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과 의사들 효율적인 의견 통합에 도움
“의료데이터 활용 한계 AI 도입 쉽지 않아”

IBM의 ‘왓슨’에 이어 로슈진단이 출시한 의료 데이터 플랫폼 ‘네비파이’에 대해 다학제진료 도구로는 유용하다는 의료진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네비파이는 ▲튜머 보드 ▲임상시험 매치 ▲간행물 검색 등 총 3개의 포트폴리오로 구성돼 있다.

튜머 보드 플랫폼을 자세히 살펴보면, 종양 치료를 위한 종양학 전문의, 방사선 전문의, 외과의 등 다양한 의료진이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 과정에서 환자와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통합시켜 준다. 또 비슷한 유형의 환자 사례와 결과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진료팀의 협업을 돕는다. 다만, 아직 국내에 출시된 튜머 보드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전자의무기록(EMR)은 연동돼 있지 않다.

이와 비슷한 기능을 가지는 왓슨 포 온콜로지는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Memorial Sloan Kettering) 암센터의 암 전문의와 IBM 리서치의 전문 지식을 통해 훈련된 인공지능(AI)기반 플랫폼이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암 관련 가이드라인, 우수 사례, 의학 학술지, 교과서의 정보를 학습해 환자의 의료 기록에 포함된 정보를 추론한다. 이러한 추론을 바탕으로 왓슨은 의료 근거를 평가하고, 근거에 기반한 가능한 치료 방법을 신뢰도가 높은 순으로 의료진에게 제시한다.

로슈진단의 네비파이(위쪽)와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 

의료진에게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학습한 AI로 의사 결정은 돕는 왓슨과 다학제 진료 도구 역할을 하는 네비파이. 의료진은 진료 자체를 대신해 주는 건 아니지만, 다학제 진료에 주요 도구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두 플랫폼과 비슷한 형태의 튜머보드를 이용한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암을 치료하기 위해선 여러 전문가가 의견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다학제 진료 운영은 기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튜머보드와 같은 IT 도구가 매우 유용하다”고 했다.

국내에서 왓슨 폰 온콜로지를 이용하고 있는 의료진은 “(아직 실현된 것은 아니지만) 왓슨의 궁긍적 목적은 ‘의료 민주화’를 이루는 것”이라며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의 우수한 데이터를 한국의 중소 병원들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플랫폼의 가장 큰 이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왓슨과 같은 플랫폼은 현재까지 의료진에게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이지, 의료 인력을 대체하는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물론 두 플랫폼의 한계도 있다. AI는 양질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그 성능이 학습된다. 그러나 두 플랫폼 모두 빅5병원(서울대학교병원, 연세세브란스병원,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가톨릭대학성모병원)엔 도입되지 않아 국내 데이터를 학습하지 못 하고 있는 것.

튜머보드를 이용한 한 대학병원 의료진은 “이런 형태의 플랫폼 활용의 가장 큰 장애물은 개인정보”라며 “전자의무기록(EMR)의 공유와 활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AI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데이터 활용 등에 대한) 윤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한국 고유의 데이터를 만드는 작업이 쉽지 않다”며 “다양한 회사에서 플랫폼 등을 개발 중이지만 실제로 활용되기 위해선 다양한 방침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IBM과 로슈 모두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IBM 관계자는 “길병원, 건양대병원, 대구카톨릭대 병원 등 전국 주요 거점 9~10개 병원에서 여전사용하고 있으며, 빅5 병원의 도입도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왓슨 포 온콜로지 외에 최근에는 왓슨 포 지노믹스의 도입이 증가하고 있다. 심포지엄 등을 통해 의료진 간 사용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왓슨은 심평원의 건강보험급여 등 국내 보험 기준을 적용한 치료 옵션을 지난해 10월부터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윤무환 한국로슈진단 CDS 본부장은 지난해 출시간담회에서 “국내 의료진 등 병원과 함께 네비파이의 평가(evaluation)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라며 “국내 의료 현장에 맞게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도록 네비파이를 수정(modification)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평가 과정을 통해 서서히 국내 환경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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