했고, 남수연 상무(당시)가 될성부른 물건을 찾아나섰다. 

이 대표는 종합연구소가 발굴해 놓은 파이프라인은 물론 유망한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와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신약개발 후보물질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파이프라인 창고를 채워나갔다.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투자한 금액만 이 대표 5년 재임기간 2900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노력으로 유한의 파이프라인 창고에는 2019년 12월 31일 기준으로 레이저티닙 등 합성신약 12개, 바이오신약 15개, 개량신약 복합제 11개, 개량신약 개량제제 4개 등 총 44개가 진열됐다. 그런가하면 수년에 걸쳐 200억원 이상 투입했던 국산신약 레바넥스의 후속 약물인 YH4808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등 선택과 집중으로 R&D 프로젝트를 정비하며 혁신신약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 대표의 일관된 리더십은 고무적인 성과로 돌아왔다. 알려진대로 ▷YH14618(디스크질환), 임상2상, 미국 스파인바이오파마에 2억1815만달러(약2400억) 기술수출 ▷레이저티닙(비소세포폐암), 임상1/2상, 미국 얀센바이오텍 12억5500만달러(약1.4조) ▷미정(NASH 후보물질), 미국 길리어드, 7억8500만달러(약8800억) ▷YH25724(NASH 전임상),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8억7000만달러(약1조) 등 총 4건 3조52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올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파이프라인 개발과 기술수출 품목의 임상개발에 적극 나서게 돼 매출액R&D 비용은 13%에 2000억원 이상 투입한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자, 혁신기업가였던 故 유일한 박사의 '우수한 의약품 생산'이라는 제약기업 이념에 부합하는 혁신 R&D 제약기업으로 체질변화를 위해 더큰 도전에 한걸음 더 나선다.

다른 관점에서 대변신도 눈에 띈다. 이 대표는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도입 품목 판매를 대폭 축소했다. 매출로 따져 1200억원 규모인 다국적제약회사 유명 품목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판권을 되돌려줬다. 도입품목 판매에 관한 외부의 시각이 곱지 않았다해도 이 같은 결단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매출이 기업활동의 원천이고보면 매출 확대는 어느 기업에게나 늘 달콤한 속삭임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한이 강력한 CP를 실천하면서도 판매 역량을 갖춘 덕분에 다국적사들로부터 인기가 많았고, 실제 판매 마진도 통상 평균 시장 마진율보다 높게 받았지만 이 대표의 선택은 결국 체질개선이었다. 2026년 창업 100주년에 초점을 맞춘 Great&Global 유한양행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향한 다이어트인셈이다. 이정희 대표의 일관된 리더십이 '유한양행의 뎁스'를 한층더 깊게 만들고 있다. 결국 리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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