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업 활력 유망분야 선정...개념·제도 아직은 미비
관련 학회 "의약품처럼 유통, 처방돼야"

식약처를 포함한 정부 관계부처들이 식품산업 활력을 돕겠다며 '메디푸드(Medi-Food, 의료식품)' 육성에 나선다. 식품공전 분류체계를 개편해 특수의료용도식품을 독립된 식품군으로 한 단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질병에 효능·효과가 있는 음식'이나 치료용 목적의 식품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있다. 일각에서는 식품처럼 생산하되 의료인의 관리와 보험적용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존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중분류에 있었지만, 향후 독립된 제품군으로 상향될 예정이다.(사진=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특수의료용도등식품)
기존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중분류에 있었지만, 향후 독립된 제품군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사진=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특수의료용도등식품)

특수의료용도식품은 '정상적으로 섭취, 소화, 흡수 또는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환자 또는 질병이나 임상적 상태로 인해 일반인과 생리적으로 특별히 다른 영양요구량을 가진 사람의 식사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신할 목적으로 이들에게 경구 또는 경관급식을 통해 공급할 수 있도록 제조·가공된 식품'을 말한다.

시장규모는 그동안 추산된 자료가 없지만 생산액을 보면, 2017년 631억 원으로 2013년 대비 47.4% 증가해 연평균(2013~2017년) 10.2% 성장세를 보였다.

정부는 4일 '식품산업 활력 제고 대책'을 관계기관 합동으로 발표했다. 5대 유망분야 중 하나인 '맞춤형 · 특수 식품'에 '메디푸드'가 포함됐다. 세계 메디푸드 시장은 연평균 6.9% 성장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등으로 재가(在家)식 등 관련 식품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따라서 식품공전 분류체계를 개편하고, 제품개발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질환 맞춤형 시장 형성을 촉진하기로 했다.  

우선 시장의 확장성을 반영해 특수의료용도식품을 독립된 식품군으로 상향 조정하고, 식단제품에 질환명 표시가 가능하도록 '식사관리용 식단제품' 유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재가식 메디푸드 제품 및 소재 개발을 지원하고, 식품?영양성분 공공 DB를 확충해 민간에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제품 출시를 유도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정부부처 합동 보도자료로 배포된 '메디푸드' 분야의 주요 대책 요약

식약처 관계자는 "그동안 조제식품의 개념으로 성분을 조합해 만든 음식이였다면, 분류군을 확장해 도시락 형태의 간편식과 집에서 조리하는 형태 등 다양한 제품이 특수의료용도제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식사관리용 식품의 수요가 있어서 질환명을 표기하는데 이는 질병의 효능·효과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질환자의 복용 편의를 돕기 위한 안내다. 의약품처럼 효능·효과 수준을 바라면 안된다"고 했다.

식품업계와 연구자들은 일단 긍정적인 반응이다.

국내 첫 특수의료영양식(특수의료용도식품 근원)인 '그린비아'를 출시한 정식품은 "현재 국내 특수의료용도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성장률이 높지 않고 업체들 사이의 출혈경쟁만 심한 상황"이라며 "규제에만 머무르지 않고 긴밀한 협의를 통해 재정비된다면 품질 경쟁력도 오르고 다양한 제품개발을 촉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도 "R&D 지원을 활발히 하겠다니 좋은 취지"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특수의료용도식품을 미국 · 유럽 시장처럼 식품으로 생산하고 의료인의 관리와 보험적용 등 약품처럼 유통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지난달 15일 KFDC 법제학회 추계학술대회 '의료용 식품(Medical Foods)의 현재와 미래'의 '국내 의료용식품의 국내 현황 및 제도개선 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었다.

미국 · 유럽에서 환자용 식품은 의료보험이 적용되나 일본은 의약품만 의료보험을, 식품은 식대보험을 적용한다. 한국도 일본처럼 의약품이면 의료보험을, 특수의료용도식품처럼 환자용 식품이면 식대보험에 적용된다. (사진=서정민 교수 발표자료)

서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 · 유럽처럼 의료용 식품이 약품과 식품의 중간에 독립된 영역이어야 한다. GMP와 HACCP 등 철저한 관리 하에 생산돼야 하고, 의료인의 관리와 보험적용 등 약품으로 유통돼야 한다"고 했다.

불만도 있다. 한 대학병원 외과 교수는 "정부는 식품으로 보는 시각이 뚜렷하고, 질환명이 붙는다는 점 외에 의사가 처방을 해야하는 분류는 아니라서 달라지는 건 없을 것 같다"며 "의료현장의 혼선을 제대로 파악한 정부 육성책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의료계가 생각하는 메디컬 푸드는 고령친화식품이나 펫푸드와 동급으로 취급받는 맞춤형 특수식품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정부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업계 관계자는 "산업을 북돋으려는 목적이지, 특수의료용도식품에 대한 법률적 정의는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데이터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국내에서 특수의료용도식품의 개념과 제도 정비가 부족하다고 지적받는 이유는 특수의료용도식품이 식품위생법 하위 법령에 있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건강기능식품은 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단독 법안으로 떨어져 나왔지만, 특수의료용도식품은 그렇지 않다.

규제도 많다. 관련 법령을 보면, 식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거나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는 금지됐다. 다만 특수의료용도 식품에 한해 2016년부터 광고에 특정 질환명을 명시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10월 식약처는 특수의료용도식품에 '의약품 및 건강기능식품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반드시 표기하게 했다. 대신 광고에는 특정 질환명 표기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도식품, 메디컬 푸드라는 이름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의학적 개념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지만, 실제 정의는 그렇지 않다. 영양요구가 특별한 질병을 앓는 환자의 영양 보충을 위한 식품"이라고 해명했다.

개념과 제도 정비, 의료 현장과의 논의가 필요한 특수의료용도식품. 산업 발전도 좋지만, 정책적 혜안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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