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믿음과 열정과 도전의 시간이 기다린다

하나의 약속 그대 그대는
여름 날의 아침
미소와 같지 그대 그대는
그렇게 그렇게 그대는

모든 희망 그대 그대는
두 손 가득 신선한 빗물

강한 바람이지 그대 그대는
그렇게 그렇게 그대는

그대는

샘 속의 물
그대는
집 안의 온기

그대는 그대는 그런 사람
벽 난로의 불같은 사람
그대는 그런 사람
빵에 든 밀알
내 삶속 그대는 그런 사람
... ...

ERES TU(그대는)에서.

오늘과 내일을 가르는 보신각 종소리에는 마법과도 같은 힘이 있다. 서른 세 번의 종소리가 완벽하게 다른 세상을 열지 못하지만, 사람들의 가슴에 새로운 목표와 다짐과 설렘을 가득 안겨준다.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계와 그 일원들 모두에게도 그러하리라.

새해 산업계는 한걸음씩 또 나아갈 것이다. 작년 한해를 돌아보면 기대와 성과와 실망이 혼재됐지만, 신약개발 30년사를 동영상으로 본다면, 뒤뚱거렸을지언정 멈추지 않았고, 늘 움직였다. 2020년 눈에는 딱한 모양이지만, 1990년대 후반 무렵 산업계에는 "FDA 문턱을 넘어 미국을 가려해도 영어가 안돼 인도 랜박시처럼 하지 못한다"는 자조가 만연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찌되었나.

꽤 오래전 많은 제약회사들과 정부는 경쟁하듯 2020년에다 높은 목표를 걸어 놓았지만, 산업계는 어김없이 영과후진(盈科後進)할 것이다. '물은 흐르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채우고 다시 흐른다(맹자)'는 의미이다. 매일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해가 무의미한 일상에 묻히지만, 숲을 키우고, 생명을 보듬는다. 스쳐가는 물줄기가 콩나물을 키운다. 제약바이오생태계 종사자들의 손짓하나, 마음가짐 한조각이 때론 헛되게 느껴지지만, 결국 이런 노력들이 모여 웅덩이의 깊이를 낮춘다. 내일을 알리는 보신각 종소리가 어찌 희망이 아니겠는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보면, 우리가 가꿔온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생태계에는 새 싹이 돋아 자라고, 나무가 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을만큼 완전체로 진화했다. 햇빛과 바람과 습도가 알맞는 자연 생태계라도 새 싹에게는 두려운 도전이다. 그래서 씨앗들은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땅 속에서  기다린다. 자연의 섭리가 이러한데도 제약바이오 생태계에는 앞다퉈 새싹들이 돋아난다.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려는 창업(마이클 양)'이 줄 잇고 있다. "벤처는 무모한 도전이며, 죽음의 계곡을 넘는 과정(지피씨알 신동승 대표)"에 용감한 이들이 뛰어든다.

'해피 뉴이어'라고 축복해도 흐르는 물을 잡아두는 웅덩이들이 없을 수 없고, 웅덩이가 없는 것처럼 위장할 수도 없다. 어떤 웅덩이는 흐르는 물들이 채워지고 나서야 다시 흐를 수 밖에 없고, 어떤 웅덩이는 누군가 나서 메꿔야 할 것이다. 실패에도 박수를 칠 수 밖에 없는 연구개발 문화 정착, 혁신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의 심장을 격동시키는 생태계의 새로운 질서도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자정 작용을 갖게될 것이다. 세포의 성장과 사멸의 기전이 작동하는 질서는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랜 문제였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미가입국에서 실시한 비임상시험(GLP) 자료도 요건에 적합하면 임상시험계획 승인(IND)때 인정하기로 정책을 바꾼 것은 웅덩이를 메꾸는 일이다. 벤처기업들이 임상개발 성적에 분칠없이 투자자들에게 공개하는 것도 웅덩이를 채우는 일이다. 새해에는 너나없이 웅덩이 메꾸는 일에 나서기를 희망한다. 작년 非 OECD 국가 비임상시험자료 배척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한 히트뉴스도 보신각 종소리와 함께 너르고 푸른 바다를 꿈꾸며 웅덩이 메꾸기에 적극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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