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민감제' 개량신약으로 전 세계 제약시장 도전

[hit 초대석] 브이에스팜텍 박신영 대표-이현호 연구소장

"출시된 약물의 시장 사례를 분석해 보면 꼭 첫 번째로 시장에 진입했다고 성공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부작용 등 첫 번째 약을 보완한 약이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도 많아요. 저희는 전 세계 시장에서 개량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엿봤죠."

박신영 브이에스팜텍 대표는 제약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 대원제약, SCM생명과학, 클립스에서 투자 경험뿐만 아니라 휴온스와 학계의 다양한 기술을 대상으로 인허가와 기술사업화 컨설팅을 경력도 있다. 신약개발 연구부터 규제의 허들을 넘어 마케팅까지. 그는 신약개발의 전 주기를 경험해 봤다. 그래서인지 그는 쉽게 '혁신신약'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를 말하지 않는다.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이현호 연구소장은 국내 세포치료제 역사의 중심에 선 인물. 테고사이언스 개발부와 클립스 인허가 업무를 맡은 이 소장. 그는 지난해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첨단바이오법' 제정 준비위원이다. 일본 메디넷(MEDI-NET)에서 세포치료제 개발과 제조 기술을 2003년에 국내에 도입한 주인공이기도하다.

최소한 자신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약이 개발되길 바란다는 박 대표와 이 소장. 히트뉴스는 그들이 그리는 신약개발 전략을 들어봤다.

이현호 연구소장(왼쪽)과 박신영 대표. 

-방사선 민감제 기술을 활용해 개량신약을 만든다고 하셨는데. 우선 기술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면요?

이현호 연구소장(이)=암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는 건 익히 잘 아실 거에요. 방사선을 조사해서 종양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법이죠. 그런데 방사선의 경우 정상세포도 함께 영향을 주면서 부작용이 누적돼 환자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잖아요. 저희가 가진 ‘방사선 민감제’와 함께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면 암세포의 민감성을 높여 적은 방사선으로 종양세포 억제효과를 더 가질 수 있게 되죠.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는 방사선 영향을 덜 받게 되는 것이죠. 연구를 통해서 방사선을 조사하면서 아리피프라졸(민감제 후보물질)을 함께 넣어주면, 종양세포의 항암증진효과가 2-5배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보통 바이오벤처는 혁신신약 혹은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라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개량신약 개발이 좀 생소합니다.

박신영 대표(박)=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개념은 최근 관심받는 신약개발 전략입니다. 기존에 연구되었던 내용을 활용해 개발의 안전성을 가지고 추가적인 효능을 찾아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스피린이나 비아그라같은 경우가 흔한 사례로 볼 수 있겠습니다. 저희가 개발하는 의약품도 신약 재창출 전략을 활용하고 있고요.

이를 활용해 개발 주기를 앞당겨 실제로 시장에 출시하는 게 목표입니다. 치매, 비만 등 다양한 질환 군을 대상으로 기술검토를 했어요. 초기 기술보다는 직접 약물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기술을 찾다보니,암 분야를 검토하게 됐죠. 제약(製藥). 말 그대로 약을 만들고 싶었죠.

-원자력의학원에서 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NRDO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박=개발전문기업인 것 맞아요. 하지만 저희는 NRDO 비즈니스 모델만큼 완벽한 기술을 가져와서 사업화하는 기업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조금 어렵습니다. 저희는 원자력 의학원에 내부 인력이 상주하면서 임상개발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죠. 궁극적으로 데이터를 기반으로 허가를 받을 때, 직접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게 저와 소장님의 생각이에요.

-개량신약으로 얼마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궁금해요.

박=한국과학기술원이 기술이전해서 개발에 성공했던 대화제약의 리포락셀의 중국 기술이전의 규모가 약 200억원 대 정도였어요. 공공기술이 이전돼 개발된 개량신약 분야에서 의미있는 숫자였다고 봐요. 최근 중국에서 암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자료가 있거든요. 이런 시장의 기술이전 계약은 한국제약산업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한 사항이죠. 큰 숫자만이 아니라 한국제약산업이 세계시장에서 어느 위치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 생각해요.

