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피씨엘 대표이사
(전 제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 위원)

인공지능은 과연 신기술일까?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은 인간의 자연적인 지능과는 달리 컴퓨터가 발현하는 지능으로, 전산학에서는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이라고 불린다(위키피디아). 인공지능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매카시(John McCarthy) 스탠포드 교수는 인지과학자로 'AI'라는 이름을 명명했고, Lips 프로그래밍언어를 사용해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알골(ALGOL)이라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에 영향을 줬다.

이렇게 1950년대부터 인공지능이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시분할 시스템(Time-Sharing System) 등에 활용됐다. 1950년이면 아직 필자가 태어나기 훨씬 전이니 인공지능이 컴퓨터분야에서는 신기술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슈퍼컴퓨터 능력 발달과 함께 인공지능 능력도 기하급수적으로 지속 발달했다. 우리는 알파고와 국내에서 개발된 한돌이 프로기사 이세돌을 이기는 세상에 살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어떨까? 펍메드(PubMed)나 구글스칼라에서 찾아보면 1980년대 논문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한 질병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와 같은 소위 말하는 맞춤의학(Precision Medicine) 논문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1970년에 스탠포드에서 개발된 MYCIN은 항생제인 마이신과 동명으로, 혈액에 박테리아 감염이 됐는지를 진단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최근 IBM의 왓슨(Watson)이 암진단·치료법에 사람의 음성인식 기능(NLP)을 활용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구글에서 개발한 오픈소스인 텐서플로우(TesorFlow)를 기반으로 MRI·Xray·CT·초음파 등 영상자료의 인공지능을 이용한 각종 암진단 논문과 회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의사보다 훨씬 빨리 암을 찾아내면서 어떤 암인지 앞으로 어떻게 치료할지 의사보다 더 빨리 환자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한다. 많은 미래학자들이 영상의학과 의사는 없어질 직업 중에 하나라고 예측하고 있다. 다빈치와 같은 인공지능 로봇이 수술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돼버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은 신기술이 아닐까? 이세돌과 알파고가 대결했듯이, 의사와 인공지능 컴퓨터가 대결한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바둑은 굉장히 많은 수를 가지고 한가지 문제를 읽지만, 의학은 한두가지 문제가 아니다. 의학은 문제 자체가 다양한 다중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간암을 진단한다고 해보자. 우선 혈액의 바이오마커, 초음파 영상에서 간 종양의 크기·모양으로 간암의 진척정도 기수 등을 판단해야 한다. 단순 영상만을 가지고 누가 빨리 진단할 수 있나를 볼 때는 인공지능이 이길수 있다고 많은 인공지능 회사에서 주장한다. 하지만 혈액의 다양한 바이오마커·영상의 비정형학적 문제·조직검사를 통한 확진을 통한 다양한 치료법·치료제 처방은 소위 명의라는 분들의 노하우가 공개돼있지 않으므로 당연히 의사가 백전백승이다. 

인공지능은 다중진단시스템을 잘 이해하도록 만들어져 있다(출처: 2019 Nature Medicine volume 25, pages 44~56)
인공지능은 다중진단시스템을 잘 이해하도록 만들어져 있다(출처: 2019 Nature Medicine volume 25, pages 44~56)

결국, 인공지능은 딥러닝이라는 프로세스에 의해 문제를 정확히 정의해야 한다. 거기에 수많은 데이터를 넣어서 공부를 시켜야 명의처럼 똑똑해진다. 그러므로 일단 빅데이터(Big Data)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EMR이라는 병원시스템에 라벨(label) 없이 들어간 영상자료 자체를 빅데이터로 활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더군다나 기계학습을 하기위해서는 가정법을 잘 세워야 하는데 의사 본인들은 스스로의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을뿐 아니라 전문가적인 직감(Educated Guess)을 진단·치료에 상당 부분 적용한다. 또 의료전문가들은 단순하지 않은 수만개 가정들을 알고리듬으로 만들려하지 않을뿐 아니라 논리적인 기계학습식 접근에도 익숙하지 않다. 무엇보다 진단·치료가 연결되는 다중복합시스템으로 알고리듬을 만들어야 하는데 모든 병원 의료행위는 보험수가와 연결돼 있으므로 다중진단시스템인 인공지능의 갈 길은 멀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알파고와 같은 청출어람이 되려면, 논리적인 의사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도덕적인 문제와 의학의 다중진단·결정시스템 문제, 감성적 전달 문제 등으로 헬스케어 분야의 인공지능 미래가 밝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아직 의료인 숫자가 모자라는 상황에서 인공지능을 기계학습시킬 수 있는 스승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싶다. 

