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측 "HL036 3상 1차유효성지표 미충족… 2차유효성지표 임상적 의미 커"
"프로토콜 수정부터"..."1차유효지표 재설정시 통계분석 변해 쉬운 작업 아니야"

[Hit-Check] 업계 전문가가 본 '한올바이오파마 HL036 임상3상'

"차라리 CCSS나 TCSS를 1차 유효성 평가지표(primary endpoint)로 잡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글로벌제약사에서 안과 질환 메디컬 디렉터 출신 교수)

“안과 질환 자체가 다른 질환(암, 당뇨병 등)보다 평가지표 설정이 어려워 임상 디자인 자체가 쉽지 않다. 더구나 (데이터 결과에 따른) 평가는 더 어렵다. 이는 평가 지표와 안과 질환 증상의 연관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제약사 임상을 다수 총괄한 연구자)

“임상계획서에서 설정한 1차 유효성평가변수를 만족했다면 성공한 임상이라 표현할 수 있다. 한올의 경우 (회사 측이 주장한대로) 2차유효성평가변수로 규제 당국과 협상이 가능하다면, 추가 임상을 통해 동일하게 효과가 인정된 경우에 한해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바이오의약품 심사 경험자)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1일 HL036 3상 임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회사 측이 발표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1차 유효성평가지표(ICSS, ODS)는 통계적으로 입증하지 못 했으나, 2차 유효성평가지표(CCSS, TCSS)가 임상적 유용성이 있어 추가 임상을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회사 측은 임상 '실패'라고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와 주식시장에선 1차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 했으니 '실패'한 임상이 아니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아직 규제 당국에 품목 허가 서류 조차 내지 않은 상황에서는 '실패'라는 단어는 다소 성급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21일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웅제약과 공동개발하는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미국 첫 번째 임상 3상(VELOS-2 study) 탑라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히트뉴스는 한올 측이 밝힌 대로 추가 3상을 진행하며 품목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 전문가 자문을 토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임상 디자인 전문가의 면밀한 분석과 조언이 필요"

회사 측에서 1차유효성평가지표는 충족하지 못 했더라도, 2차 유효성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추가 임상을 거쳐 충분히 규제 당국과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한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의 말은 이렇습니다.

두 번째 3상에서 1차유효성평가변수를 2차유효성평가변수로 올려 목표(endpoint)를 맞출 것이다. 우리는 약물의 유효성을 보기 위한 3상을 '세 번'으로 계획해 목표에 도달할 생각이다. 이번 임상을 통해 우리 물질이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했다.

그렇다면 박 대표의 발언대로, 현재 2차유효성 평가지표로 잡은 중각막 형광 염색 점수(CCSS)와 전체각막 형광 염색 점수(TCSS)를 1차유효성 평가지표를 바꾸는 작업은 타당한 의견일까요? 이에 대한 글로벌 임상 전문가 의견은 이렇습니다.

(박 대표가 말한 접근법은) 맞을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틀릴 수도 있다. 1, 2차 평가지표를 바꾸면 필요한 환자 수 자체가 변하기 때문에 통계 지표 자체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 이 작업이 생각보다 단순한 건 아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임상적 의의가 있는 변수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충분한 자문을 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전문가 집단이 임상적 주요 변수에 대한 합의(consensus)가 있어야 한다. 즉, 한올이 애초에 지정했던 ICSS 대신 다른 변수(CCSS, TCSS)를 (허가를 위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을 때다. 이를 위해선 학계의 지원과 함께 규제 당국자와 조율도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대로 안과 치료제는 평가지표를 잡는 것 자체가 항암제 등 다른 질환 약제보다 복잡한 편입니다. 지표와 질환의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글로벌제약사에서 안과 치료제 의학 디렉터 경험을 가진 전문가는 규제 당국과 논의를 거쳐 2차유효성 지표로 허가를 받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2차유효성 평가지표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은 사례가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때문에 회사 측이 2차 평가지표로 허가로 받으려면, 규제당국(FDA, 식약처 등)과 논쟁에 대비해야 한다. 안구건조증이라는 질환 자체가 객관화된 지표가 없어 규제당국과 협상의 여지는 있다. 다만 2차 유효성 평가변수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은 안구건조증 약제는 있다. 대표적으로 산텐의 아이커비스 점안액의 경우 2차 유효성평가지표를 바탕으로 안구건조증이 심한 환자 군에서 유럽 허가를 받았다.

박 대표가 지난 21일 밝힌 내용을 살펴보면, 2차유효성평가지표를 가지고 허가를 대비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2-3번의 추가 임상…기간·비용 모두 회사 손해로

박 대표는 규제 당국 허가 문턱을 넘기 위해 추가 임상 2-3번을 더 수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한 임상 비용은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대웅제약과 중국 파트너 하버바이오메드와 논의를 거쳐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러그 디스커버리(Nature Reviews Drug Discovery)’에 따르면, 임상 3상을 위한 비용 중간값은 1900만달러(약221억 2740만원)입니다. 이 비용을 산술적으로 합해 3번의 3상 임상을 수행하는 비용은 약 6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됩니다.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심사 경험자에게 이번 3상 임상을 토대로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데이터로는 당연히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추가 3상을 거쳐, (회사 측인 주장하는 대로) CCSS, TCSS 지표를 1차유효성평가지표로 설정해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한다면, 규제당국이 품목허가를 인정할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물론 추가 3상을 통해 CCSS와 TCSS를 1차유효성평가변수로 잡아서 통계적 유효성을 입증한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3상의 경우 2상의 결과가 그대로 나오는 건 아니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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