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목적 하에 센터장 승인으로 가명정보 제공 가능

암데이터 사업을 위해 '환자 건강정보 수집' 근거를 마련한 암관리법 개정안이 마침내 국회 첫 관문을 넘어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28일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제출한 암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수정안을 의결했다. 국가암데이터센터 설치, 암등록통계자료 제3자 제공, 암생존자 통합지지사업, 발암요인관리사업, 암예방사업 등의 법적 근거를 규정한다.

박종희 수석전문위원은 "암 관련 정책수립·연구개발 등을 위해 개별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복지부 장관이 수집·처리·분석하고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암데이터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7월 16일 열린 복지위 법안소위에서는 개인 건강에 대한 민감정보를 주체 동의없이 제3자에게 제공하는 조문으로 인해 심사가 잠시 보류됐었다. 그러다 지난 14일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가명처리'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 가능한 체계를 마련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이 문제도 동시에 해소됐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 내용을 바탕으로 수집대상 정보를 가명정보로 한정했고, 지정 전문기관인 국가암데이터센터에서만 개인정보를 결합하게 했다. 제3자 정보 제공도 암데이터사업 공익목적 범위에서 센터장 승인 하에만 가능하도록 수정했다"고 했다. 수집대상기관도 중앙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질병관리본부·국립암센터·건보공단·심사평가원 등으로 구체화됐다. 

한편, 급여정지 대신 약가인하로 처분방식을 변경한 새 법률을 소급 적용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심의는 결국 무산됐다. 오전에는 혈액관리법 개정안, 오후에는 제정법인 고독사 예방법이 장시간 심의되며 후순위로 밀린 탓이다.

업무범위서 '전문인력 양성·보급' 삭제

국립암센터 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인력·장비 등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 중 1개 기관을 국가암데이터센터로 지정한다. 센터는 정보수집·관리 등 암데이터사업 전반에 필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수석전문위원은 "전문인력 양성·보급은 암데이터사업 시행과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국립암센터 내 대학원대학이 있음을 고려해 삭제를 검토하고, 업무 내용을 암데이터사업 개념 중심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이 외 국가암데이터센터 지정 취소에서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삭제하고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지정받은 경우'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야당 A의원은 "데이터 접근이 까다롭지만 어떻게 활용되는지 잘 관리해야 한다. 또 데이터를 연구·활용할 수 있는 국립암센터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센터 구축기간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적을 충분히 감안해 수정 보고하겠다"고 했다.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중앙·권역으로 구분

개정안은 국가암관리위원회와 관련 분야별 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담당 공무원을 위원 자격에 추가하며 위원회 심의사항에 '그 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의하는 사항'을 추가했다. 수석전문의원은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차관이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문위원회 성격인 암연구기획단(구 암정복추진기획단)은 안 제9조(암연구사업) 제3항에서 예정하는 분야별 전문위원회의 하나로 설치·운영 가능하다는 사유로 삭제됐다. 암예방사업의 경우 행태·유도 등 일부 자구가 수정됐다. 

발암요인관리사업 조문과 관련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취지는 타당하지만, 발암요인 노출 현황·인체 위해성 평가는 복지부 차원에서 수행이 어려운 사업으로, 발암요인관리사업에서 제외(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복지부도 이에 동의했다. 

암생존자통합지지사업 조문은 별도 절을 신설해 사업내용을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규정하고 있고, 사업수행 체계도 '중앙 암생존자 지지센터'와 '암생존자 통합 지지센터'로 불분명하게 구분해 체계적인 법문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또 이 사업이 시범사업 단계로 사업 내용이 표준화돼있지 않은 점을 고려해 "암생존자 상담·교육·관리 등 기본 사업 내용을 중심으로 규정하고, 사업수행체계도 중앙·권역 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암등록통계자료 제3자 제공 삭제

개정안은 첫해 의료비를 지원받은 저소득층 암환자 중 다음 해에도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 대상으로 본인 동의를 받아 보건소장이 지원대상자로 '직권' 등록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지원대상자가 신청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이다.

