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초대석] 제약바이오CSR연구회
"기업 성장 없는 사회책임은 없습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영리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 그 기업이 속한 사회 전반에 책임을 다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흔히 생각하는 헌혈·연탄나르기 등의 사회공헌활동은 CSR의 일부지만, 홍보팀·인사팀 등에서 CSR 업무를 병행하는 기업 사정으로 인해 대개는 사회공헌활동과 기업 홍보에만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대 요구가 다양화되고 사회적 인식이 성숙해지면서 국내 제약사 CSR은 봉사·기부 등 자선사업인 버전 1.0에서 이윤·사회공헌을 동시 추구하는 2.0, 사회변화를 선도하는 3.0으로 최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환경 건전성·사회 책임성·경영 투명성 등 경영활동 전반에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제약바이오CSR연구회는 국내 제약기업의 CSR 인식 개선과 저변 확대라는 목표를 내걸고 등장했다. 국내 제약기업 중 CSR팀을 보유한 유한양행·한미약품·동아제약·일동홀딩스 등 4개사를 비롯해 현재 15개 제약바이오기업이 회원사로 가입된 상태다.

10일 히트뉴스는 다음 달 정식 출범을 앞둔 CSR연구회의 회장인 오세권 한미약품 CSR팀장과 강성만 유한양행 CSR팀 과장, 김경태 동아제약 CSR팀 부장, 김준형 일동홀딩스 CSR팀 과장을 만나 CSR연구회 발족 배경과 국내 제약기업 CSR의 한계·지향점 등 CSR 이슈에 대해 질문했다.

(왼쪽부터)오세권 한미약품 CSR팀장, 김경태 동아제약 CSR팀 부장, 강성만 유한양행 CSR팀 과장,정호상 동아제약 CSR팀 과장, 김준형 일동홀딩스 CSR팀 과장
(왼쪽부터)오세권 한미약품 CSR팀장, 김경태 동아제약 CSR팀 부장, 강성만 유한양행 CSR팀 과장,정호상 동아제약 CSR팀 과장, 김준형 일동홀딩스 CSR팀 과장

-먼저 주요 업무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세권 한미약품 팀장 "한미약품 CSR팀은 크게 지속가능경영 지원분야와 사회공익 분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경영 분야 업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관리,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인 CSR 보고서 발간, ISO 22301(비즈니스 연속성 경영 시스템) 인증 관리, CSR위원회·hEHS(환경·보건·안전)위원회 운영 지원 등이 있습니다. 사회공익분야 업무는 모금·기부, 북한 등 의약품 지원, 자원봉사, 참의료인상 시상, 임직원 참여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요약됩니다.

2017년부터 CSR 내재화·고도화를 위한 CSR위원회를 자체 신설했는데요. 위원장인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운영되고 있습니다. CSR위원회에서는 한미약품의 CSR·지속가능경영 등 다양한 이슈를 파악해 CSR과제 선정·운영 실태·주요사항 등을 논의합니다. 또 기부금·지원 등 관리방안을 규정으로 명문화해 투명한 사회공익활동을 동시 추구해나가고 있습니다."

강성만 유한양행 과장 "유한양행 창업주인 故 유일한 박사님은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래인재 양성과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유한학원과 유한재단을 설립했습니다. 1971년 영면하시며 두 재단에 전 재산을 기부하신 덕분에 현재 유한양행의 최대주주는 유한재단·유한학원이며, 기업 이윤이 두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유한만의 영속적인 사회공헌시스템이 만들어졌습니다.

유한양행 CSR팀은 2017년에 조직돼 4명의 팀원으로 운영 중이며, 창업자 정신을 조직과 사회에서 아름다운 가치로 실현한다는 사명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이정희 사장님이 취임한 이후 재단·학원을 통한 구조적 사회공헌을 넘어 기업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역할 확대와 임직원들의 실천적 사회공헌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우리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2017년 CSR팀이 생긴 이래 국민건강·행복사회·미래희망 등 3분야로 나눠 지역사회와 함께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봉사단 활동과 매달 기획형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올해 기준 28개 봉사단 500여명 봉사자들이 교육·스포츠 멘토링, 정서 지원, 반찬 배달 등 다양한 자원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아울러 동작구와 함께 청소년 대상 유일한청소년아카데미 프로그램이나 지역복지관과 함께 어르신 건강증진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활발한 자원봉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밀착 사회공헌 사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진정성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사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경태 동아제약 부장 "동아그룹은 청소년·청년 대상 사업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1998년부터 시작돼 올해 22년차를 맞이한 '대학생 국토대장정'이 대표적인데요.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환경사랑 생명사랑 교실'과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급식 '밥퍼나눔운동', 장애인·비장애인의 만남 '동아 멘토링 멘토·멘티', 노인종합복지관 노인들에게 매주 수요일마다 박카스를 무료 제공하는 '박수데이'(박카스와 함께하는 수요일), 매년 실시해 수익금을 전액 기부하는 '사랑나눔바자회' 등 다양합니다. 이외 수석문화재단 장학금 지급, 함춘동아의학상·약사금탑상 등 학술지원사업, 마로니에 전국여성 백일장 등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육군 51사단과 1사1병영 자매결연 협약을 맺어 박카스 등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특히, 12월 1일 창립기념일을 앞둔 지난 달에는 그룹사 전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사랑나눔 캠페인 '함께 성장'을 전개했는데요. 현재 전 그룹사 활동 내역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로 정리 중입니다. 이 외 CSR 국제표준인 ISO 26000 인증도 준비 중입니다."

