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환수소송 필요" vs "법리적으로 쉽지 않아"
"리베이트 환수소송 필요" vs "법리적으로 쉽지 않아"
  • 최은택
  • 승인 2019.12.26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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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공단 적극 개입해야" vs 법률전문가들, 실효성 낮아

제14차 건강보장 법률포럼-리베이트와 보험자의 역할

불법리베이트 사건에 대해 보험자는 어디까지 개입이 가능할까. 아니 개입이 가능한 걸까.

건강보험공단은 과거 불법 리베이트 제공으로 인해 발생한 재정손실분을 환수하기 위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했다가 철회한 적이 있었다. '보험자로서 뭔가 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찜찜함은 남았다.

건보공단이 지난 19일 '제14차 건강보장 법률포럼' 주제로 '의약품 리베이트와 보험자의 역할'을 선정한 건 이런 앙금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당일 발제를 맡았던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건보공단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를 사후에 보전하는 조치를 취하는 건 보험자 기관으로서 법률상 의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해배상 소송은 이런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당연한 조치"라며,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건보공단의 적극적인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외부 전문가들의 생각을 어떨까. 이날 패널토론자로는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팀장, 신아정 변호사(일동홀딩스 법무팀장),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보건시민단체에 속한 이동근 팀장과 경실련에 몸담고 있는 김진현 교수가 적극적인 지지 편에, 박성민 변호사와 신아정 변호사가 다소 부정적인 편에 섰다.

먼저 이동근 팀장은 "보험자는 가장 바람직한 의약품 선택을 통해 효과적인 의료 질을 전달할 책임이 있다는 측면에서 제약사의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통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공적으로 모인 기금을 사적 이익으로 전용하는 건 민사적으로든 형사적으로든 보험자와 국민이 손해배상을 받아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또 "리베이트 관행은 의약품 선택을 왜곡시키고 결국 국민과 보험자를 등쳐먹는 행위다. 제약사의 비윤리적 이윤추구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도록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적극적으로 역할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진현 교수는 "의약품 시장의 공정한 경쟁여건이 조성되고 보건의료산업의 투명경영과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불공정 관행에서 탈피해 신약개발과 가격인하를 통한 공정경쟁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공정경쟁기반 조성을 위한 약가제도 개선,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행정처분 강화, 보험자 고발권 도입 등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복제약 가격제도 개선으로 리베이트 원천을 축소하고 재정지출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 저가 의약품이나 사용량 감소 처방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 대체조제 활성화 정책과 함께 판촉수단으로 이용되는 시판후조사도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또 "불법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하고 징벌정 과징금을 지하철 무임승차처럼 30배로 부과할 필요가 있다. 리베이트 연루 약제의 경우 급여삭제 규정을 준수하고 약가인하도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 권익위 권고대로 퇴직금 수준의 포상금 지급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소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하는 공정위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건보공단과 피해자 등이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도록 보험자 고발권 도입도 검토할만하다"고 했다. 결론적으로 "민사소송 등 건보공단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법률전문가들은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박성민 변호사는 우선은 "건보공단이 리베이트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 또는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했다. 단일보험체계에서 건보공단이 대다수 의약품의 실질적인 구매자 지위에 있는 점, 위법한 리베이트로 인해 구매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 점, 리베이트에 제공된 돈이 보건의료나 제약산업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기 어려운 점, 실거래가상환제 등 현 제도아래서 제약사가 더 많을 수익을 얻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유인을 갖게 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면 구매자로서 개선 노력을 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의문이나 논의를 위해 극복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면서 질문의 형식을 빌어 반론을 제기했다.

질문들은 이런 것들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약사 리베이트에 대해 보험자나 환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해 인용된 사례가 있느냐. 그렇다면 인용된 법적 근거는 뭔가. 손해액은 어떻게 산정됐나. (손해배상 등의 조치가) 건보공단의 법률상 의무라면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 해당 업무 담당자와 책임자는 부작위에 대해 형법상 배임죄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돼야 하는가.

제약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했어도 제약사와 의료기관이 공모해 리베이트 금액만큼 약값을 올리는 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고 개별 의약품별로 가격이 얼나마 올랐는지 증명하지 못한 채 손해를 입었다는 막연한 주장만 하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과거 하급심 판결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의료기관 등이 약정 구입금액에서 일정비율의 금액을 리베이트로 책정한 경우 가격 할인보다는 특정 납품업체 제품을 채택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유인 내지는 사례의 성격을 지닌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비춰보면 손배 청구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느냐. 손해배상 청구의 상대방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인지 아니면 리베이트를 받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또는 그 관계자인가.

박 변호사는 "(발제자는) 제약사가 실거래가상환제를 악용한다고 설명했는데 다른 관점에서 보면 제약사가 '악용'하는 실거래가상환제를 도입해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입법자가 제약사 리베이트 양산구조 형성과 유지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제약사의 '악함'이 아니라 잘못된 제도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변호사는 "그렇다면 현 제도의 잘못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건보공단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가령 몇몇 나라의 경우처럼 보험자가 동등한 효능효과부작용품질의 의약품들 중 가격이나 공급가능성 등을 감안해 가장 경쟁력 있는 의약품(들)을 선택하는 제도 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매자인 건보공단이 구체적인 의약품 구매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 정보비대칭과 대리인 문제로 발생한 리베이트를 해결하는 게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아정 일동홀딩스 법무팀장은 "건보공단이 리베이트 제공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쟁점은 제약사의 고의 또는 과실, 리베이트 제공과 손해발생 간 인과관계, 손해배상의 범위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신 팀장은 먼저 "요양급여(약제비) 청구 주체는 요양기관이다. 제약사가 요양기관의 단독행위에 대한 공동책임을 부담하려면 공동 불법행위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 가령 제약사의 위법한 리베이트 제공이 발견되더라도 현재는 판매촉진 목적까지만 입증하면 되는데, 추가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지려면 요양기관의 상한가 청구를 위한 공동행위를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입증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별개의 거래주체이자 처방의약품 유통의 주요한 행위자인 도매업체와 요양기관을 거치는 과정에서 도매업체와 요양기관 각각의 의사결정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이 요양기관의 최종적인 약제비 급여청구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는 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했다.

신 팀장은 또 "고의, 과실이나 인과관계 등 손배배상 청구요건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은 극히 어렵다"고 했다. 가령 특정병원에서 A제품을 처방하는 다수의 의사 중 1인만 수령해 개인적으로 소비한 경우, 처방이 아예 이뤄지지 않은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했고 끝내 처방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 제공된 다수의 경제적 이익 행위 중 공정경쟁규약상 기준에 부합하는 것과 위반되는 게 혼재된 경우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불법행위 손해배상 청구는 민법상 보장된 당연한 권리다. 다만 리베이트 사안이라고 해도 법 원칙에 따른 청구요건에 대한 엄격한 증빙이 필요하다. 또 건보재정 확충과 국내 제약산업 발전이라는 두 가지 공익이 조화롭게 양립하도록 실제 시행여부 결정에 있어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해 보인댜"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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