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 신설…"IT 활용해 오픈이노베이션 펼칠 것"

[Hit-check] 글로벌 제약사의 디지털 헬스케어, 그리고 국내 협업②-김원필 한국노바티스 혁신사업부 전무

혁신(innovation).

미디어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회자되는 단어다. 그러나 자칫 잘못 사용되면 실체가 없는 단어로 들리기도 한다. 또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건 아마 ‘혁신’이라고 명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숙박공유사이트 ‘에어비앤비’, 모바일 차량 이용 서비스 ‘우버’가 등장했을 때, 우리는 ‘혁신’이라고 명명하면서도 이것들을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정착시킬 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리고 각종 규제로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제약산업에도 개방을 통한 혁신(open-innovation)이란 단어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웨어러블 기기 등과 함께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여전히 제약산업에서 혁신의 형태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구체적인 모습을 찾아보긴 어렵다. 이런 와중에서 노바티스는 ‘혁신’이라고 명명하며 자체 사업부를 출범했다.

히트뉴스는 노바티스의 혁신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김원필 전무를 만나 노바티스가 IT 기술을 통해 그리는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또 제약산업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는 어디까지 왔는지를 들어봤다.

김원필 한국노바티스 혁신사업부 전무

-전무님 명함에 사업부 이름이 ‘혁신’이라는 게 흥미로웠어요. 사업부 소개 좀 부탁드려요.

“오픈이노베이션, 디지털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IT 기술을 활용한 업무 효율화로 설명드릴 수 있습니다.

전통 제약사는 신약 개발에 집중해 왔어요. 이젠 제약사도 헬스케어 전반의 시스템을 이해해야 합니다. 치료제 개발뿐만 아니라 진단, 모니터링 등 치료제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어야 합니다. 제약사의 역할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것이죠. 이를 위해선 IT 기술 등을 활용해야 하는데, 분명 외부와 협업이 필수적이겠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저희 부서는 노바티스의 치료제가 적재적소에 쓰일 수 있도록 국내 기업과 협업 접점을 찾을 겁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을 생각해 볼까요? 각종 소셜 미디어(페이스북, 유튜브, 포털, 인스타그램 등)가 등장하며, 대중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가 다양해 졌습니다. 이런 미디어에 맞는 정보 소통 능력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의료진이 주는 정보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젠 환자들이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질환이나 약물 정보를 얻고 있어요. 이런 채널을 통해 의료진, 환자와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내부적으로 IT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가령 자동화 도구(tool)나 인공지능 기술 등을 활용해 회사 내부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죠.”

-4차 산업혁명, AI,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가 무엇인지는 알겠어요. 하지만 이들이 헬스케어 산업이 들어왔을 때,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아직도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AI, 빅데이터, 웨어러블 기기 등의 기술로 헬스케어의 혁신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다소 모호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특히 사회 제반 조건이 ‘혁신’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지만 혁신 산물이 나올 텐데, 쉽지만은 않은 문제죠. 가령 뛰어난 기술로 헬스케어 데이터를 아무리 축적한다고 해도, 이를 활용할 법적 기반이 없다면 무용지물이잖아요. 아직 헬스케어 산업에선 이런 과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다고, 혁신이 멈춰 있는 건 아닙니다. 웨어러블 기기를 살펴볼까요? 이전에 맥박수 정도만 측정하던 기기가 혈압, 혈중산소농도,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됐고, 이를 규제기관(FAD 등)에서 승인하고 있어요. 이런 환경 속에서 핵심적인 의료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사실 아직 감이 잘 오지 않는 건 왓슨 등으로 대표되는 AI 프로젝트 때문이에요. 마치 AI가 의료진을 대체할 것만 같았는데, 현재까진 어떤 혁신이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맞아요. 아직까지 헬스케어 분야에서 인공지능 프로젝트가 비즈니스 모델로써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준 건 없죠. AI 분야도 다양한 접근법이 있어요. 핵심은 ‘AI’가 아니라,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정의하는 거에요. 이를 위해서 AI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고민해야 하겠죠.

AI를 활용하려면, AI의 특성과 이 기술이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우리가 설계한 해결책에서 AI가 어떤 부분에 활용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건 ‘인간’이 해야 할 일입니다."

