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사후평가 반론...제약 "위험하고 무리한 시도"
의약품 사후평가 반론...제약 "위험하고 무리한 시도"
  • 김경애
  • 승인 2019.12.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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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방법 마련 공청회
박은영 팀장, 재정·성과기반 추진계획 발표
장우순 상무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조성"

[종합]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동일한 기준으로 이미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실시했다. 이를 지금 와서 다시 확인하겠다는 건 어떤 취지이며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이냐."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3일 오후 페럼타워에서 열린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번 공청회는 기등재약 재평가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앞서 발제자로 나선 박은영 심사평가원 약제평가제도개선팀장은 의약품 사후평가를 재정·성과기반으로 나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정기반은 해외약가·등재년차, 성과기반은 문헌 고찰·RWE(실제임상근거)를 활용할 계획이다.

패널토론자로 참여한 장우순 상무는 "결국 재정·성과기반 사후평가를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결론이어서 산업계 전체가 긴장과 공포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런 정책은 전문가 의견과 협조, 대국민·산업계 협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 문헌재평가로 얻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임상적 유용성 평가를 다시 한다는 것에 산업계는 반대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3일 오후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을 위한 공청회가 3일 오후 페럼타워에서 개최됐다

"고가 약제의 불확실성을 다룰 메커니즘 필요"

이날 토론은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이 좌장을 맡고 장우순 상무를 비롯해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최은택 히트뉴스 기자가 참여했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심사평가원에서 제시한 문헌재평가 방안이 합리적이며 타당한 근거를 가지면서 사회보험 급여 원리를 충실하게 반영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환자가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지, 지불 비용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등의 관점에서 체계적인 재평가는 꼭 필요하다. 특히 체계적인 심사체계가 없었던 과거에 등재된 제품이 적지 않다. 포지티브 시스템 도입 이후 등재된 제품은 나름 체계적인 절차에 의해 검토됐지만, 그 이전 제품은 그런 검토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평가기준이 많고 구체적이면 일견 타당해 보이고 모든 경우의 수를 포괄할 수 있겠지만, 불공평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가급적 평가기준은 단순하고 보편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제도 시행이 늦어지면 정책을 추진하는 쪽도 힘들고, 이해당사자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 신속히 집행했으면 좋겠다. 집행할 때는 특정 제품을 염두에 두지 말아야 한다. 투명성·공정성 기반 일관된 기준으로 공평·공정하게 집행하면 제도 수용성이 높아질 것 같다"며 "건강보험 제도가 유지되는 한 전체 의약품 시장도 유지된다. 평가는 옥석을 구분하는 과정이므로 결과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보다는 긍정적 영향이 장기적으로 더 클 것"이라고 했다.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써보지 못한 고가 약제가 가지는 불확실성을 다룰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며 이를 사후평가가 해소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심사평가원이 제시한 평가기준의 경우 김 교수와 마찬가지로 특정도구 기준보다는 원칙 수준이 적당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카페에서 사용하는 커피메이커가 1억원이라면 맛있는 커피가 반드시 나와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고가 의약품에 투자하는경우 저렴한 약 대비 급여 결정에서 불확실성에 대한 부담이 더 많다. 고가 약의 경우 사용 자료를 모아 그 약의 가치를 다시 산정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위험분담제(RSA)와 잘 연결해서 우선 등재한 뒤 나중에 효과를 보며 정산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안 교수는 "세밀한 기준은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RCT를 적용할 수도 없다. 기준을 원칙 수준으로 설정하고, 실제 평가 단계에서 합의를 끌어내는 방향이 돼야 한다. 예시사례를 마련한다든지 단서조항을 달아놓는다든지 유연성이 필요할 거 같다"며 "재평가는 절차적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약가 투명성과 다른 얘기다. 성과기반 사후평가의 경우 평가기준을 미리 합의하고 자료가 모이면 기준·자료를 모두 공개해 평가하고 싶은 사람이 자료를 보고 결정하는 시스템이 이상적일 거 같다. 공개자료는 관련 약을 개발하는 수많은 기업·연구자에게도 소중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문헌재평가는 위험하고 무리한 시도"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점에서 제약산업계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미 선별급여와 사후약가관리 제도를 하면서 사후평가 제도를 덧붙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과연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것인지, 보험원리에도 맞는 것인지, 이를 통해 고가 신약 내지는 희귀질환 의약품 비용 증가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안정훈 교수가 희귀질환 치료제는 RCT가 힘들다고 말했듯 문헌재평가가 과연 질환별 특수성을 반영할 수 있느냐. 이미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받은 약제를 일관된 기준으로 재확인하는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재정기반 사후평가는 정말 무리한 시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장 상무는 "특히 평가기준이 문제가 된다. 약가 비교 국가와 기준가·비교방법에 따라 기준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이미 정부도 EPR(외국약가 참조 가격제)에서 참값을 찾기 힘들다고 인정한 바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제외국 가격비교는 위험하며 무리되는 시도"라고 했다. 

