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우 변호사, 주제 발표 통해 주장

건보공단, '제14차 건강보험 법률포럼'
'의약품 리베이트와 보험자 역할' 주제

건강보험공단이 불법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를 상대로 손해를 사후에 보전하는 조치를 취하는 건 보험자 기관으로서 법률상 의무라는 법률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이른바 '리베이트 환수소송(손해배상소송)'은 건보공단이 법률상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어서 정당하다는 의미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지난 19일 '의약품 리베이트와 보험자의 역할' 주제로 서울 당산동 건보공단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열린 '제14차 건강보장 법률포럼'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 좌장은 법률사무소 해울의 신현호 대표변호사가 맡았고, 박성민 HNL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팀장, 신아정 변호사(일동홀딩스 법무팀장),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 교수 등이 지정패널로 참여했다.

포럼은 주제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의약품 리베이트와 관련해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실효성 있는 역할을 모색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히트뉴스는 늦었지만 발제문 등을 입수해 이은우 변호사의 발표내용과 패널토론으로 나눠 2꼭지로 포럼내용을 정리해 봤다.

우선 이 변호사의 발표 PT 제목은 '건강보험 부정, 사기 등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대응-의약품, 의료기기 리베이트 손해 환수 손해배상 청구를 중심으로'였다. 제목만 봐도 건보공단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리베이트 환수소송에 대한 법리를 강구한 발제인 걸 알 수 있다.

먼저 이 변호사는 건강보험과 관련한 사기 부당 청구, 그 밖의 불법행위 유형으로 '요양기관의 부당청구', '제약사와 요양기관의 부당청구', '가입자의 부당청구' 등 크게 3가지를 제시했다.

이중 리베이트는 제약사와 요양기관의 부당청구 유형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자사 제품의 처방유도와 높은 약가, 의료기기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리베이트 제공(실거래가를 속여서 부당청구)'이라고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해외 주요국가가 추산하는 건강보험과 관련한 사기 부당청구 규모도 소개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유럽연합 27개국 허위나 사기 청구로 허비되는 금액 연간 약 560억 유로', '전 세계 보건사기로 인한 손실 매년 1800억 유로(2600억 달러)', '프랑스 보건복지부 추산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나 과잉검사 비중 15%', '미국 감사원 전체 건강보험 청구액의 5~15% 부당청구 추산' 등이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의약분야에서 사기가 많은 이유로 '정보의 비대칭과 수요자 대리인의 불충실', '수요의 비탄력성', '건강보험제도의 제도적 허점 악용'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각국은 건강보험 지출을 적정하게 통제하는 걸 건강보험 개혁의 제1수단으로 활용한다"고 했다. 가령 부당청구에 취약한 상환제를 참조가격제나 판매량 증가에 따른 리베이트제 등으로 대체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했다. 또 '게이트 키핑'을 강화하는 것도 주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이 변호사는 국내 건강보험 약품비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이후 비중은 감소했지만 총액은 증가하고 있고, 여전히 OECD 평균보다 높은 상태라고 했다. 또 1인당 의약품 판매액도 OECD 평균에 비해 큰 편이라면서, 국내 약제비 지출은 여전히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이어 국내 약제비 지출이 외국보다 많은 이유로는 '고가약 처방비율 높음', '약가제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함',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유지' 등을 꼽았다.

이 변호사는 특히 "실거래가상환제에서는 상한금액이 낮아지면 영업에 지장을 받는 제약업체와 굳이 싸게 구입할 필요가 없는 요양기관의 이해가 일치한다. 요양기관들이 실제 거래가와 상관없이 복지부가 고시하는 약값에 맞춰 의약품 구매가를 신고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거래가상환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매자의 합리적 행동이 전제돼야 하고, 이를 통해 시장의 경쟁기능이 작동돼 진정한 가격경쟁이 존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상호작용이 작동해야 가격경쟁이 발생하며, 그 결과로 상한금액보다 더 낮은 금액으로 약제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또 수요자인 환자, 비용부담자인 보험자는 약제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국내 실거래가상환제는 의약품 저가구매 유인이 없어진 요양기관과 제약사의 일탈로 '약값 떠받치기(상한가 청구)'와 이를 통해 만든 재원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부패의 순환구조를 형성한다"면서 "실패한 제도"라고 평가했다.

또 "실거래가상환제에서 약값 떠받치기와 리베이트는 동전의 양면이자 부패의 사슬이다. 리베이트는 제약사가 의약품 판매 이윤을 보장받기 위해 건보공단과 환자 부담으로 요양기관에 제공하는 음성적인 부당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경우 과잉처방이나 효능이 동일해도 리베이트가 제공되는 고가약을 처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판매촉진을 위해 제약사가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제약사와 병원이 리베이트를 은닉하고 상환기준이 되는 실거래가를 보험약제 고시 상한금액과 거의 동일하도록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함으로써 건보공단에 손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손해는 상환기준이 되는 리베이트를 은닉해 실거래가를 속인 것"이라고 했다. 명목 거래가에서 리베이트를 통해 얻은 경제적 이익만큼을 빼지 않는다면 이는 상환기준이 되는 실거래가를 숨긴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미국도 약제 구매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병원이나 의사에게 제공된 모든 혜택(할인, 리베이트, 식사대접, 경비지원, 유흥제공, 선물 등)의 가치를 명목 거래가에서 빼지 않고, 받은 혜택을 보고하지 않은 채 숨긴 경우, 그래서 이에 기반해 상환과 '(미국식)리베이트'를 지급한 경우 부당청구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리베이트 금액 중 보험자 부담분, 제네릭 가격 상승분 등을 건보공단의 손해액 산정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변호사는 "미국이나 유럽사례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제약사의 법 위반 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사후에 보전하는 조치를 취하는 건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법률상 의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공정위 조치로 인해 낱낱이 밝혀진 제약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해 건보공단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건 보험자로서 해야 할 법률상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른 기대효과로는 재정 건정화와 약제비 절감, 유통질서 문란행위 억제 등을 언급했다. 또 건보공단의 역할 강화와 제약사 연구개발 촉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여기다 리베이트 등 조사자료 공유 등 관련 기관과 공조체계를 마련하는 제도개선도 시급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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