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등 '불법리베이트'로 제재할 수 없어
도매-제약간 리베이트 규제 필요성 빌미 돼

지난 6일 '모 도매유통사 대표 A씨'가 40억 원 안팎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와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둘러싸고 3000억 원대 입찰 담합 과정에서 리베이트 명목으로 제약업체 경영진에게 10억 원 규모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외 검찰은 지난달 제약사와 도매유통사 10여 곳을 압수 수색하면서 H백신 본부장 B씨와 타 도매유통사 운영자인 C씨가 백신 입찰 담합과정에서 2억 원 내외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혐의 등을 잡고 구속해 수사 중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수수 사건들은 모두 의약품 공급자(제약 및 도매)와 요양기관(의료기관 등) 관계자가 주고받은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것은 이제까지와 달리 도매유통업자가 제약사 관계자에게 독점력이 강한 백신 물량을 원활히 공급받기 위해 고액의 리베이트를 줬다는 혐의다.

모든 거래에서 힘의 균형이 깨지며 '갑을' 관계가 성립되는 자리에는, 어김없이 리베이트는 항상 아무도 모르게 주위를 맴돌다가 부지불식간 그 사이를 비집고 재빨리 스며든다. 이놈은 큰 정치판에서부터 작은 이해관계 판까지 가리지 않는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언제나 어디서나 고금동서(古今東西)에서 그래왔다. 여간해서 잡기 힘든 놈이다.

오죽했으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ISO 37001'이라는 반부패경영시스템까지 개발해 세계 모든 나라에 보급하고 있겠는가. 우리나라도 지금 이 시스템 도입이 유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도매유통사가 제약사 경영진에 건네 줬다는 '리베이트' 건의 죄목은 무엇일까.

약사법상 '불법 리베이트'에 해당될까? 불법 리베이트를 규정하고 있는 약사법 제47조(의약품등의 판매질서)제2항은, 의약품공급자(제약·수입 및 도매상)가 의료기관·약국 및 한약국의 관련자 등에게 제공한 '경제적 이익 등'만 규제하는 것이므로, 앞의 사건은 약사법상의 불법 리베이트는 아니라고 본다.

세칭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청탁금지법)'에 저촉될까?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인 '공직자 등'과  관계가 없으므로 이 법률로 단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러면, 형법 제129조 내지 133조에서 정하고 있는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의약품 도매사업자와 제약사 경영진은 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뇌물죄의 주체가 아니므로 적용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죄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형법 제335조 제2항의 '배임'뿐일 것 같다.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배임'이, 본 '리베이트 사건'의 행위와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새롭게 불거진 도매사업자와 제약사 경영진 간 리베이트 수수 문제는 도매유통업계에 불길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 같다.

도매와 제약 간에 발생되고 있는 리베이트 문제도 약사법 제47조의 입법취지인 '의약품등의 유통 체계 확립과 판매 질서 유지'에 반하는 사항이므로, 이것도 규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이 점을 필히 유념해야 할 것 같다.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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