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보조요법 성과 좋으면 수술에도 긍정적

[HIT 초대석]김희준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김희준 교수

“유방암은 단순히 수술로 끝나는 암이 아니다. 다른 암처럼 5년이 지나면 재발이 없는 암도 아니다. 오랜 기간 의사와 만나며 투병해야 한다. 그만큼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가 중요하다.”

김희준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히트뉴스와 인터뷰에서 조기 유방암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 치료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최근 유방암 환자 중 조기 유방암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는 반면, 전이성 유방암으로 진단받는 환자의 비율은 낮아지고 있다.

그는 “국가 건강검진이 활성화되고, 유방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기에 유방암을 진단받는 비율이 높아졌다”며 “정확한 요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식습관과 생활 패턴의 변화로 인한 영향으로 유병률이나 발병 양상도 조금씩 변하는 추세”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조기 유방암의 경우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으로 단순히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 요법뿐만 아니라,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트라스투주맙)과 퍼제타(퍼투주맙) 병용요법의 임상적 유용성이 의료진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퍼제타가 HER2 양성 환자의 수술전 보조요법에 선별급여를 적용받게 되면서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이 더 높아졌다.

히트뉴스는 김 교수를 만나 조기 유방암 환자들에게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이 어떤 임상적 유용성이 있는지 들어봤다.

-조기 유방암 치료 전략은 진행성 유방암과 어떻게 다른가?

“유방암은 다학제적 진료가 중심이 되는 치료다.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를 환자 상태에 따라 다양하게 고려해야 한다. 예전처럼 암 진단 후 곧바로 항암치료를 하는 단순한 접근법은 이제 할 수 없다. 최근엔 조기 유방암 환자의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술 전에 항암치료를 하고, 수술 이후에 그 결과에 따라 후속 보조치료 전략을 세운다.”

-조기 유방암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조기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라면 대체로 수술 전 보조요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환자들은 바로 수술을 하지 않고, 수술 전 보조요법을 왜 해야 하는지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환자가 암 진단을 받으면 바로 수술로 종양을 제거해 버리고 싶어한다.”

-왜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지 않나?

“유방암은 단순히 수술로 끝나는 암이 아니다. 다른 암처럼 5년 이후에도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때문에 오랜 기간 의사와 함께 긴 호흡으로 치료 전략을 세워 재발을 막는 것이 최종 치료 전략이다. (한 번의 종양 제거로 재발을 막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수술 전 보조요법이 재발을 막기 위한 치료 전략인가?

“진단받을 때의 병기만큼 수술 당시의 병기도 중요하다. 2-3기로 진단을 받은 환자도 수술 전 보조요법 치료의 성과가 좋으면, 수술할 때 암이 확인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진다.”

-하지만 환자 입장에선 수술이 아닌 보조요법으로 약물 치료를 하는 건 심리적으로 불안하지 않을까?

“처음 진료를 받으러 왔을 때는 외과의사가 아닌 종양내과 의사와 면담하는 것에 당황하기도 한다. 환자들은 수술만 하면 빨리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유방암은 다른 고형암들과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유방암이 다른 고형암과 다른 지점은 무엇인가?

“위암, 대장암 같은 고형암은 병기를 알면 대략적인 예후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러나 유방암은 매우 복잡하다. 진단받는 나이, 폐경 여부, 출산 유무, 호르몬 수용체나 HER2 수용체 발현 여부가 모두 예후에 영향을 준다.

최근에 업데이트된 AJCC(American Joint Committee on Cancer staging manual) 8판에서는 유방암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생물학적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방암의 병기를 구분했다. 7판까지만 해도 유방암의 병기를 종양의 크기, 림프절 전이 여부 정도로만 구분했다. 실제 임상에서 환자분들이 치료를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치료 예후다. 임상의 입장에서는 예후가 환자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단 검사를 해보고 말씀드릴 정도로 유방암 예후는 단순히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방암은 같은 환자들끼리라도 투병 생활을 비교하기가 어렵다. 환자의 상태도 치료 선택에 영향을 주는데, 가령 젊은 유방암 환자가 와서 결혼하고 출산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치료 전략이 달라진다. 유방암은 개인의 인생 여정을 고려한 맞춤 치료가 가장 중요한 분야다.”

-임상현장에서 수술 전 보조요법 치료에서 기존 표준요법과 비교해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는 어떤가?

“수술 전 보조요법에서는 중요한 대리표지자(surrogate marker)로 병리학적 완전관해율(pCR, pathological complete response)을 본다. pCR은 조기 유방암 환자가 얼마나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재발 위험이 어떠할지 등을 예측할 수 있는 표지자다. 이 pCR에 도달하는 환자 비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 치료 목표다.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은 허셉틴만을 활용한 수술 전 보조요법보다 pCR에 도달한 환자 비율을 약 16-17% 높였다. 이는 굉장히 큰 수치다. 선별급여 적용도 이런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퍼제타-허셉틴 병용 수술 전 보조요법을 받은 환자들이 보다 빠른 속도로 좋아지는 게 느껴진다. 특히 독성 관련 내약성은 매우 우수하다. 보통 약제를 추가하면 부작용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퍼제타-허셉틴 병용요법은 허셉틴 단독요법 대비 독성이 더 나빠지지 않고 내약성이 좋았다(tolerable). 효과도 좋지만, 독성 때문에 문제가 되는 일도 드물었다.

-수술 전 보조요법에도 불구하고 완전관해가 나타나지 않은 환자는 어떤 치료 전략을 취하나?

“허셉틴-퍼제타 병용요법의 pCR이 60% 가량이다. 나머지 40% 환자 만이 pCR을 보이지 않아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다. 현재 주목할 만한 임상 데이터가 학회에서 발표됐다. 특히 KATHERINE 연구를 살펴보면,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 1486명을 대상으로 캐싸일라 단독투여군과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단독투여군으로 나눠 14주 간 치료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캐싸일라 단독 투여군의 무침습질병생존(iDFS)은 88.3%, 트라스투주맙 단독 투여군은 77.0%였다. 이는 조기 유방암 치료의 마지막 단계인 수술 후 보조요법에서 잔존암이 있는 환자들도 캐싸일라 치료를 통해 재발 없는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임상적 의미가 있다.”

- 여전히 국내 보험 환경에서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 있을 것 같다. 어떤 점이 처방에 걸림돌로 작용하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가이드라인은 임상적 해석의 여지가 없다. 물론 건강보험재정이 정말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대로 배분돼야 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필요한 유방암 분야를 하나의 가이드라인으로 처방을 통제하는 건 무리가 있다. 임상 현장의 목소리가 심평원 등 정부에 전달될 수 있는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김희준 교수는 누구?

-(현)중앙대학교 혈액종양내과 부교수

-(현)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위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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