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업의 본질 · 역할로 돌아가 생각해봐요"

요즘 학생들은 '미래에 사라질 직업'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나 봅니다. 숙제로요.

네이버(NAVER) 지식iN에 이 키워드를 검색하면 4665건이 나옵니다. 그런데 '미래에 사라질… 약사'를 찾으면 284건이 나오더군요.

자신을 중학교 1학년이라고 소개한 질문자는 "20년 뒤 약사 직업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글을 통해 "전 꿈이 약사밖에 없습니다. 미래 47%의 직업이 사라진다는데 그중 약사가 포함돼 두렵습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곧 온다며 미디어들은 "준비하라"고 엄포를 놓고 있는데요. 많은 사람은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발달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그 징후를 느낍니다. 

그런데 약국은 4차 산업혁명을 "우리 약국은 관련 없는 일", "하루하루 조제·복약 상담에 바빠 생각할 틈 없는 이야기"라고 느끼는 듯합니다. 약사법도 '약은 약사에게'라는 테두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약국만의 역할인 조제 · 복약 상담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거나 뺏길 일도 없을 것으로 생각하나 봅니다. 

알아차리지 못해 변화의 움직임을 놓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외국에서는 온라인 의약품 배송 서비스 '필팩'이 등장했고 온라인 쇼핑몰은 이를 1조 원에 달하는 금액을 주고 인수했습니다. 미국 환자들은 '필팩'을 단골약사로 느낍니다. 월마트 내 약국은 인건비가 부담돼 7시면 문을 닫습니다. 약국 경영이 어렵다는 의미죠. 미국은 원격진료도 상용화됐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굳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지 않아도 클릭 한 번에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TV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해 미래 사회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화두를 제시하던 정재승 카이스트(KAIST) 바이오·뇌과학 교수는 지난 5월 경기약사 학술대회와 11월 위드팜 상상-아카데미의 연자로 참여해 약사·약업계 관계자들에게 두 차례 '인사이트'를 주고 갔습니다.

정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우리를 둘러싼 오프라인 세상과 그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현상을 측정해 데이터화해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다. 궁극적으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완전히 일치하는 세상"이라고 지칭했습니다. 온라인 사용자를 학습하며 개인의 취향을 파악하는 AI도 등장했지요. 

그는 "10년, 20년이 지나도 기존 모습이 유지될까. 기술은 충분히 발전 가능한 특성이 있다. 누군가 스마트한 아이디어를 내면 기술이 이를 해결한다"며 "그래서 우리는 근본적인 고민을 하고,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업의 본질을 생각해보는 계기"로 만들자는 얘기였죠.

그렇다면 "약국은 무엇을 해야 할까, 약사는 무슨 역할을 하는 사람일까?" 고민해봅니다. 개인마다 그 답은 다르겠지만 약국과 약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약사 대신 기계가 조제하는 날이 올 텐데, 약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지역사회의 건강'을 책임지는 것이라는 게 정 교수의 의견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의 답은 이와 다를 수 있지요.

약국은 '약'을 달라고 하면 약만 주는 공간을 넘어서면 어떨까요. 약국 밖에 나가 환자를 만나거나, 지역 보건소와 주민을 돌볼 수 있고 단골의 데이터를 모아 약력을 관리할 수 있죠. 약사와 약국이 역할을 넓히거나 새로 만들어 문화와 기술을 꾸준히 받아들인다면, 사라지는 직업이 아니라 살아나는 직업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약국의 입지를 선제적으로 다지기 위해 개인이 아닌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자세를 취할 수도 있습니다. 옆 약국을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받아들여 함께 행동하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모이거나 약사회에서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습니다. 변화를 느끼고 대응하는 노력과 기술을 이용하는 약국을 돕는 비즈니스 등 새로운 약국 · 약사의 활동이 늘어나는 셈이죠.

누구에게나 미래는 불안한 영역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 당하거나 도태될 수 있습니다. 변화는 시작되고 있으니 이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때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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