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EU 시장진출 가능성 타진"
"노바티스 · 로슈 등과 기술이전 등 호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럽 규제기관들과 의약품 협력 강화 차원의 GMP(의약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상호신뢰협정(AMR)과 비밀정보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체결한다. 

스위스와 GMP 상호 신뢰 협정에 대한 제약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졌다. 식약처가 발급한 GMP 증명서로 스위스 의약품청(Swissmedic)의 GMP 평가가 면제된다. 스위스는 신약 약가를 결정하거나 약가 재평가 시 참고하는 A7 국가 중 하나이고, 노바티스와 로슈 등 빅파마가 있는 제약선진국이라 협정 자체가 호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위스 현지 무역 전문가는 "한국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바이어나 R&D 연구 책임자들의 관심은 낮은 편이나 상호 교류를 증대시킬 수 있는 첫 관문을 열었다는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국내 제약산업의 장기적 유럽 시장진출을 계획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임상시험단계까지 성공한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스위스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맺기 위해선 끈기를 가지고 지속적인 네트워킹과 제품 어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레이문드 T.브루힌 스위스 의약품청(Swissmedic) 청장은양국 GMP 상호신뢰협정을 지난 18일 정식 서명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과 레이문드 T.브루힌 스위스 의약품청(Swissmedic) 청장은 양국 GMP 상호신뢰협정을 지난 18일 정식 서명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난 18일 레이문드 T.브루힌 스위스 의약품청(Swissmedic) 청장과 의약품 GMP 분야를 상호 신뢰하는 협정에 정식 서명함으로써 양국은 GMP 실태조사 결과를 인정해 각 국의 GMP 증명서로 평가를 대체할 수 있다. 현지 실태조사,  서류 심사의 소요기간이 줄어 의약품 등록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제약업계와 스위스 제약업계 모두 해당한다.

(위쪽부터) 로슈와 노바티스
(위쪽부터) 노바티스와 로슈

우리나라는 스위스 의약품의 수입이 수출보다 훨씬 큰 상황.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스위스 의약품을 6억2110만 달러 규모를 수입했고, 스위스에 3400만 달러 규모의 의약품과 의료용품을 수출했다. GMP 평가가 면제된 만큼 스위스 의약품은 더 빨리 국내에 도입될 수 있다. 당분간 스위스로 수출보다 한국으로 수입이 늘어날 공산이 크다.

노바티스 측은 "GMP 평가가 전체 품목 허가 기간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모든 의약품이 이에 해당되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단축을 기대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스위스 제약산업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국내 제약업계에도 '스위스 시장' 진출이라는 가능성은 생겼다. 우선 국내 GMP 시스템과 관리수준이 스위스와 동등하다는 걸 인정받은 게 '첫 수확'이라는 관측이다. 파머징 마켓에 던지는 메시지도 작지 않다.

식약처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상호신뢰 조약을 체결한 건 스위스가 처음이다. 스위스는 유럽 EMA 규제 외 별도 심사가 필요했는데, 국산 의약품의 등록 소요기간이 줄어든다. 스위스 의약품이 국내에 신속 도입돼 환자의 치료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도 "스위스 뿐만 아니라 EU 국가와 추가 협약의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반응했다.

김민혁 KOTRA 스위스 취리히무역관은 올 한해 다수의 '스위스 제약산업' 소개 보고서를 통해 양국의 GMP 상호 신뢰 협정 체결 이후를 전망했다.

김 무역관은 "체결이 마무리되면 양국 간 의약품 등록이 용이해진다"며 "한국 의약품 신뢰도가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현지 바이어나 R&D 연구 책임자들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지만 상호 교류를 증대시킬 첫 관문을 열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그는 "현재로서 스위스는 한국에 수출하기 유리하겠지만 한국도 장기적인 유럽 시장 진출을 계획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로슈그룹과 지난 2013년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관한 장기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로슈그룹과 지난
2013년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관한 장기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사에게 스위스 제약산업 진출 유망분야로 ▶신약개발 기술이전 ▶용기 ▶4차산업 제품 ▶CMO(생산대행,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을 제안했다.

신약개발 기술이전=스위스 제약사들은 이미 임상시험까지 끝난 기술을 구입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양국 기업이 협력하기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돼, 기술이전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질 수 있다.

용기=현지 제약사들이 판매할 때 필요로 하는 관련 용기 분야로도 진출 가능하다. 그런데 스위스 제약사들은 관련 경력(제약산업 공급 경력)을 중요시해 충분한 레퍼런스와 함께 장기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4차산업 제품=최근 추세로 스위스 제약사들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헬스케어 · 물류 · 정보통신 기술들을 인수하거나 투자해 제약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을 연구하고 있다.

CMO(생산대행) 사업=의약품이나 원료로 진출하는 방법 외에도 스위스 제약사들의 생산대행도 가능하다. 일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로슈와 2013년 바이오의약품 생산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86억 원 규모의 위탁생산계역을 체결했었다.

식약처는 오늘(19일)과 20일 유럽 의약품품질위원회(EDQM),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과 비밀정보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유럽품질위원회와 유럽 약전 규격기준적합 심사 · 평가 정보, 원료약 실태조사 정보 등을 공유하고 품질심사자 교류에 대해 협약을 맺는다. 프랑스 당국과는 2014년에 체결했던 단순 정보교환 협력 범위를 확대해 기밀정보 공유 수준으로 상향 체결할 계획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달 싱가포르 보건과학청과 규제정보 · 품질 부적합 및 제품 회수 관련 정보 공유를 포함한 GMP 양해각서를 맺어 최근 NDMA가 검출된 메트포르민 원료 정보도 접하게 됐다"며 "의약품 품질문제 등 위해정보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기밀정보공유 협약 체결국을 늘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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