최은택 히트뉴스 기자는 평가기준의 불명확성과 질평가 기준의 획일성, 복지부·건보공단·심평원의 역할 정리가 안 된 상황을 지적했다. 등재약 재평가라는 큰 틀의 밑그림과 각 기관의 역할이 제시된 상황에서 문헌기반 약제재평가가 추진되는 게 합당하다고 했다. 

최은택 히트뉴스 기자
최은택 히트뉴스 기자

최 기자는 평가대상 세부기준에서 '고비용' 개념이 모호하다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또 항암제·희귀질환 '등'으로 적시해 다른 질환군 약제가 포함될 여지를 뒀지만 이런 모호성과 유보는 제도 운영과정에서 논란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위험분담제의 경우 '기타' 항으로 항암제·희귀질환 약제가 아니어도 적용 가능하게 했지만, 세부기준을 마련하지 않아 4년간 활용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 무엇보다 고비용 약제는 항암제나 희귀질환약제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단 요건을 '급여등재 의약품 중 항암제, 희귀질환약제 등을 포함한 고비용 의약품 및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약제'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재평가 대상을 명확히 하기 위해 급여등재 과정에서 재평가 대상약제를 사전에 선정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제한적으로 사후에도 재평가 대상이 되는 약제를 선정할 수 있도록 예외 기준·방법을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치매예방약으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기등재목록정비 당시 유용성·비용효과성을 재평가한 약제인데, 이번 재평가를 통해 급여제외·급여기준 축소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되면 과거 문헌재평가 결과를 부인하거나 오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기등재목록정비 방법론을 원용한 문헌재평가는) 과거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을 평가받은 기등재약이 재평가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필요하면 정부가 언제든지 새로운 툴을 만들어 내키는대로 재평가를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임상문헌 질평가 기준은 획일적인 적용보다는 원칙·예외를 함께 고려하며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끝으로 최 기자는 기존 사후약가관리제도와의 중복·충돌을 고려해 사후재평가 체계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재평가 대상 약제에서 인구·사용량 증가로 관리가 필요한 약제는 사용량약가연동제·사전약가인하 등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약가중복인하를 피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있지만, 이중적이고 복잡한 운영체계는 제도 운영자뿐 아니라 수용자에게도 지나치게 과중한 행정부담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과거와 중복되는 사업, 제약사는 납득 불가" 

패널토론 이후 플로어 질의가 이어졌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과거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분명히 했고, 철저하게 진행해 퇴출할 건 퇴출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퇴출돼 보험 재정이 정말 효율화됐는지 의문이다. 이 사업의 성과평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재평가 취지는 공감하지만 2011년 재평가 성과가 잘나왔는지 제약사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복 느낌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박은영 팀장이 소개한 국가별 재평가 제도와 관련 "재평가 제도를 도입한 제외국 현황을 보면 덴마크를 제외하고 재평가 주기를 설정하지 않았다. 등재 후 몇년 뒤 한 번 하는 걸로 보인다"고도 했다.

박은영 심사평가원 약제평가제도개선팀장
박은영 심사평가원 약제평가제도개선팀장

종근당 김민권 부장은 과거 문헌재평가와 비교해 현 재평가는 JADAD 질평가 지표를 과거 2점에서 3점 이상으로 향상한 정도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가 승인한 의약품이 임상적 유용성이 없다고 생각하느냐'고 박은영 팀장에게 질의했다.