김준형 일동홀딩스 과장 "일동제약그룹이 설립한 송파재단을 통해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일동제약과 함께하는 마티네콘서트'를 통해 문화예술활동도 지원합니다.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많이 합니다. 

사실 일동그룹은 유엔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가 발표한 'UN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UN SDGBI)에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ISO 26000이나 ISO 22301도 중요한 인증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UN SDGBI 중요성도 최근 커지는 추세입니다. 우리는 UN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봉사활동과 사회공헌활동을 분리해 CSR을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제약기업 가치와 연계되는 CSR의 방향은요?

강성만 유한양행 과장 "CSR은 업과 연관된 일을 최대한 많이 진행하려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미치료 영역의 신약 개발은 당연하죠. 유한양행은 최근 항암제 기술수출 등으로 R&D 성과를 보이며 글로벌 신약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연관돼 국민 건강증진을 위한 CSR프로그램 운영도 함께 고려하고 있습니다. 제약업이 가진 자원과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고, 기업 미션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건강증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약업 특수성 때문에 여러 법적·제도적 규제들이 많아 CSR프로그램 기획 시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의약품 지원이나 의료봉사 등의 영역은 목적·효과가 분명하다면 규제완화를 통해 건강 분야의 사회공헌활동을 촉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태 동아제약 부장 "비타민·유산균 등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모든 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업과 관련된 지원은 건기식보다 일반의약품 니즈가 더 많습니다. 제약산업이라서 '제약'이 많은가요(웃음). 이 부분을 법·제도적으로 완화해준다면 더 열린 CSR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세권 한미약품 팀장 "CSR은 기부·봉사만을 얘기하는 게 아닌 기업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특히 국내외 모든 제약기업은 좋은 약을 만들어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사회적 소명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에 신약개발이 가장 큰 CSR이자 목표가 될 것입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환경·인권·노동·공정거래·지역사회·소비자·지배구조 등으로 CSR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CSR은 이해관계자 기반 기업 경영활동으로, 신약개발을 통해 인류 건강에 기여하는 제약기업에는 그 뿌리에 해당됩니다 .

아쉽게도 국내 제약기업은 CSR에 대해 'CSR=봉사+기부=비용'이라는 잘못된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CSR 1.0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윤리적이거나 불법 행위를 기부·봉사로 가릴 수 없는 것처럼 봉사·기부만으로 경영활동이 건강하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CSR 인식 전환은 CSR의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라고 봅니다."

김경태 동아제약 부장 "동아제약 CSR팀이 2014년 처음 신설될 당시만 해도 'CSR이 뭐야?'라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회사 내부·외부 인식 개선만 3년 넘게 걸렸는데요. 불과 2~3년 전만 해도 CSR팀이 있는 기업은 2~3여곳밖에 없었는데 점차 인식 개선이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ISO 인증은 돈·시간·노력을 많이 쏟아야 하는데 우리는 왜 할까요? 글로벌화가 돼야만 CSR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인식 개선이 가장 중요합니다." 

강성만 유한양행 과장 "CSR은 크게 1.0, 2.0, 3.0으로 구분돼 그 발전·트랜드가 설명되는데요. 이러한 구분법이 일반화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들이 일부 방향으로 유행처럼 쏠림현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분야·주제로 구분짓기보다는 다양성과 방법의 진일보함을 통해 기업 역할을 확장하고, 사회와 공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경태 동아제약 부장 "어떤 교육을 받으러 갔는데, CSR 3.0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떤 임원이 저에게 '너도 이런 것을 시도해봐라'고 제안했는데 사실상 사회 변화는 쉽지 않습니다. 사회문제와 관련한 시도는 정말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데 제약산업은 그런 게 힘들죠."

