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 비율 높은 코스닥의 한계
펀더멘털 강한 신약개발 성공 스토리 나와야

[HIT 가상토론회]K제약바이오 정당한 실패 문화가 필요하다②

코스닥과 나스닥의 차이…피해는 결국 개인 투자자만?

사회자=비교적 바이오 섹터 투자 역사가 긴 나스닥과 코스닥의 근본적 차이부터 짚고 넘어가 봅시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가 80%, 기관 투자자자가 20%. 나스닥은 그 반대죠?

바이오벤처 대표 C=국내 바이오 분야 투자 주체를 살펴보죠. 상장 이후 국내에는 VC가 사라집니다. 남는 건 개인투자자, 외국인, 기관입니다. 기관이 10% 내외, 외국인 1-5%, 개인투자자가 나머지 비율을 차지합니다. 개인투자자가 지배하는 곳이 국내 바이오 코스닥 시장이죠. 과연 대다수의 국내 개인투자가 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에 기반해 투자를 하나요?

2018년 기준 코스닥 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율은 85%다. 기관 투자자 5.1%, 외국인은 9.0%다. [출처=한국거래소 자료]

사회자=중요한 지적이네요. 주가 변동 폭에 따라 투자하는 '모멘텀(momentum) 분석'과 각종 경제적 환경과 기업의 가치에 따라 투자하는 '펀더멘털(fundamental) 분석'이 있는 데, 국내 바이오 분야는 아무래도 모멘텀 투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바이오벤처 대표 G=사실 이런 투자 경향으로 인해 국내에는 제대로 된 바이오 애널리스트가 없어요. 주가가 펀더멘털보다는 모멘텀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미국 기관 애널리스트가 주요 학회를 가서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죠.

국내 기관에서 굳이 바이오 애널리스트가 필요한가요? 주가 흐름만 파악해도 돈은 벌어요. 신라젠만 봐도 모멘텀과 펀더멘털 관점에 따라 투자 가치는 명백히 달라져요. 하지만 국내 실정은 거의 모멘텀 중심의 투자만 이뤄져 지금의 신라젠 가치가 산정돼 있잖아요. 그렇다면 신라젠이 과연 투자자의 기대치에 벗어난 임상 중단 등과 관련한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었을까요?

국내 바이오 애널리스트가 신라젠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보고서를 쓸 수 있을까요? 그 수많은 개인 투자자의 협박을 감당하면서 그러긴 힘들 겁니다. 이들을 보호할 장치도 없고요. 반면 미국은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로부터 애널리스트가 협박을 받으면 고발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내보다 훨씬 기관 애널리스트가 매도 보고서를 쉽게 쓸 수 있는 구조인 것이죠.

사회자=이런 구조라면, 개인투자자가 제대로 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구조는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바이오벤처 대표 H=언론과 애널리스트가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합니다. 언론과 애널리스트가 일부 개인 투자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신상 협박을 받는 건 제도적으로 보호해 줘야 합니다. 또 개인 투자자가 손해를 봤을 때, 집단증권소송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구조는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의 경우 판사 배정만 몇 년이 걸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로펌 관계자 H=국내 바이오벤처의 보도자료를 보면 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HLB가 BEST OF ESMO에 선정됐다는 내용을 소송을 진행하려고 법리적 검토를 한 적이 있습니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마치 BEST OF ESMO가 연구 결과의 우수성을 말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문가들이야 잘 알겠지만, 이 것은 상이 아닙니다. 논문이나 포스터를 잘 요약하면 주는 참가상 정도입니다. 임상 데이터 결과의 우수성과는 별개죠.

출처=에이치엘비 공식홈페이지

하지만 결국 법리적 검토만 거치고, 소송으로 이어지진 못 했습니다. HLB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상’이라는 표현은 없었고 BEST OF ESMO 에 ‘선정’됐다는 표현만 돼있었죠. HLB 보도자료를 찬찬히 살펴보면 사실(FACT)에 어긋난 건 없습니다. 개인 투자자는 오인하기 쉬운 표현들이 즐비해 있지만, 법리적 테두리를 잘 알고 있는 듯 보이죠. 학계 전문가들은 격분할 내용들이 일부 있지만, 사실 HLB 보도자료가 딱히 틀린 사실을 명시한 건 없습니다.

사회자=앞서 잠깐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런 투자 생태계를 과연 업계 관계자들이 개선하고 싶은지도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국내 바이오 기업도 나스닥이 아닌 코스닥을 선택하잖아요.

