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바이오의약품·융복합제품 개발 A to Z 교육'서 제안

이선희 이화여대 약대 교수

"첨단바이오의약품과 융복합제품 중 각자 기업에 맞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집중 투자해야 한다. 또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에 나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세계 수준에 맞는 자료를 준비하라. 무엇보다 리스크를 대비한 품질관리 계획과 커뮤니케이션을 염두에 둔 스토리텔링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이선희 이화여대 약대 교수(60)는 4일 이화여대 국제교육관에서 열린 '첨단바이오의약품·융복합제품 개발 A to Z 교육'에서 국내 바이오의약품 산업 위치·전망 주제발표에서 국내 바이오기업을 향해 이 같이 당부했습니다. 이 교수는 과거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장과 원장을 역임한 의약전문가로 올해 1월 공직을 마감하고 대학에 돌아가 후학 양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날 이 교수는 전세계 바이오헬스 산업을 진단하며 국내 바이오산업 역량과 비전·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한 맞춤형 첨단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이 가시화되며 성장·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 투자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장도 마찬가지로 성장 중이지만, 그 규모는 국내 의약품 시장의 10%인 2조2000억원에 불과합니다. 

"다른 나라는 50%인데 왜 우리는 10%밖에 안 되느냐. 초기 단계여서 그렇다. 개발은 많이 하는데 시장에서 잘 안 팔리는 상태다. 그렇게 개발을 많이 하는데 기술역량은 충분할까. 생명보건의료기술 수준 평가(2018년)에서 최고기술국인 미국과 우리나라는 약 3.8년의 기술 격차가 나타났다. 미국(100%) 대비 78% 수준이다. 그런데 줄기세포 치료제 기술은 2여년의 기술 격차를 보이며 85% 수준을 기록했다. 왜 그럴까."

이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승산이 높은 분야로, 모든 국가가 출발선에 서있는 상태나 다름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줄기세포 치료제는 다른 나라들이 늦게 참여한 분야로 나중에 대규모로 달려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확실한 성과를 내야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며 "어떤건 천천히 계속 가고, 어떤 건 빨리 추격해 선도하는 양면 작전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이오시밀러는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한 상태입니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LG화학 등 국내 내로라하는 바이오기업은 2세대 바이오시밀러의 3분의2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세계 2위·특허 점유율은 3위입니다. 지난해 기술수출 11건(5조3000억원) 중 바이오의약품만 7건(3조1000억원)입니다.

이 교수는 "해외에서 허가받은 바이오시밀러는 총 8개다. 이 바이오시밀러가 한국 바이오의약품 수준을 전세계에 알리며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며 "만일 어느 기업에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한다고 가정하면, 특허만료 기한을 타깃으로 잡아야 한다. 유럽의 경우 아바스틴(베바시주맙)·잘트랩(애플리버셉트)을 제외하고 오리지널 대부분 특허가 만료된 상태다. 이런 전략을 잘 고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바이오시밀러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는 한편,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은 또다른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빅파마 대비 신약 개발 자금력이 부족한 탓에 중간단계에서 기술 수출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병원 기반 산학연 협력도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은 좋지만 생산장비·원부자재는 고가 수입산(장비 국산화율 16.5%), 임상설계는 해외 임상대행업체에 의존하고 있습니다(외국사 점유율 70%). 연구개발 투자와 AI 신약개발 등을 수행할 전문인력도 부족합니다. 

바이오의약품별 당면 과제도 있습니다. 유전자재조합 의약품은 경쟁이 과열돼 있고, 오리지널 제약사의 진입제한 시도가 빈번합니다. 세포 치료제는 간접 효능 의존 등이 지적되며, 주가급등·조작 논란이 상당합니다. 유전자 치료제는 높은 비용·제품 단가와 고수준의 기술, 윤리적 문제 등이 상존합니다. 

국내 바이오헬스 규제 현황을 보면, 2013년 의약품규제당국자회의(IPRP) 바이오시밀러 WG 의장국으로 선정됐고, 2016년에는 국제의약품규제조화위원회(ICH) 6번째 회원국으로 가입했습니다. 올해 4월과 8월에는 각각 체외진단의료기기법·혁신의료기기지원법과 첨단재생바이오법이 제정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IPRP 바이오시밀러 WG 의장국은 순전히 셀트리온이 제출한 허가신청 자료 덕분이다. 타 기업은 1년 걸리는 자료준비를 셀트리온은 고작 6개월만에 해냈다. 들어보니 8시간마다 3교대로 준비했다고 한다"며 "우리나라는 바이오의약품 추격국가다. 기업 허가신청 자료가 괜찮아서 우리가 바이오시밀러 WG 의장국이 된 것처럼, 추격국에 속한 모든 기업은 셀트리온과 같은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이 교수가 제안한 수출전략은 ICH 옵저버(Observer) 32개국·IPRP 회원국·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국·세계보건기구(WHO) 194개국 등을 참고해 수출대상 관심국가를 선정하고, 정부에서 체결한 국가간 MOU를 활용하는 방안입니다. ICH 옵저버, 특히 지역대표인 6개국이 ICH 정보에 익숙해 거의 ICH 수준의 규제로 의약품 수입을 허가하는 상황을 적극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이 교수는 또 "APEC RHSC(규제조화센터 운영·규제조화 위원회)에서 우리나라가 바이오·약물감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상황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외 APEC 규제조화센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업을 홍보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산학관 제약교육 클러스터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기관마다 특화된 교육을 실시하는 게 우리가 살길이다. 한 군데서 모든걸 다하면 어렵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특화된 교육을 기관별로 따로 가져갔으면 한다. 규제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스토리텔링도 가능해야 한다. 누굴 만나든지 스토리텔링이 항상 머리 속에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약을 내 가족이 먹는다고 생각하며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논리적이며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며 "항상 솔직하고 정직해야 살아남는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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