특히, 향후 의료보험 재정이 전세계적으로 바닥날 예정이다. 의료수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료기관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의료인에게 지출되는 인건비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또, 신기술이 개발되면 높은 보험수가가 책정되는데, 아무리 좋은 진단법·의료기기·신약을 개발해도 우리는 신기술의 혜택을 전부 누릴 수 없게 된다. 

맞춤의학이 발달하면 어떤 환자에게 딱 맞는 치료만를 사용해 의료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 인공지능이 매우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맞춤의약이다. 인구가 계속 감소함에 따라 의료재정을 뒷받침하는 세금도 감소해 의료재정은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고령화로 의료기관의 필요성은 늘어날 것이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헬스케어의 경우 인공지능밖에는 없다.

필자의 부모님은 암으로 돌아가셨다. 한달에 걸쳐 검사하고 그 진단을 전해들을 때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드라마처럼 의사들이 손을 잡고 위로해주면서 치료법에 대해 인간적으로 상의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암센터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감기 환자처럼 발디딜 틈 없이 암환자가 넘쳐나며 길어야 5분가량 의사를 만날 수 있다. 소위 명의들은 몇달을 기다려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사람은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알파고와 같은 의사가 헬스케어 분야에 있다면 어떨까? 알파고 의사는 24시간 진료가 가능하며 수백 수천의 알파고 클론이 가능하다. 다만 참 비인간적일 것 같다. 하지만 알파고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하고 복잡한 다중진단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실수 없이 진단하며 다양한 의학자료를 공부해 치료법을 제안할 수 있는 미래 의사는 결국 인공지능이 아닐까? 

의료재정이 바닥나서 점점 비인간적으로 변해가는 의료 현실에서 인공지능이 단순 의료행위를 해 줄 수 있다면 오히려 의료가 좀 더 인간적으로 바뀌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필자가 내린 결론은 인공지능은 현재까지는 신기술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애플 8비트 컴퓨터를 사용했다. 대학교에 가서야 워드 프로세서를 배우고 대학원에 가서야 삐삐를 샀다. 지금 필자는 현재 미국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해 스마트폰으로 구글링을 하면서 본 기고를 작성하고 있다. 기술 발전은 인간의 생각하는 속도로 따라잡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기술 발전은 사람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이에 필자는 다음 그림을 끝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출처: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volume 2, pages719?731(2018)
출처: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volume 2, pages719–731(2018)

김소연 피씨엘 대표이사는? 

고대에서 화학과 학사·미국 코넬대에서 생화학박사를 취득하고 LG화학 기술연구원(Protein chip Project Leader)을 거쳐 현재 동국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가지정연구실 국책사업을 통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2008년 피씨엘을 창업했다. 피씨엘은 다중질병진단 원천기술인 SG-Cap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다중 면역 혈액 스크리닝 시스템·다중 암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2017년 코스닥에 상장됐다. SG CapTM 원천기술을 포함해 바이오칩·바이오센싱 관련 37건의 특허를 출원·등록한 바 있다.

과거 한국연구재단 ICT융합연구단 전문위원(RM), 제4차산업혁명위원회 헬스케어특별위원회 위원, 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 PM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의약학 분야 준회원, 국가과학기술심의회 기계 소재 전문위원회 위원, KISTEP 기술평가위원회 평가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심의회 전문가위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이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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