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돌파 방안, 조만간 가시화될 것" 암시

"염 변경에 의한 연장된 물질특허권의 회피전략(염 변경 전략), 운명하셨습니다."

올 초 대법원의 '솔리페나신(품목명 베시케어)' 판결로 불거진 '염변경 전략' 무용론이 지난 20일 특허법원의 '바레니클린(품목명 챔픽스)' 판결로 현실화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염 변경 전략과 이별하고 새 특허도전 전략을 찾아야 한다. 견해는 조금씩 달랐지만, 전문가들은 "앞으로 물질특허 도전이 힘들어졌고,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어떤 방법을 찾을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개별 품목을 무효심판 청구하거나 '히든카드'를 꺼내야 한다.

'염 변경 전략'의 종말… 대법원의 '염 변경 용이성' · '실질적 동일성' 기준 활용

특허법원 제3부는 지난 20일 오후 한국화이자제약(원고 측)이 한미약품 등 20곳의 국내 제약사(피고 측)를 상대로 제기한 금연치료제 챔픽스 소극적 '권리 범위 확인(특)'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소송에 참여한 제약사는 한미약품을 비롯해 한국콜마, 대웅제약, 종근당, 광동제약, 일동제약, 하나제약, 한국프라임제약, 대한뉴팜, 유니메드제약, 한국맥널티, 유유제약, 제일약품, 삼진제약, 씨티씨바이오, 고려제약, 경보제약, 이니스트바이오제약, 한국유나이티드제약, JW신약 등이었다.

특허법원은 "존속기간이 연장된 챔픽스 물질특허의 권리 범위에 챔픽스(바레니클린 타르타르산염)와 염을 달리한 위 제네릭사들의 제품이 속한다"라고 했다. 따라서 챔픽스는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 취지에 맞게 2020년 7월 19일까지 물질특허(특허 제408138호)로 보호받는다.

앞선 특허심판원은 심결 당시, 국내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래서 대부분의 제약사는 지난해 11월부터 챔픽스 염 변경 제품을 출시·판매했다. 화이자는 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제네릭사도 알았을 것이다. 패소 가능성이 짙었는데, 솔리페나신 판례가 염 변경 제품 판결에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앞서 대법원은 솔리페나신 판결 당시 "염 변경 제품과 오리지널 제품은 유효성분 · 치료 효과 · 용도 동일 여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라며 판단 방법으로 "염 변경의 용이성과 치료 효과나 용도의 실질적 동일성"이라는 기준을 뒀다. 국내사들은 "솔리페나신 염 변경 제품과 챔픽스 염 변경 제품의 사례는 다르다"라고 주장했지만 수포가 됐다.

솔리페나신 이후 자누비아 · 프라닥사 · 챔픽스 판결에서 재판부는 모두 같은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염 변경을 통한 특허 회피는 많은 국내들의 제네릭 조기출시 전략 중 하나였었다.

그러나 이 전략이 끝날 조짐은 2016년 과민성 방광치료제 솔리페나신 성분 염변경 제품에 대해 오리지널사 아스텔라스가 특허심판원 심결에 불복해 특허법원에 심결 취소 소송을 제기할 때 보였다.

국내사들은 오리지널 성분인 솔리페나신 숙신산염이 아닌, 솔리페나신 푸마르산염으로 염을 변경했다. 특허법원은 다른 물질로 해석했고 오리지널의 연장된 특허 존속기간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오리지널 사의 손을 들었고, 하급심 판결들도 잇달아 대법원 판례를 활용하며 염 변경 전략은 '특허 회피'로서 작별했다.

국내사, 물질 특허 회피에 '히든카드' 꺼내야… 예외 사례 일반화 어려워

앞으로 국내사들은 특허 회피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제네릭을 시판했던 중소 제약사들도 곤란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가운데 오리지널 사가 판결을 이유로 들며 염 변경 제품에 특허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실제 조현병 치료제 '자이프렉사' 특허침해 손해 배상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오리지널의 약가인하 손해분을 제네릭 사가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었다. 이미 화이자는 솔리페나신 판결 이후 한미약품의 '노코틴(염 변경 챔픽스)'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지난 20일 특허법원 판결 이후로 소량 염 변경 의약품을 시판하던 중소사들은 판매와 처방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A 제약사는 "오리지널 제품(챔픽스)이 특허권침해금지 가처분명령에 따라 판매 및 처방 중단을 내린다"며 "현재 시중에 있는 제품은 회수한다. 챔픽스 특허가 만료되는 내년 7월 이후 재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화이자가 한미약품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미 염 변경 약물이 시장에서 철수했는데, 화이자에 돌아갈 실익이 없다.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화이자에) 이익이 될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특히 이번 판결로 국내사들의 특허도전 자체가 어려워진 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 기존 염 변경 전략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 심판' 청구의 형태였는데 이는 염 변경을 통해 연장된 물질특허 존속기간에 일부를 회피하는 사례였다.

그런데 지난 19일 아스텔라스의 과민성 방광염 치료제 '베타미가(성분명 미라베그론)'의 특허심판원 심결로 국내 11개사 특허 무효화에 성공했다. 이들은 '무효심판'을 청구해 특허에 도전했다. 특허 전체를 무효로 하려 했던 것. 다만, 이 심결은 용도특허를 대상으로 했다.

한 관계자는 "물질특허의 무효는 사실 대단히 어렵다. 엘리퀴스 특허무효 항소심처럼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적용할 수 있다. 보편적인 전략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물질특허 도전이 힘들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염 변경만 차단됐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는데, 이 방법이 (조만간) 업계에 가시화된 결과로 보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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