바이오벤처 대표 C=기업들도 다 알 거에요. 나스닥 대비 코스닥이 훨씬 기업 운영하기 나쁘지 않은 구조라는 것을요.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같은 대기업도 나스닥으로 왜 가지 않았을까요? 그들의 기업 가치가 나스닥에서도 코스닥과 같은 가치를 받았을까요? 나스닥 유지비, 보도자료 준수 여부만 봐도 코스닥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을 거에요. 개인 투자자들의 아우성만 버텨내면요.

사회자=나스닥은 보도자료 규정도 따로 있나요?

바이오벤처 대표 I=보도자료 뉘앙스 차이로 소송이 들어오는 곳이 나스닥이에요. 1년에 60건 정도 나스닥 바이오 기업이 보도자료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당해요. 그래서 미국 바이오 기업은 학회 발표조차 몇 차례 리허설을 진행하고, 보도자료 형용사 하나를 가지고 사전 조율 작업을 거칩니다. 실제로 이런 소송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기도 하고요.

나스닥 바이오 기업이 다양한 사유로 경험한 소송 건수는 2018년 기준 58건이다.[출처=SLDLEY 분석 보고서]

사회자=국내 바이오벤처 보도자료가 각종 형용사로 도배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군요. 기업들이 이런 환경이 개선되길 원할까요?

바이오벤처 대표 C=결국 기업들이 투덜거리긴 해도, 코스닥 시장을 선택하는 것에 답이 있죠. 사실 우리나라 바이오벤처 보도자료를 보면 대부분 나스닥 기준에선 소송감입니다.

글로벌 제약사 임상 경험자 D=이런 투자 환경을 개발자, 투자자 모두 이용하는 것 같아요. 막상 우리도 투자 유치를 해 보니, 이런 '장밋빛 연주'에 장단을 맞추지 않으면 국내 생태계에서 생존이 불가능하더라고요.

국내 CRO 출신 바이오벤처 임원 E=국내는 처벌 규정이 거의 없습니다. 기업이 아무리 위법한 행위를 해도 상장 폐지를 할 수 없는 구조에요. 이런 구조에서 회사가 문제가 생겨도 결국 정보를 잘 아는 사람은 그 회사의 주식을 팔고, 정보를 얻지 못한 일부 개인 투자자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됩니다.

식약처 패싱의 속사정은 '소통' 문제… 특허청같은 방식도 고려해 볼 만

사회자=최근 ‘식약처 패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면서, 식약처에 대한 업계의 불만도 꽤 높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해결할 점은 무엇이라 보시나요?

국내 CRO 출신 바이오벤처 임원 E=전문성을 떠나 적어도 업계와 소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2013년부터 식약처와 허가 관련 민원상담을 하다보면,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심사관은 아무렇지 않게 가이드북을 한 손에 들고 옵니다. 경험이 적은 연구관이라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이드북에서 조금만 벗어난 이야기를 하면, 심사를 거절 당합니다. 말그대로 가이드북이잖아요? 그 가이드북 안에 모든 신약개발 허가 절차가 다 담길 수 있습니까?

제형만 바꾼 치료제에 동물실험 데이터가 왜 필요합니까? 이런 반문을 식약처 심사관에게 하면, 자신들은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아니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결국 자신들의 안위를 먼저 생각한 심사를 하고 있는거죠. 최대한 자신들이 보호 받을 수 있는 근거 데이터를 불필요하게 요구하는 겁니다.

사회자=식약처의 신약개발 심사 전문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내 전주기 신약개발 경험 부족은 규제기관도 마찬가지일텐데요.

국내 CRO 출신 바이오벤처 임원 E=제약사에서 직접 개발을 경험한 전문인력이 식약처엔 거의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 식약처 공무원은 단순 실험도 모두 외주로 맡기는 시스템입니다. 2013년 이전엔 식약처 공무원이 단순한 실험(세포배양 등)은 직접하고, 논문 출판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을 직접 만들기도 했죠. 지금은 이런 기본적인 실험도 외주에 맡기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2-3년 주기로 연구관이 바뀌기 때문에 상부의 지시사항, 방향성이 매번 변하기도 하고요. 식약처 연구관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부분이겠지만… 개발 경험이 부족한 사람이 신약개발 전 주기를 전문적으로 심사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사회자=유저피를 높이면 식약처 전문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까요?

국내 CRO 출신 바이오벤처 임원 E=지금 당장 유저피를 인상하는 건 반대입니다. 과연 유저피를 인상한다고 우리가 FDA와 같은 수준으로 전문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 신약개발 인력 자체가 내부에 없는 걸 단순히 유저피 인상으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 봅니다.

사회자=그럼 전문인력 부족은 어떤 부분부터 손봐야 할까요?

