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환자단체 시각차 뚜렷...정부 "사회공헌 활동 전향적 검토"

[종합] 정춘숙 의원 & 히트뉴스, 제약기업의 CSR 정책토론회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개선과 더불어 환자 목숨을 구하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제약바이오산업 고유활동은 명확한 CSR(사회공헌활동)이다."

강혜영 연세대 약대 교수는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제약기업의 CSR 현주소 진단과 발전방향'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기업 본연의 활동이 왜 CSR이냐'는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강 교수는 "합법·윤리적으로 기업을 운영해 개발·생산된 제품·서비스가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때 해당 기업은 CSR을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며 "자율주행차·분유 등이 그 자체로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하는 CSR이라면, 제약기업의 경우 목숨을 구하는 CSR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제약기업의 CSR 현주소 진단과 발전방향' 국회 정책토론회 패널토론
'제약기업의 CSR 현주소 진단과 발전방향' 국회 정책토론회 패널토론

히트뉴스가 주관하고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제약기업의 CSR 현주소 진단과 발전방향' 국회 정책토론회가 10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CSR은 영리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이 그 기업이 속한 사회 전반에 책임을 다하는 활동으로 정의된다. 토론회 첫 연자로 나선 이준희 딜로이트안진 사회적가치전략센터 이사는 '통합 관점에서 본 제약기업 CSR' 주제발표에서 "국내 제약사 CSR이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려면 전략·추진체계·사회공헌·커뮤니케이션 등 각 영역에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CSR 기획과 반부패 인증·컴플라이언스를 각각 따로 하는건 올바른 방향으로 보기 어렵다"며 "의사결정구조가 변해야 CSR 기반 가치 창출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제약사 CSR 활동 기사에서 기업명을 가리면 어느 회사인지 알 수 없다. 기업은 마케팅 차원이 아닌 사회적 가치를 소통하기 위해 CSR을 하는 이유와 보유한 제품이 CSR을 통해 어떤 가치가 되는지도 함께 알려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강혜영 연세대 약대 교수는 '제약기업의 CSR 현황과 일반인들의 인식'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이날 강 교수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후원을 받아 일반인·환자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CSR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제약기업 CSR(사회공헌활동)에 대해 일반인·환자들은 미치료 영역의 혁신 의약품 개발과 신약 연구개발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제약기업의 CSR에 대한 일반인 인식은 뜻뜨미지근하지만, CSR 경험자는 CSR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며 "기업들은 대중이 CSR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전략을 적극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숙 한국애브비 상무는 '글로벌 제약회사 사례와 국내 제도적 환경' 주제발표에서 "글로벌 제약사에서는 건강한 삶을 제공하고 미래 의료비 상승을 막는 해결책이 된다는 이유로 혁신 의약품 개발을 대표적인 CSR로 꼽는다. 47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초기 임상연구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미치료 영역의 의약품 공급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CSR에 대해 환자단체가 갖는 기대와 한계점도 조명했다. 환자들은 제약사 CSR에 대해 의약품 무상공급과 환자 약제비 지원사업 활성화·비영리재단을 통한 투명한 기부를 기대하는 반면, 일반인들은 마케팅 프로모션·환자 유인행위·낮은 접근성 등 부정적 시각을 보이는 점을 지적했다. 

김 상무는 제약사 CSR 성과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CSR에 대한 사회적 관심·성과 인식에 대한 공감대 확산과 상호 이해·존중을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이해관계자간 성숙한 파트너십 활성화, 업에 연계한 CSR 장려 정책과 제도적 지원·환경 조성 등을 제안했다.

주제발표 후 패널토론에는 정재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서기관과 김명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가 참여했다. 

정재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서기관은 단순한 의약품 연구개발 외 CSR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인식 제고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CSR을 단회가 아닌 지속적·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명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오해가 없는 범위와 법안에 저촉되지 않는 부분에서 (의약품 무상 공급 등 제약회사 CSR 활동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과장은 "환자 입장에서 신약 연구개발·의약품 무상공급 등이 진정한 의미의 제약사 CSR"이라며 "규제기관으로서 암·희귀난치 질환 등 취약계층 환자들이 의약품을 하루빨리 공급받을 수 있도록 조건부허가 제도 등 개발 주기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면서 "의약품 무상공급과 관련해 약사법 등 일부 한계는 있으나, 이러한 점도 전향적으로 풀어나가겠다"고 했다.

이은영 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혁신 의약품 연구개발·지원이 CSR 범위에 포함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이 기업 이윤보다는 공익적 부분이 더 크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제약사 존재 목적·고유 활동에 비춰볼 때 100% 사회공헌이라는 점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이사는 "약제비 지원의 경우 다소 음성적으로 진행하는 듯 보인다. 투명하고 양성적으로 진행해줬으면 한다. 기업마다 약제비 지원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른데, 공통된 기준과 가이드라인으로 투명하게 운영했으면 좋겠다"며 "제약사들의 CSR을 환자들이 한 눈에 살펴 볼 수 있는 사이트·어플 등이 존재했으면 한다. CSR을 더 많이 알리고 홍보해줘야만 환자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제약산업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 국민 건강·생명을 위한 의약품 공급이 본질적인 존재 이유"라며 "글로벌사와 국내 제약사는 약간의 시차가 있다. 2019년은 기술수출 30년·신약개발 20년의 해였다. 신약 개발을 도전하는 과정에서 리베이트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며 이전에는 윤리경영에 대한 반성·노력이 CSR에 많이 집중됐는데, 이제는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CSR로 넘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 상무는 "특히 제약산업은 우리나라에서 국민산업으로 명명된다. 많은 기업이 신약개발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해 영업이익 손실을 감수하면서 전체 매출의 20~25%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ISO 37001을 도입해 글로벌로 진출하고 있다"며 "개별기업의 CSR 외 제약사 책임이 없는데도 사회적 책임 연대의식 차원에서 기업에 분담금을 납부하게 하는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 제도도 운영한다. 매출 손실을 감수하며 퇴장방지의약품 제도도 운영 중"이라고 했다.

이 상무는 또 "국내 제약사 기부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은 반성한다. 그런 의미에서 희망적인 부분은 내년 1월 제약바이오CSR연구회가 정식 출범한다는 것이다. 연구회를 통해 기업별 CSR이 정리·공유되고 글로벌사와 국내 기업간 파트너십이 형성된다면, 2020년은 나름 한국제약바이오 CSR의 전환점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이 상무는 "국내 기업과 글로벌사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신약 공동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파트너십이자 올바른 CSR 방향이 될 것"이라며 "제약사 CEO들도 CSR 담당자들이 겪는 조직·예산 등의 애로사항을 인식하고 연구개발·윤리경영·글로벌 수준의 CSR에 적극 참여해달라. 2020년부터 협회에서도 그런 활동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배시내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이사는 플로어 질의에서 의약품 무상공급을 CSR을 하고 싶어도 위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제약사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고 했다. 배 상무는 "의약품 무상공급은 3년 전만 해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법안까지 발의해놨다. 사회적 인식이 많이 좋아진 상황이며 제약사에서도 최대한 투명하고 성실하게 진행하려고 한다"며 "전향적으로 조금씩 폭을 넓혀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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