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장군'과 '텐돌이'가 힘을 겨루면 누가 이길까?
'홍이장군'과 '텐돌이'가 힘을 겨루면 누가 이길까?
  • 강승지
  • 승인 2019.12.20 0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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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영양제 시장, 건기식은 3900여 억 vs 일반약은 '텐텐'만 분투
차이 큰 이유? 약국가 "태생달라 밀릴 수 밖에… 맛·유통·트렌드"

약국에 온 아이가 진열장 한 켠으로 엄마 손을 잡아 이끈다. "이거 사달라"고 조르고 싶어서다. 엄마도 아이가 허약하거나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또래보다 키 성장이 더딜 때 "한번 먹여볼까?" 고민에 빠진다. 이들이 목격한 건 '어린이 영양제'다. 약국에 있는 제품 대부분도 건강기능식품 혹은 기타 가공식품인데, 온라인과 대형마트 등 유통망에 얹혀 시선을 끌고 있다.

(왼쪽부터) KGC인삼공사 정관장 어린이영양제 건기식 '홍이장군' 캐릭터와 한미약품의 어린이영양제 일반약 '텐텐' 캐릭터 텐돌이
(왼쪽부터) KGC인삼공사 정관장 어린이영양제 건기식 '홍이장군' 캐릭터와 
한미약품의 어린이영양제 일반약 '텐텐' 캐릭터 텐돌이

반면, 약사의 복약지도로 판매되는 일반의약품 대부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상황. 이미 일반의약품인 어린이영양제들의 입지가 탄탄하지만은 않다는 게 약사들의 의견이다. 그래도 한미약품 '텐텐'만은 150억 원의 매출고를 매년 성장하는 등 장수 의약품 · 전 연령에게 관심받는 영양제가 됐지만, 이외 제약사 일반약(어린이 영양제)는 타개책이 절실하다.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1~9세의 식이보충제 섭취 경험률은 59.5%로 전 연령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건강기능식품협회 조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이용대상자(제품 특성별 매출 산정) 비중은 13%로 중년여성(20.4%)의 뒤를 이어 많았다. 특히 업계가 추산하는 어린이 건기식 시장 규모만 3900여 억원. 

어린이 영양제로 이름을 알린 건기식 · 식품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첫해 출시하고 홍삼 열풍에 힘입은 KGC인삼공사 정관장의 '홍이장군', 혼합음료 형태로 어린이들이 마실 수 있도록 만든 조아제약의 '잘크톤', 20년간 개국약사로 강연을 겸한 이재관 약학박사가 만든 네이처스팜의 '아이타민' 등이 있다. 글로벌 멀티비타민 브랜드인 한국화이자제약의 '센트룸'과 "세 살 건강, 여든까지 갑니다"라는 광고로 유명한 삼아제약의 '노마'는 일반 약에서 건기식으로 전환한 사례다.

약국가는 건기식인 어린이영양제에 대해 "시대적 흐름에 맞게 성분을 배합해 만들고,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로 만들어 제조했을 텐데 이를 일반약과 비교해 좋다, 나쁘다 단정 지을 수는 없다"라는 의견이었다.

이에 비해 일반약인 어린이 영양제들은 건기식 제품군의 '폭풍 성장'에 견줄 수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 시장규모도 '복용 연령'으로 구분해 한정할 만한 기준도 없어 집계하기 어렵다는 게 제약계의 설명이다. 

(시계방향으로) 한미약품 텐텐, 일양약품 도담도담, 영진약품 올비틸, GC녹십자 티라노
(시계방향으로) 한미약품 텐텐, 일양약품 도담도담,
영진약품 올비틸, GC녹십자 티라노

한미약품의 '텐텐'만 쇼트트랙 김아랑 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전 연령의 영양제로 소비자 대상군을 넓히고 있다. 이밖에 24개월 미만 영유아를 대상으로 둔 시럽 제형 영양제인 영진약품의 '올비틸', 철분 · 아연 · 홍삼 등을 함유한 양·한방 복합 영양제 GC녹십자의 '티라노', 요오드를 함유한 특징이 있는 일양약품의 '도담도담' 정도만 시판 중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추억의 맛과 엄마가 사주셨던 영양제라는 기억을 소비자가 갖고 있다. 연 매출 200억 돌파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더 사랑받는 제품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하지만 타사 관계자들은 "소비자와 약사에게 특장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추상적인 답변이었다.

약사들은 "의약품 품목허가를 받고 만들기 때문에 효능·효과에 대한 근거와 확신은 있지만 이게 어린이 영양제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주된 선택 요인일지 미지수"라는 관측이었다.

일반 약 마케팅을 담당하는 제약계 관계자조차 "영양제는 일반 약과 건기식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졌다. 이를 구분하기보다 누가 어떤 정보를 전하며 어디에서 판매하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부산의 A 약사는 "일반의약품은 표준제조기준으로 만드니 정해진 기준과 틀이 확고해 건기식처럼 넣을 수 있는 게 제한이 있다고 본다. 엄마들이 어린이 영양제를 고르는 이유는 '아이가 밥을 안 먹어서'인데, 이를 일반약이 해결해준다고 보지 않는다. 비타민 원료가 들어간 건기식을 찾는 게 엄마들 마음"이라고 했다.

서울의 B 약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 약사는 "쉽게 말하자면, 아이가 느끼기엔 의약품은 맛이 없다. 넣을 수 있는 원료가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인데 반대로 건기식은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느냐"며 "영양면으로 보면 의약품을 믿을 수 있으니 권하고 싶지만 아이들이 맛없다고 안 먹으니 건기식을 고르게 된다"고 했다.

전북의 C 약사도 "영양소가 편중된 식사를 하는 아이들에게 충분한 비타민, 미네랄, 효소, 유산균 등을 보충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린이 영양제의 일반 약 시장은 애석하게도 줄어들 것"이라며 "엄마들은 맘카페로 정보를 찾고 인터넷에 공동구매하는 게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영양제 복용보다 어린이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권장할 수 있는 게 혜안이라는 약사들의 의견도 있었다.

약사 유튜버들도 '어린이영양제'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 업로드 하고 있다
약사 유튜버들도 '어린이영양제' 관련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 업로드 하고 있다

약사 유튜버인 이해창 약사는 자신의 유튜브 콘텐츠를 통해 '어린이 영양제, 꼭 먹여야 할까'라는 내용으로 "어린이 영양제를 우선 먹이기보다 영양분 공급을 골고루 할 수 있는 식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꼭 아이에게 먹이기를 고민한다면 제약사에서 나온 일반의약품을 권하고 싶다. 가공식품에는 감미료와 향료가 첨가돼 아이의 식습관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영양분 공급을 할 수 있는 그대로의 '식사'와 맛 · 유통망 · 함유 가능 원료 · 소비행태 등 '트렌드'로 인해 일반약인 어린이영양제가 건강기능식품 사이에 끼어있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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