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리뷰] 장내미생물 분석 서비스 '테라바이옴' 체험기

유튜브 먹방 크리에이터 ‘쯔양’과 TV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을 시청하며. 2020년 또 다이어트를 생각한다.

분명 동생, 친구들이 더 먹는 것 같은데. 왜 살은 나만 찌는 것일까? 헬스 PT를 받으면 뭐하나? 결국 또 야식 먹으면 그만인데. 아니야 그래도 더 많이 먹으려면 운동은 해야지. 다이어트가 아닌 건강을 위해서 운동 하는 거라고 자기 합리화를 시작할 즈음. 헬스 트레이너 '쌤'이 '뼈 때리'는 말을 하신다.

“회원님, 지금 체중을 감량해야 건강해 질 수 있습니다.”

다시 근본적 질문으로 돌아온다. 내가 그렇게 많이 먹나? 살 찌는 음식을 골라 먹나? 아님 정말 난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일까? 그러다 어렴풋이 우리 몸 속에 비만을 유발하는 미생물이 산다는 연구결과가 떠 오른다. 동물실험이긴 했는데, 비만한 쥐는 정상 쥐보다 특정 미생물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어렴풋이 기억날 즈음.

내 장 속 미생물을 분석해 주겠다는 서비스가 꽤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국내에서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를 선도적으로 하는 마크로젠과 테라젠이텍스가 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국내 장내 미생물 유전체 클라우드를 보유하고 있는 천랩도 유사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천랩 스마일바이옴 서비스는 무료로 장내 미생물 검사를 제공한다. 반면 마크로젠과 테라젠이텍스는 대략 20만원의 검사비가 든다. 쉽게 손이 가진 않았다.

테라바이옴의 분석 키트.

그러다 운이 좋게도 기자 신분을 이용해(?) 테라젠이텍스의 ‘테라바이옴’ 서비스를 무료로 받게 됐다. 정식 출시 전 일종의 베타 버전 체험기다.

마이크로바이옴...건기식·화장품에 의약품 개발까지?

장내 미생물을 좀 더 그럴듯한 전문용어로 바꾸면 마이크로바이옴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은 장내 미생물보다 더 넓은 ‘미생물 군집(모임)’ 이다. 실제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우리 몸에 이로운 것으로 ‘프로바이오틱스’로 불리기도 한다. 또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로 알려진 각종 과일과 채소는 ‘프리바이오틱스’다.

프로바이오틱스로 건강기능식품에서 이미 유명세를 탄 마이크로바이옴. 개념은 간단하다. 우리 몸에 유익한 균을 알약이나 가루 형태 식품으로 먹자는 것. 그리고 이런 균이 우리 장 속에 잘 살 수 있도록 프리바이오틱스도 먹어보자는 것. 이 밖에 화장품에도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이 포함돼 있다.

최근에는 제약업계가 이런 마이크로바이옴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려고 한다. 실제로 최근 기초과학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바이옴과 만성질환, 대사질환, 심장병, 암과의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연관성이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의약품 개발해 활용하려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허가를 받은 약물은 없고, 몇몇 파이프라인만 3상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변 속 미생물 검사를 하기 앞서…

분석 과정을 거치 전. 검사자가 해야 할 몇 가지 일이 있다. 대변과 마주하는 일. 큰 일을 보면 변기 물 내리기에 바빠 내 똥이 어떤 색과 모양을 가지고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이따금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화장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조금 길어진다는 느낌만 가질 뿐.

이번 검사를 계기로 태어나 처음으로 내 대변을 유심히 바라봤다. 자세한 묘사는 생략하겠다. 다만 대변에 내가 섭취한 음식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테라바이옴을 비롯해 천랩의 스마일바이옴의 대변 채취 과정은 비슷하다.

변기통에 얇은 시트지를 깔고 대변을 잘 조준(?)해야 한다. 이후 시트지에 살포시 놓여진 대변을 면봉을 이용해 푹푹 찌른 후 잘 밀봉하면 된다. 사실 이 과정을 사진으로 담고 싶었으나. 처음 대변을 마주해 당황한 나는 미처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가지 못 했다.

이후 편의점 택배 혹은 택배 반송 서비스를 이용해 회사로 채취된 대변 샘플을 보내면 끝.