-무슨 뜻인지는 이해는 하겠지만. 아직도 다소 모호하게 들려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주신다면요?

“이미지 분야에서 인간의 시각을 뛰어넘는 AI의 능력이 있어요. 사람이 볼 수 있는 시각적 영역보다 AI가 볼 수 있는 시각적 영역이 더 넓어요. 이런 상황에선 인간이 그 동안 고려할 수 없었던 요소를 AI를 통해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게 되겠죠.”

-AI를 보면 아직도 혼란스러워요. 미디어에 비친 AI는 인간보다 매우 뛰어나 보이기도 하지만, 가끔 어린아이도 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잖아요.

“AI는 인간의 발전 양상과 달라요. 그래서 특정 영역에서 고도의 교육을 받은 인간보다 더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해요. 하지만 특정 상황에선 어린아이도 하지 않는 실수를 하기도 해요. 특히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이런 AI의 양면성은 위험하기도 하죠.

현재 AI는 헬스케어 ‘보조원(assistant)’ 입니다. 그래서 인간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현재의 AI 기술중 인간보다 뛰어난 영역은 극대화하고, 인간이 하지 않는 사소한 실수를 걸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러한 기법은 이미 현재의 기술로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고요. 결국 모든 해결책의 최종 판단은 AI가 아니라 인간이 하는 겁니다.”

-국내 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을 활발히 펼치겠다고 하셨는데요. 국내 스타트업에서 어떤 잠재력을 보셨나요?

“최근 국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이미 의료 생태계(병원, 제약사 등)와 접점을 이루고 있어 놀랐습니다. 아직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나온 건 아니지만, 이전 생태계보다 큰 발전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신다면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축적한 데이터를 보여주는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현재는 국내 스타트업은 (축적된 헬스케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플랫폼을 구축해 매칭 작업을 합니다. 일종의 데이터 전송자 역할을 하는 겁니다. 최근 제가 만난 업체는 데이터를 통해 일종의 ‘판단’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이밖에 어플리케이션(앱) 자체가 하나의 치료제가 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어요.”

-앱이 치료제가 된다는 게 새롭네요.

“특정 앱이 임상시험을 거쳐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고 있어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화학·생물학적 물질이 아니라 앱 자체가 치료제가 될 수 있는 ‘디지털 치료제’가 속속 등장하고 있어요. FDA에서는 이미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죠.”

-노바티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환경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요?

“새로운 연구에 디지털 요소를 도입하고 있어요. 임상연구부터 마케팅까지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접목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 도입하고 있어요. 그 일환으로 너브 라이브와 센스 브릿지라는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고요.”

-국내 기업과 어떤 형태의 협업을 원하시나요?

“노바티스 글로벌 프로젝트 ‘바이오미’에 국내 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한국노바티스에 피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요. 역으로 국내 스타트업이 노바티스에 제안을 줄 수 있는 창구로 저희 사업부를 이용해도 됩니다.

바이오미는 일종의 인큐베이션 프로그램인데요. 바이오미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헬스케어 문제를 새로운 기술 동력을 돌파해 나가자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어요.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봐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글로벌 무대를 진출하기 위해 갖춰야할 요건에 대해 조언해 준다면요?

“생각보다 국내 기업이 언어장벽, 네트워킹 등의 문제로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큰 것 같아요. 비용대비 효과를 정확히 따져, 국내시장과 글로벌 시장 중 어디에 역점을 둘지 판단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이 독자적으로 하고자 하는 ‘정신’은 존중해요. 다만 지금과 같이 글로벌 제약사가 나서서 도와주겠다는 분위기에서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협업 포인트를 빨리 찾아야 합니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기술 혹은 아이디어와 숙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돼요. 제 경험담이기도 하고요.(웃음) 마치 다시는 이런 기술이 나오지 않을 것만 같거든요. 이런 생각에 매몰되면 실패하기 십상이에요. 생각보다 세상엔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가 넘쳐나지 않거든요. 올바른 방향성을 세우고, 주변 사람의 도움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요.”

*김원필 전무는 누구?

현, 한국노바티스 혁신사업부 전무 

전, 삼성 SDS 애자일코어팀 혁신사업부 책임자

전, 영국 BT(British Telecom) 컨설팅 서비스 책임자

런던 정치경제대학교 정보 시스템 설계 및 관리 석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