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부장 대거 교체에 뒷말 무성...약가제도 개편업무 가시밭길

심사평가원 약제관리실이 우울한 연말을 맞을 듯 하다. 실제 직원들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우울모드'로 알려졌다. 국정과제인 '문케어' 수행에 피땀을 흘렸는데 정작 돌아온 건 인사조치였다. 청렴도 평가등급이 낮아진 게 약제관리실의 책임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몰렸으니 씁쓸함을 지을 수 없다. 더구나 막 원주로 이사해 뒤숭숭한 터여서 더 그렇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26일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김승택 심사평가원장은 이틀전인 지난 24일 신년 정기인사를 발령했다. 실장을 중심으로 4부1팀으로 돼 있던 약제관리실은 1실5부로 조직이 확대됐다. TF팀이 정식 직제로 승격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부서장은 대부분 갈리게 됐다. 박영미 실장, 김산 약제관리부장, 최수경 약제기준부장, 유희영 약제평가부장 등 4명이 나란히 인사발령 열차에 올랐다.

그동안 약제관리실장이 평균 1년 정도 재임했던 걸 감안하면 박 실장 발령은 이례적인 건 아니라는 평가다. 하지만 공로연수가 얼마남지 않은데다가 내년부터 대폭 손질되는 약가제도 준비 상황에 비춰 박 실장의 유임 가능성은 높게 점쳐졌다. 올해 1월 약제관리실에 배치됐던 김산 부장과 최수경 부장도 마찬가지였다.

두 부장 모두 재임기간이 비교적 짧은데다가 김 부장은 실 주무역할을 하면서 역시 개편되는 약제업무를 상당부분 들여다보고 있었고, 최 부장은 약제분야 문케어 추진의 동력이었다. 따라서 김 부장과 최 부장 인사는 의외라는 분위기다. 유일하게 만 2년을 재임한 유희영 부장만 다른 부서 이동이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명분은 분명했다. 바로 청렴도평가다. 심사평가원은 이달 초 발표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종합 3등급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1계단 낮아진 결과였다. 청렴도 평가는 외부, 내부, 정책고객 등 3개로 나눠 진행되는 데 외부청렴도와 내부청렴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3등급이었고, 정책고객평가가 2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아져 결과적으로 종합평가 등급 하락을 이끌었다.

그런데 하필 정책고객평가에서 약제업무가 특히 점수가 낮았다는 후문이다. 따라서 이번 인사조치는 종합청렴도 등급을 끌어내린 책임을 약제관리실 실·부장에게 물어서 일괄 전보 조치시킨 결과로 알려졌다. 그나마 지난해 7월 약제등재부장으로 온 소수미 부장과 정식직제가 아닌 TF팀장이어서 책임소지가 제한적이었던 박은영 부장은 조준을 피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심사평가원 내부에서는 열심히 일해서 상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청렴도 추락의 주범으로 내모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승택 원장이 외부평가 결과만을 너무 의식해 공과를 바로 평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제1차 건강보험종합계획과 맞물려서 복지부와 심사평가원은 그동안 약가제도 보완방안, 기등재약 재평가, 약제군별 해외약가수준 비교 정기 조정 등 보험의약품 정책을 개선하기 위한 많은 논의를 진행해 왔다. 이런 결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발현될 예정이다. 실무자 뿐 아니라 논의과정에 참여하면서 제도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 추진방향 등 전반적인 '히스토리'를 꿰고 있는 부서장들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부장 교체는 새로 업무를 맡은 실장과 부장들, 실무자들 모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심사평가원을 믿고 함께 호흡을 맞춰온 보건복지부 곽명섭 보험약제과장과 송영진 서기관, 황영원 서기관 등도 내년 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가능성이 커 더 우려를 낳게 하고 있다.

그나마 하성희 약제기준부장은 몇년 전 약제기준부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어서 업무파악과 적응이 빠를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애련 실장, 박철운 약제관리부장, 최금희 약가산정부장 등은 약제업무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과 박 부장, 최 부장 등의 초기 업무부담은 그만큼 더 클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인사에 상당한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정책고객평가는 전문가·정책관련자가 정책 등 업무전반에 대해 평가한 설문조사 결과로 부패인식, 부패통제, 부패경험 영역으로 구성(총 11개 항목)돼 있다.

부패인식은 예산낭비, 부정청탁에 따른 업무처리, 정책 및 정보공개, 우월적 지위·권한 남용 및 부당한 요구처분(갑질관행), 퇴직공직자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직무관련 정보의 사적 이용 및 제3자 제공 등 7개 세부항목으로 나눠 평가된다. 부패통제는 부패행위 적발·처벌의 적절성, 부패행위·공익신고자 보호 실효성, 부패예방 및 청렴도 향상 노력 등 3가지 세부항목이다. 또 부패경험은 금품·향응·편의 경험률 하나로 배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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