박은영 팀장은 "식약처가 실시하는 임상 유용성 평가는 최소한의 안전성·유효성을 보는 평가다. 또 JADAD 점수를 보는 건 최초 임상문헌 선정 기준이며 2점에서 3점은 크게 다른 게 아닌 RCT 골격이다. 지금 문헌 검색수준은 많이 상향된 상황"이라며 "식약처가 이미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했는데 심평원에서 왜 다시 급여 적정성을 살피는지를 질의했는데, 이 부분은 2007년부터 유지해온 선별목록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등재 목록 안에 있는 의약품이 환자에게 적절하게 공급되면서 비용효과성·임상적 유용성이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이지, 안전성·유효성이 없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관계자는 "산업계 기우를 말하고자 한다. 최근 발사르틴·콜린알포세레이트 재평가 이슈는 사실상 기승전 약가 이슈로 귀결된다. 이번에 문제된 의약품들은 모두 저가 약제로 환자가 사용하는 데 부담이 많지 않다. 그런데 재정 결정 요소는 가격뿐 아니라 사용량도 포커싱해야 하지 않느냐. 올해 초 심평원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한해 버려지는 약제만 2000억원에 달하며, 이 중 만성질환 치료제가 55%를 차지한다. 그렇게 보고됐는데 사용량에 포커스하지 않고, 약가 쪽으로 논의가 귀결되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약사단체 발언도 이어졌다. 이연주 건강소비자연대 기획정책국장은 "최근 발사르탄·라니티딘 등 NDMA 검출 의약품의 연 이은 회수로 의약품에 대한 환자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최은택 기자가 말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경우 마땅한 대체제 없는 상황에서 약제 재평가를 진행하면 복용하는 많은 환자에게 혼란이 가중되며 의약품 불신에도 불붙이게 된다. 약사이자 한 명의 건강소비자로서 과학적 관점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한 후 그에 따른 적합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정책기획팀장은 "식약처에서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할 때 다른 나라와 달리 의약품집에 크게 의존하다보니 임상적 유용성이 부족한 약제가 많다. 식약처가 의약품을 허가했고 유효성을 인정했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틀렸다"면서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한지 이미 10년이 지났다. 이 상황에서 최신자료가 업데이트됐다면 그 자료를 통한 재평가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이 팀장은 또 "평가기준에서 좀 더 보완했으면 하는 건 외국에서 해당 의약품이 급여돼있는지 여부를 살피는 일이다. 그 의약품 성분이 외국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용되는지 봐야 한다"고 했다. 

안정훈 교수는 "플로어 의견을 들어보니 식약처가 보는 임상적 유용성과 심평원이 보는 임상적 유용성 차이는 합의 부분이 없어 보인다. 임상시험을 통해 증명되는 건 Efficacy(유효성)다. Effectiveness(유효성)와 Efficacy는 학문적으로 다르게 정의되며 실제 기대되는 효과도 다르다. 고가 약이나 환자들이 많이 쓰는 약이라면 사후평가 기전 속에서 Effectiveness와 Efficacy가 동일한지 보는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경제성 평가는 불확실성이 반드시 동반될 수 밖에 없다고도 했다. 안 교수는 "불확실성이 크다면 사후평가를 해볼 가치가 있다. 심평원 급여등재 절차에서 합리적인 제도를 잘 반영한 사후평가 역할을 만든다면 유용하고 발전된 시스템으로 갈 수 있다"며 "절차적 투명성의 경우 외국에서는 의사결정자가 직접 평가하지 않는다. 제3의 평가자를 활용해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모두가 함께 해석·합의해 불만을 해결해나간다"고 시사했다. 

좌장을 맡은 이윤성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장은 "특정 질환에 대해 우리나라에 환자가 4명밖에 없다고 가정해보자. 그 환자에게 효과가 있고 꼭 필요한 약인데 한해 들어가는 비용이 10억 정도 든다면, 우리 사회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는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해당 환자에게는 절대적이지만 그 재원을 다른데 돌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며 "그런 것을 결정하는 게 정책하는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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