비만 균 ‘퍼미큐티스’가 많이 살고 있었구나

검사지가 도착했다. 전체 장내 미생물 다양성 점수와 장내 미생물 군집 비율이 나온다. 다양성 점수엔선 ‘보통’이라는 점수가 매겨져 있다. 각 검사 항목은 양호, 보통, 관심, 주의 단계로 사용자가 보기 쉽게 그림 형태로 표시돼 있다. 보통은 건강에는 문제는 없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단계다. 주의는 식생활 변화를 통해 교정이 필요하다. 주의는 전문가 상담을 통해 장내 미생물 개선이 필요한 단계다.

각 질환 별로 위의 4 단계로 표시돼 있다. 

첫 장부터 비만 체질 원인균이 나왔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퍼미큐티스’가 박테로이데테스보다 높게 나온 것. 원래 건강한 한국인은 박테로이데테스가 퍼미큐티스보다 높다고 하는데. 난 이 비율이 반대로 나왔다. 비만을 유발할 수 있는 장내 환경을 가지고 있는 나. 걱정을 품고 비만 항목으로 넘어 가서 더 자세한 분석 결과를 살펴봤다.

퍼미큐티스 비율이 높게 나온 검사항목

비만 등 각 질환 군 항목을 살펴보면, 유익균(많은 수록 좋은 미생물)과 유해균(적을수록 좋은 미생물)이 나뉘어져 있다. 앞서 박테로이데테스보다 퍼미큐티스 비율이 높아 걱정했는데. 막상 세부 항목을 보니 퍼미큐티스 값 자체만 놓고 보면, ‘보통’ 단계다. 또 전체 비만에 영향을 주는 미생물 점수는 52점으로, 한국인 평균 55점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통’ 등급을 받았다.

유익균과 유해균 수치

생각보다 내 비만의 원인은 몸 속 미생물의 영향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갖고 다른 검사 항목을 찬찬히 살펴봤다.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 수치는 안타깝게도 한국인 평균보다 좋지 않은 성적이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몸에 좋은 유산균 3종을 가지고 있다. 화장실에 가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건 내 몸속에 ‘람노서스’가 많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종합 결과를 살펴보니 대장암, 동맥경화가 빨간색 ‘주의’가 있어 유심히 살펴봤다. 이들 질병과 연관성을 갖는 유익균을 살펴보니 유익균을 적게 가지고 있었다.

검사지를 볼 때 가장 먼저 중요한 사항이 있다. 유전자 검사와 달리 장내미생물 검사는 식습관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내 경우 식습관 조절을 통해 비만 유발균이나 대장암 관련 장내 미생물의 분포를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 또 대장암 관련 장내 미생물이 있다고, 반드시 대장암에 걸린다고 일대일 대입을 하는 건 금물.

20만원의 가치를 되새겨 보며

미생물 검사 뒤에는 내가 어떤 음식이나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하면 좋을지 나온다. 내가 부족한 장내미생물을 프로바이오틱스 형태로 섭취하면 좋다는 결과도 나오고. 일부 음식은 스무디 형태로 섭취하라는 조언도 함께 나온다.

가령 내 몸에 딱 맞는 건강음료로 ‘대장암에 좋은 스무디’ 레시피가 나오는데. 물 200ml에 베이비 시금치 2컵, 블루베리 1/2컵, 바나나 1개를 넣어 믹서기에 넣고 갈아 먹으라는 세심한 레시피가 결과지 후단에 나온다. 부록의 건강한 대변의 모형, 장내 미생물 기능성 원료, 장에 좋은 식이섬유소가 제시돼 있다.

검사를 마치고 과연 나는 20만원을 내고 이 검사를 다시 할지 생각해 봤다. 20만원의 가치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운동 도중 헬스트레이너 '쌤'과 한 대화에서 내가 한 말이 생각났다.

“쌤, 솔직히 제 월급으로 헬스 PT를 받는 게 조금 버겁기도 해요. 그럼에도 제가 이 PT를 하는 건. 물론 제가 스스로 운동을 할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다가올 질병이 두려워 각종 보험을 드는 대신, 차라리 운동을 통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질병 위험을 조금이라도 낮추려는 거에요. 지금 당장 PT 비용보다 앞으로 운동을 하지 않아 걸리게 될 질병의 치료비가 감당이 안 될 것 같거든요.”

2020년 1월 6일부터 운동과 함께 테라젠이텍스 분석지가 제시한 식습관을 실천해 보려고 또다시 새해 계획을 세웠다. 3개월 뒤 분석은 직접 내 돈을 내고 해 볼 예정이다. 적어도 난 테라젠의 20만원 가치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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