수석전문위원은 "개정안 취지는 결국 대리신청과 유사한 구조로 이해되므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장애인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 입법례에 따라 관계 공무원에 의한 대리신청 절차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도 수정의견을 수용했다. 

암등록통계자료의 제3자 제공도 수정안이 채택됐다. 개정안은 암등록통계사업을 위해 자료제공 요청 대상에 행정안전부와 통계청·통계작성기관을 포함하고, 복지부 장관이 암등록통계사업으로 생성·가공된 개인식별 가능한 자료를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수석전문위원은 "제3자 제공은 통계법에서 금지하는 사항이어서 삭제했다. 통계청도 동 조항이 통계법에 배치되는 것으로 개정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했다. 

"연명의료결정은 국립암센터 당연사업 아냐"

암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포함하는 암정보사업 내용은 암데이터사업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됐다. 중앙·지역 암등록본부 사업에 모니터링을 추가하는 내용도 9조의2에서 추진하는 암데이터사업을 통한 미래부담예측과 중복된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지역암센터의 지정 취소 요건 추가도 삭제됐다. 복지부 장관 펴가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지역암센터 지정을 취소하는 것은 다소 과도한 조치이며, 유사 입법례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지역암센터 지정 취소는 국민 권리·의무와 밀접하게 관련되므로 명확한 규정을 위해 '그 밖에 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도 삭제됐다. 

역학조사 실시주체와 관련한 개정안은 시·도지사를 추가하고 역학조사를 위해 관계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청할 근거를 마련하며 조사를 거부·방해·회피하는 이에게 2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으로, 원안대로 의결됐다.

국립암센터 사업 조문은 취지는 타당하나 일부 사업이 수정·삭제됐다. 수석전문위원은 "연명의료결정법에 관한 사업 지원은 국립암센터 당연사업이 아니며, 국가 암관리사업의 수행·평가·지원도 암센터 고유업무로 명시하는 것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해 삭제할 필요가 있다. '그 밖에 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업무'는 예측가능성이 낮고 그 범위도 구체적이지 못하다는 점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제9호의 국가암데이터 구축·데이터사업은 제9조의2 암데이터사업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용어가 암통합데이터 구축으로 변경됐다. 

암관리법 시행일, 공포 후 1년으로 유예

현재 국립암센터는 국유토지를 무상대부받아 사용하면서 그 일부를 은행에 임대해 수익을 얻고 있는데, 국유재산법은 이런 전대(재임대)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개정안은 정부가 국립암센터에 대해 국유재산을 무상으로 사용·수익할 수 있게 하고, 암센터가 무상 대부받거나 사용·수익 허가받은 국유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전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했다.

복지부는 "전대 대표 사례는 은행"이라며 "전대 개정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암센터는 임대를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수석전문위원은 "암센터에 전대를 허용해도 그 범위를 '국립암센터 목적 사업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전대할 수 있도록 가능한 경우를 제한해야 한다. 기재부도 수정의견에 이견이 없다는 의견을 보내왔다"고 했다. 

이 외 제29조(부속기관 설치)·제34조(직원 임면)·제35조(직원 겸직)의 '암연구소'를 '연구소'로, 제42조(업무협력·협약체결)의 '연구기관'을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을 위해 '연구기관 등'으로 변경했다. 제2조 '말기암환자' 등 일부 조문도 수정됐다. 제40조(사업계획서 등의 제출 등)·제41조(결산서 제출)는 현행법을 유지하는 것으로 의결됐다. 

한편, 시행일은 공포한 날에서 복지부 요청으로 '공포 후 1년'으로 유예됐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예정인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일이 공포 후 6개월이다. 또, 신규사업 수행·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하며, 개정안에서 위임하는 하위법령을 정비하기 위해 일정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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