-제약바이오CSR연구회를 소개해주세요

오세권 한미약품 팀장 "제약기업 CSR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영역으로 진화 중이며, 시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약바이오CSR연구회가 2여년간의 준비를 마치고 2020년 1월 정식 출범합니다. 국내 제약기업 CSR 인식개선과 저변확대를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됐는데요. 우리 연구회는 회원사 담당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과 더불어 회원사간 네트워크 활성화로 국내외 CSR 동향·정책 등 여러 최신정보를 공유해 대한민국 신성장동력인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현재 회원사는 15개사가 가입된 상태로, 모집을 한참 진행 중입니다. 기업별 못하는 부분과 잘하는 부분을 공유하며 동반 성장하자는 취지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지원을 약속한 부분도 있습니다. 같이 발전하자는 의미로 우리 연구회는 연중 항상 열려 있으니 많은 기대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김경태 동아제약 부장 "CSR연구회 목적은 혼자서 못하는 부분을 함께 기획·진행하고, 힘을 모아 함께 성장하자는 데 있습니다. 내년부터 연구회 활동이 무척 활발해질 예정입니다."

오세권 한미약품 팀장 "타산업에서는 CSR모임이 없는 것으로 압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최초인 셈이죠. 회원사간 문화예술·체육 등 CSR 니즈는 충만한 상태입니다. 각사마다 잘하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데요. 그 부분을 서로 보완해 동반 성장하는 게 우리 연구회 목적입니다. 사회 인식 개선을 비롯해 담당자 역량을 키우는 사업, 각사 의견을 종합해 진행하는 활동 프로그램, 필요에 따라 진행되는 브레인스토밍 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워크샵도 진행할 계획입니다. 워크샵은 봉사활동 형태일 수도 있고, 단독 혹은 보건의약단체와 조인할 수도 있습니다."

-각 기업에서 계획하는 CSR이 궁금합니다

오세권 한미약품 팀장 "CSR은 내부 혁신이며 소통이자 기회입니다. 그간 구축된 지속가능경영 인프라를 활용해 CSR 고도화를 달성하고자 합니다. 우선 전사적인 EHS 전략·관리방안 프로세스를 내년 1분기까지 개선할 예정입니다. 환경·보건·안전 분야 선진화를 통해 건전성을 강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기업문화를 조성해 미래 건강을 지켜나가겠습니다. 또 우수 협력사를 선정하고 포상·치하하는 등 협력사와의 상생협력 모델(협력사 공정경쟁 가이드라인 제정)을 내년 5월 구축해 소통할 계획입니다. 끝으로 취약계층·문화예술 분야 지원을 통해 건강의 참 의미를 실천하는 국내 대표 제약기업으로 공고히 서겠습니다."

김경태 동아제약 부장 "ISO 26000 인증을 내년 집중할 계획입니다. 특히 동아제약에는 '박카스, 풀려라 자원봉사'라는 순수 봉사동아리가 있는데요. 문화공연예술 봉사단체와 협력해 청년들을 지원할 계획이 있습니다. 아울러 기존 임직원 자발적 기부를 좀 더 재밌게 기획해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입니다."

강성만 유한양행 과장 "유한양행에는 임직원들의 자발적 봉사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임직원이 1800여명인데, 봉사인원만 1000여명가량 됩니다. 임직원 봉사활동이 축소돼가는 분위기지만, 우리는 자원봉사가 사회공헌의 튼튼한 뿌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직원들도 건강한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을 배워갈 수 있고 기업의 정신적 뿌리도 이해할 수 있으며 기업의 사회공헌에 진정성 있게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조직의 문화적 뿌리를 바탕으로 국민 건강 등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연구·기획해나갈 예정입니다. 유한양행에게는 CSR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기업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국민기업에 걸맞는 유한다운 CSR을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김준형 일동홀딩스 과장 "일동그룹은 최근 미세먼지와 관련한 특이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원SDGs협회 및 KT·CJ대한통운·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유니클로(FRL코리아)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미세먼지 마스크 시판·기부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미세먼지 저감 캠페인을 한참 진행 중입니다. 많은 기업이 좋은 활동을 펼치는데, 우리는 독특한걸 해봐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 CSR은 예산도 적고 할 수 있는 활동도 법·제도적으로 제한적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추진됐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내년 열리는 유엔경제사회이사회에 의견서도 제출할 계획입니다.

끝으로 무리한 이윤 추구를 지양하고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일동제약 창업 이념입니다. 저는 기업 성장 없는 CSR은 없다고 봅니다. 기업과 사회가 동반성장하는 방향으로 CSR은 계속 발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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