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효능 있듯이 광고한 한독… 마케팅 전략 '수정' 불가피
한독 "식약처 가이드라인 원해" vs 식약처 "기준에 업체가 맞춰야"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한독이 야심차게 선보였던 식품 '수버네이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이지만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고 행정처분을 한 데 이어 '특수의료용도식품' 범주에 수버네이드가 해당하지 않을 거라고 판정했기 때문이다.

수버네이드 광고 중 소개된 '수버네이드의 특징' 일부
수버네이드 광고 중 소개된 '수버네이드의 특징' 일부

따라서 한독은 지난 2018년 8월부터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수버네이드를 소개해왔는데 제품 기본 개념을 재정립하게 됐다.

일단 한독은 식약처의 행정처분 조치를 따르겠다며 수버네이드가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유지되기 위해 식약처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준다면 여기에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식약처는 "치매환자용 식품이라 특수의료용도식품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다. 과학적 검증 절차를 거쳐야 특수의료용도식품이 된다. 업체 자율적으로 한 것으로는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와 한독 간에 수버네이드의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인정, 표시·광고 여부를 둔 의견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을 전망이다. 한독은 식약처에 수버네이드가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인정될 가이드라인을 원하고, 식약처는 한독에 과학적 검증 절차를 원하기 때문. 수버네이드가 의료식품이 될지, 일반식품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식약처 서울지방식약청은 지난달 6일 한독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행위의 금지) 1항을 근거로 "식품에 대해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며 영업정지 15일을 갈음, 과징금 3990만원 납부를 행정처분 내렸다.

지난달 6일 한독은 식품에 대해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15일을 갈음한 과징금 3990만원을 부과받았다. (사진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지난달 6일 한독은 식품에 대해 의약품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를 했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15일을 갈음한 과징금 3990만원을 부과받았다. (사진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한독은 출시 당시 광고에 "국내 최초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용 특수의료용도식품",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과학적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조합했다"고 표기했다. 또한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부족할 수 있는 영양소를 집중공급", "1322명을 대상으로 4번의 다국가, 다기관 임상시험 진행" 등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지난 2018년 8월 출시 당시 광고를 1년 5개월 여가 지난 2019년 12월에서야 식약처가 문제를 삼고 행정처분을 내렸다. 그 이유는 같은달 감사원이 "식약처가 임상적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수버네이드를 특수의료용도식품으로 허가해 (한독이) '특정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처럼 표시·광고하도록 (방기)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원

감사원은 "'식품의 기준 및 규격' 등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규정 개정이 부적정해 어떠한 검증 절차없이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식품의 제조·출시가 이뤄졌다"고 감사제보사항 감사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식품규격기준 개정과 관련, 2016년 식품표시기준을 개정하면서 업체 자율로 판단해 기존 제조·가공기준과 달리 제조해 임상적 유효성 등을 알 수 없는 제품뿐만 아니라 의료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인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신규 질환을 대상으로 한 의료식품까지도 '질병명, 장애 등'을 광고할 수 있도록 했다"고도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한독이 새로운 유형의 의료식품으로 '수버네이드'를 출시, 표시·광고하면서 판매까지 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식약처에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에 한해 임상적 유효성 등 과학적 검증을 거쳐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의 제조·가공기준을 추가 마련하라"고 했다.

또한 감사원은 "장기적으로 식약처 심사 등을 거치면 새 유형의 제품 출시가 가능하도록 하는 개별평가형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제조·가공기준을 따르거나 식약처 심사 등을 거쳐 출시된 제품에만 관련 질환명을 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라"고 통보했다.

이같은 감사원의 지적에 식약처는 화들짝 놀라 뒤늦게 행정처분을 진행한 모양이 되버렸다. 

특히 수버네이드의 출시과정을 되짚어보면 이번 행정처분은 '식품의 표시·광고' 이슈를 넘어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정의와 새 유형의 의료식품 기준을 따져봐야 할 숙제를 남기게 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근거가 부족한 제품을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인정하게 되면 품목이 난립 할 소지가 있다"며 "앞으로 인정 여부는 규정대로 정할 계획이다. 규정에 적힌 기준에 맞게 업체가 제시해야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명확해진 계기가 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가 먹어 안 좋은 식품이 어디있겠느냐. 궁극적으로는 전부 체력이 좋아져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단, 특수의료용도식품은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환자 등의 식사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할 목적으로 공급할 식품"이라고 했다.

관계자가 밝혔듯이 특수의료용도등식품은 ▶정상적으로 섭취, 소화, 흡수 또는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환자 ▶일반인과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가진 사람 식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할 목적으로 경구나 경관급식을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가공된 식품이다.

식약처의 다른 관계자도 "노령화가 진행되는 만큼 맞춤형 식단이 필요하다는 인식은 누구에게나 있다. 식약처는 식품의 범주 안에 특수의료용도등식품 정의에 부합하는 질환을 어디까지 인정할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수버네이드는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특수의료용도등식품으로) 사용 가능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의약품이 아닌데 특정 질환명 표시 · 효능효과가 있음으로 오인 될 경우라 행정처분이 내려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독은 이번 행정처분 관련 입장과 향후 마케팅 방향에 대해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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