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한국비엠아이 부사장

새해가되어 시무식을 마치고 하루이틀 뒤쯤이면 서울 서초동에서는 늘 약업계 신년교례회가 열린다. 거의 이십년은 그래왔을 것이다. 회의가 있다거나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나는 웬만하면 그 행사에 참석했었다. 선산을 지키는 소나무처럼 거기에 가면 항상 반갑게 만나는 얼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오후 두세시가 되자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그 곳을 향했다.

행사장에 도착해 지인들과 새해인사를 나누고 덕담을 나누다가 내가 형식적인 인사치레로 사람들이 덜 온 것 같다고 했더니 주최측의 그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받았다. 다른 때보다 많이 온 건데요?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며 생각해보니 사실 사람이 덜 온게 아니었다. 내가 오리라 기대했던 사람들이 안보여서 그렇지 꽤나 많은 내빈들이 서로 새해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리저리 다니며 지인들과 안부를 주고받고 새로 만나는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기는 하지만 어딘가 남의 잔치에 끼어든 것 같다는 느낌? 어색했다. 심지어 세팅조차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동선도 발걸음이 꼬였다. 오래 두리번거린다고 참석하지 않은 사람의 모습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꽃잎이 떨어져 바람인 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는 어느 작가의 촉은 정확했다. 장강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내며 흐른다. 앞물결이 뒤를돌아보며 뒷물결더러 밀지말라고 인상쓰고 성질을 부리면 얼마나 어색하고 황당할까? 오랜만에 만난, 이제는 고위공무원이 된 그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그동안 경험하신 것들을 직원들에게 잘 가르쳐주세요."

순간 데자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내가 마무리를 하든가 적어도 기본 방향 정도는 마련해줘야 한다는 꼰대적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다. 수긍을 하든 부정을 하든 우리가 꼰대가 된 것은 팩트였다. 앞물결이 뒷물결에게 나 따라오라고 안해도 그들은 알아서 내 뒤를 따라 졸졸졸 흘러갈 것이다. 믿자. 일이라는 게 별건가? 하다보면 깨우치고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거지. 가르칠 생각말고 품자.

시스템이니 의미니 하면서 스스로 족쇄채우지 말고. 결국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끼리 연대가 생긴다. 의미보다 인생은 재미다. 일로 만나 관계가 좋아진 업계의 친구들과 새해맞이 이벤트를 준비하기로 했다. 만나서 즐기다보면 정보와 지식이 따라서 온다. 사람에게서 솔루션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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