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제조물책임법 적용 선례없어 법적 논란 예상

발사르탄 구상금 관련 제약사들이 지난해 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법무법인 충정을 법률대리인으로 내세워 대응에 나섰다. 

작년 12월 31일로 발사르탄 구상금 3차 납부기한이 종료된 만큼 본격적인 소송이 진행될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대원제약 등 36개 제약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관련 충정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항고혈압제 발사르탄 불순물 파동으로 투입된 재정을 제약사로부터 돌려받기 위해 작년 10월 제약사 69곳을 상대로 20억원대 구상금 납부를 요구했다. 업체별 구상금은 최대 2억2274만원부터 최저 8550원까지다.

그러나 3차례나 진행된 독촉에도 80%에 가까운 제약사들은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불순물 파동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입장으로, 36개 제약사는 태평양을 법률대리인으로 내새워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번 소송은 제약사들이 생산한 문제의 발사르탄 의약품이 제조·설계·표시 상 결함이 있는지(제조물책임)와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될 전망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 제조 및 설계에서 결함이 없었고, 해당 의약품을 복용해 질환이 발생하는 등 추가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소 확률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에 재직 중인 한 변호사는 "발사르탄 불순물 파동으로 재처방이 이뤄지면서 건보공단에서는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병원 진찰료, 약국 조제료를 지출한 셈이니 제조사(제약사)에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에는 애매하다"며 "업체는 물론 정부에서도 불순물 검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고, 문제가 된 NDMA에 대한 관리기준도 없었다. 제조나 지시, 설계상 결함으로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작년 히트뉴스와 인터뷰를 가졌던 법무법인 화우 설지혜 변호사도 이번 소송이 제약사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설 변호사는 당시 TV 폭발사건을 빗대어 "망가진 TV 자체가 아니라 폭발로 인해 발생한 부상, 가구나 다른 전자제품, 건물구조물 등의 훼손 등이 손해배상 대상이 된다"며 "건보공단이 문제삼는 손해는 유해성이 의심되는 처방조제약을 대체하는 데 발생한 비용이어서 '확대손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확대손해를 주장하려면 해당 약을 복용해서 암에 걸렸다거나 해당 약을 복용하고 발생한 질병 등을 치료하는 데 추가적으로 들어간 비용이 있어야 한다"며 "법리상 청구할 손해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언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의약품 재처방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법리적으로 제조물책임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선례가 없는 만큼 법적 논란이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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