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 병어찌개

[1] 건기식 판매전략 원점에서 검토해 볼 때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규모가 2016년 매출 기준으로 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약국의 매출액 점유율은 하위(2015년 기준 1.4%)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이에 약국의 접근방향, 판매 및 취급전략, 그리고 전문직으로서 취할 포지션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약국이 건강기능식품에 올바르게 접근하는 것은 약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기도 합니다.

먼저 품목별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한국식품관리인증원이 작성한 ‘2016 건강기능식품 국내 시장 규모 동향 분석’ 에 의하면, 면역기능-혈행개선-항산화-기억력개선-피로개선의 상위 5개 기능성 품목이 전체의 84.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홍삼제품이 과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개별인정형 제품군 - 프로바이오틱스 – 비타민 및 무기질 – 밀크씨슬 추출물 순서로 상위5개 품목이 전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게 성장한 품목은 홍삼, 프로바이오틱스, 밀크씨슬추출물, 루테인이고 비타민 및 무기질, 알로에, 가르시니아캄보지아추출물은 감소했습니다. 유통채널별 현황을 살펴보면(식약처 2013년 통계) 다단계/방문 직접판매의 비중이 60.8%이고, 전문매장, 백화점, 할인매장, 홈쇼핑을 포함한 상위 5개 유통채널의 점유율이 89.7%에 달합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상위품목과 상위유통채널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약국은 대부분 영세하여 상위 유통채널에 비해 인력, 진열상태, 시각적 홍보요소, 가격 등 모든 면에서 불리합니다. 그리고 약국공간의 경쟁력과 별개로 소비자는 약사를 충분히 매력적인 조언자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전문가의/전문적 조언은 소비자가 제품선택을 하는 이유로 꼽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문결과에 포함되지 못했거나 판매사원의 권유와 구분되지 못하고 있지요. 왜 소비자의 제품선택에 있어서 약사의 조언이 고려대상이 되지 못할까요?"

첫째로 비전문가와 구분되는 약사의 전문적 능력인 제품의 기능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개별인정형은 물론이고 고시형 제품조차도 그 기능성에 대한 근거가 매우 부족함에도 기능성에 대해 과대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질병에 대한 치료효과를 무리하게 주장하기도 합니다.

둘째로 안전성에 대한 정직한 경고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근 프로바이오틱스를 먹고 패혈증으로 사망한 사고기사에 녹취된 약사의 의견은 비전문가 판매원과 전혀 다를 바 없습니다. 악의적 편집을 고려한다고 해도 약사사회 전반적으로 효능/효과에만 집중하는 풍조가 만연합니다. 그게 평균적인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약사 개개인의 배경지식의 편차가 큽니다. 동일한 제품의 효능/효과를 두고 한 동네에 있는 약국들마다 기능성평가와 복용방식에 대한 설명이 다릅니다. 검증된 사실과 가설이 뒤엉키고 실험설계가 엉터리인 연구결과가 더해져 소비자에게 혼동을 줍니다.

적확한 평가와 위험관리, 그리고 최소한의 퀄리티보장은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덕목이고, 대부분의 약사는 이를 충족하지 못합니다. 저는 그렇게 판단합니다.

약국환경의 개선은 상위 유통채널의 장점을 차용함으로써 일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진열상태 개선, 시각자료 확충, 업체와의 제휴 및 제품다양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등의 방법이 있고, 실제로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습니다.

약사가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허가과정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지 않는 건강기능식품의 특성상 재평가 가능성 및 미디어를 통한 부정적 이슈확산 가능성이 항시 존재하기에 판매의 유불리를 떠나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여야 합니다. 2018년 계획/잠정계획된 건강기능식품 재평가 품목은 26가지에 달하고 이전의 재평가에 비춰봤을 때, 상당수 품목에 부정적 평가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시장입니다. 약사가 전문가집단으로 인식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이득이 됩니다. 또한, 약사면허의 핵심업무인 처방조제업무 및 일반의약품 취급업무(통칭 약물케어업무)와 공존 가능한지를 고려하여 현재의 판매전략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건강기능식품이 과연 약사의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투여하면서까지 변호해 줄 가치가 있는지 회의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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