-리포락셀 이야기를 꺼내셨으니 여쭙고 싶네요....리포락셀은 제네릭에 준하는 약가를 받았잖아요. 개발하신 개량신약 역시 국내 약가 보전을 못 받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박=저희 약은 개량신약의 약가 기준과 달리 새로운 효능 군에 해당하는 개량신약으로써, 경제성평가를 통해 새로운 약가를 판정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복지부와 심평원 측에 질의를 받아 확인을 받았고요. 물론 신약의 아주 높은 약가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존 염변경 수준의 제네릭 약가와 유사한 개량신약 약가와는 다른 약가를 받을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어요. 저희 약은 단순한 염변경이나 제형변경이 아닌 다른 효능을 나타내는 개량신약으로써 다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개량신약인 만큼 시장진출도 미리 세워야 할 것 같은데요. 개발 주기는 어떻게 잡고 있나요?

박=2024년까지 단일제 개발을 마치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허가를 위한 개발 과정을 마칠 것입니다. 현재 가진 기술을 활용하여 효과가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복합제제 추가 연구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해외는 터키, 중국, 미국 시장을 고려하고 있어요. 터키는 국내 유수의 바이오 업체가 유럽 진출할 때 교두보로 삼는 대표적인 국가입니다. 암젠, 다케다 제약사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터키제약사를 인수하여 유럽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만큼 유럽시장진출 허브인 국가입니다. 한국에서도 셀트리온, 대웅제약 등이 터키에 진출하였습니다. 브이에스팜텍은 터키의 항암전문 제약사인 온코(ONKO)사와 기술이전 계약을 위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쉽지 않지만 코트라와 특허청 인프라를 이용해 기술이전 등을 타진해 볼 계획입니다. 중국 시장은 2020년에는 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해 볼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미국 보스톤, 중국 상해 지사를 가지고 있는 아이피온 등의 기술거래기관과 협력할 예정입니다.

또 전 세계 임상시험 진행현황을 보니, GSK와 아스트라제네카 쪽에서 방사선 민감제 임상을 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이들과도 접촉을 진행해 볼 예정이에요.

-글로벌 제약사는 방사선 민감제 개발은 아직 뛰어들지 않았나요?

박=아스트라제네카 등의 몇몇 글로벌 제약사에서 자사 항암제로 방사선민감제 연구를 시도하고 있어요. 현재까지는 저희와 같이 방사선 민감성을 타겟으로 한 후보물질로 임상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한 사례는 없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도 방사선 민감제의 개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자신들이 보유한 항암제가 방사선 치료와 병행한 연구 정도는 있어요. 실제로 방사선 민감제를 개발한 사례는 아직 없고요.

-두 분은 국내 전통 제약업계 경험이 많으신데. 현재 바이오벤처 생태계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또 앞으로의 포부도 함께 말씀해 주세요. 

이=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에요. 연구소의 기술이 실생활에서 활용될 수 있는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건 좋은 것이죠. 정부에서도 바이오창업에 대한 지원정책이 늘어나고 있고, 바이오창업이 활성화되는 것은 한국 산업지형에서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전 IT산업 부흥시절처럼 보입니다. 현재 한국산업에서 IT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을 본다면, 바이오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길 바랍니다.

박=최근에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요. 2005년도에 시행된 기술특례상장은 2015년까지 20개사가 되지 않았는데, 최근엔 이 제도를 통해 상장된 기업이 늘어가는 것 같아요.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하고 있는데 한국 바이오 산업의 외연 확장을 기대해봅니다. 셀트리온은 항체 의약품 제조 기반을 만들었고, 메디포스트는 희귀질환 약물 개발에 포문을 열었고요. 이처럼 의미있는 기업이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바이오 업계를 이끌어 나가는 건 의미있다고 봅니다. 

국내외 기술이전이 늘어나고,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지길 바랍니다. 이정규 대표님의 브릿지바이오의 큰 기술이전 성과가 최근 있었듯이, 바이오벤처 생태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저희도 작은 영역이지만, 지속적으로 개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박신영 대표 약력
-서울대 응용생물화학부 
-전, 대우로지스틱스 전략기획실 
-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전, 에스씨엠생명과학 총괄이사
-전, 임상개발회사 클립스 이사 

이현호 연구소장 약력
-첨단바이오법 제정 준비위원 
-세포치료제 가이드라인 제정위원
-전, 테고사이언스 개발부장
-전, 클립스 인허가컨설팅 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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