국내 CRO 출신 바이오벤처 임원 E=그들만의 리그가 있습니다. 서울대 약대 등 학연으로 얽힌 그들만의 리그가 존재하죠. 약무행정직은 서울대 약대, 의료기기는 건대 의료공학과가 주름잡고 있습니다. 이런 그들만의 리그에서, 각 부서의 장을 위에서 임명하는 방식으로는 전문성을 담보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정부가 ‘안전’이라는 정책적 방향성을 이야기하면 신약개발도 ‘안전’만 보는 형태가 현재 식약처 인사 체계입니다.

사회자=식약처 패싱 문제를 업계에서 체감하고 있나요?

바이오 벤처 대표 J=화장품 원료는 이미 식약처 패싱 현상이 예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FDA가 국내보다 더 적은 자료를 요구하는데 굳이 국내 식약처 등록을 할 필요가 없겠죠. 미국에서 등록을 받으면 역으로 한국 식약처에 등록하는 건 어렵지 않다고 해요.

왜 식약처가 더 많은 자료를 요구할까요? 중요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책임은 결국 식약처 공무원 몫으로 돌아가기 때문이죠. 반면 미국 FDA는 집단손해배상을 통해 책임을 회사에게 묻습니다. 그러니 FDA는 허가나 등록 문턱을 굳이 높일 필요가 없겠죠. 반면 식약처 공무원은 자신들의 책임을 최소하하기 위해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요구할 수 밖에 없죠. 문제가 발생했을 시 자신들의 책임을 최소화 해야 할테니깐요.

사회자=신약개발도 그런가요?

바이오 벤처 대표 J=혁신 신약의 경우 비슷하다고 들었어요. 전 세계적으로 관련 가이드라인, 논문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출하니까 공무원도 허가나 임상 승인 하기 어럽겠죠.

사회자=혁신신약을 심사하는 건 FDA 심사관도 부담을 느낄 것 같은데요?

바이오 벤처 대표 I=미국과 우리의 감사 개념이 다릅니다. 미국의 감사는 회계 부문만 감사하지만, 한국은 회계 뿐만 아니라 업무 감사도 합니다. 즉, 식약처 공무원이 감사를 받으면 의약품의 승인 과정까지 감사를 받게되는 것이죠.

제약회사 등의 부당 요구를 거절해도 식약처 공무원에게 돌아오는 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책임은 무겁죠. 그러니 식약처 공무원이 책임 회피를 위해 일하는 방식의 속사정은 있는 것이죠.

사회자=그러면 식약처 인력 문제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바이오 벤처 대표 I=특허청 모델을 채택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식약처와 특허청은 비슷한 업무를 하고 있는 조직입니다. 두 기관 모두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사를 하는 곳이죠. 하지만 업계에서 식약처 패싱이라는 단어는 써도, 특허청 패싱이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임상은 외국에서 해도, 특허를 굳이 외국에서 받는다는 사례는 듣지 못 했습니다. 특허청 전문 심사에 대한 의구심도 거의 없는 편이고요.

결국 제대론 된 신약개발 성공 스토리가 나와야…

사회자=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 봅시다. 신라젠, HLB, 헬릭스미스에 신약개발 ‘실패’라는 표현은 합당한가요?

글로벌 제약사 임상 경험자 D=사실 연구자들이야 잘 알겠지만, 동물실험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진입을 하는 것 조차 쉽지 않습니다. 또 신약개발 성공과 실패는 기업이 아닌 규제 당국(FDA, 식약처 등)이 판단할 문제입니다. 아직 세 회사 모두 성급하게 성공과 실패를 논할 수 없다고 봅니다.

국내 CRO 출신 바이오벤처 임원 E=냉정하게 생각해 봅시다.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 생태계에서 신약개발에 ‘실패’한 경험이라도 있었습니까? 제네릭 생동 시험에서 과연 실패라는 단어가 어울리기는 합니까? 역설적으로 정확한 실패 사례가 나올 때, 그 때가 신약개발이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볼 수 있겠죠. 실패의 경험이 축적돼야 결국 국내 신약개발 성공 사례도 나올 겁니다.

바이오벤처 대표 C=펀더멘털이 좋은 국내 기업이 신약개발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국내 제약사 연구 책임자 B=동감합니다. 몇몇 모범적인 기업이 신약개발 성공 사례를 만든다면, 그때는 업계 전체가 긍정적 변화를 막지 못 할 겁니다. 성공 사례를 기점으로 국내 신약개발을 판단하고 여러 측면에서 바뀌어야 할 겁니다. 모범 기업처럼 하지 않으면, 더 이상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서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면 좀 더 긍정적인 분위기로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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