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infantis 균주, HMO 활용 애보트 상대 특허침해 소송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의 군집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인간의 장 속에서 유익한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왔으며, 건강기능식품 형태로 다양한 종류의 프로바이오틱스가 시판되어 있다. 나아가,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암, 감염증, 아토피, 장질환, 대사성 질환, 알츠하이머 등 다양한 질환과 상관관계가 속속 밝혀지면서, 의약품(파마바이오틱스)으로서의 개발 가능성 역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가 매우 활발한 상황이고 미국에서 이미 몇몇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B-244, LACTIN-V, Oxabact, Rebiotix, RBX-2660, SER-109 등)이 임상 3상을 진행중인 점을 고려하면, 마이크로바이옴이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의 주자로 등극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한국에서도 최근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무척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종근당건강은 락토핏으로 시장에서 대박을 치고 있고, 천랩, 고바이오랩, 지놈앤컴퍼니, 쎌바이오텍, MD헬스케어 등의 바이오벤처 뿐만 아니라 기존 제약사들도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연일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는데, 본 칼럼은 변리사의 관점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의 특허 이슈들을 바라보고자 한다.

미생물 발명에 대해서도 당연히 특허 분쟁이 존재한다

UC Davis 대학의 David Mills 박사팀은 비피도박테리움 롱검(Bifidobacterium longum)의 아종인 B. infantis 균주가 신생아의 건강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회복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아울러, 모유 올리고당(HMO)을 프리바이오틱스로 섭취해야만 신생아의 장 속에서 B. infantis 균주가 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후속 연구로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Davis Mills 등은 2012년 마이크로바이옴 바이오텍인 Evolve BioSystems사를 창업하고, B. infantis 균주와 HMO가 함유된 제품 EVIVO®를 출시하였다. 이 제품은 병원 신생아실에서 신생아 장내 불균형을 회복하기 위한 성분으로 사용되었다. 위 발명에 대한 특허는 UC Davis 대학 명의로 2012년 등록되었으며 Evolve BioSystems사에 라이선싱되었다.

한편, Abbott사는 분유 제품인 Similac®을 판매해오고 있었는데, 최근 B. infantis 균주와 HMO를 첨가한 제품 Similac Probiotic Tri-Blend를 출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Evolve BioSystems사는 특허권자인 UC Davis와 함께 Abbott 사의 제품이 위 특허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특허침해소송을 올해 8월에 제기하였다(Case: 1:19-cv-05859).

앞으로의 향방을 지켜보아야 하겠지만, 관련 특허 분쟁의 사례는 다가올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시대에 특허 이슈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단계에서부터 타사의 특허를 자유롭게 실시할 수 있는지 여부(Freedom-to-operate)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은 필수라 하겠다.

미생물 발명을 특허로 보호받고자 한다면?

특허에서 “미생물 발명”은 새롭게 발견한 미생물 균주는 물론, 공지된 균주의 새로운 용도, 제조방법, 보관방법, 배양 조건(배양 배지, 프리바이오틱스) 등, 미생물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한 모든 발명을 망라하는 넓은 개념이다. 헬스케어 시장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은 주로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 등의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데, 모두 위의 “미생물 발명”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신규한 미생물이라면 일종의 물질발명으로 미생물 자체를 보호받을 수 있고, 미생물의 특정 군집은 조성물 발명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다만, 자연적 산물에 대한 특허 적격성은 국가별로 일부 상이함). 더불어, 공지된 미생물이지만 이의 새로운 적응증을 밝힌 경우라면 의약용도발명으로 보호받을 수도 있다. 미생물 자체에 대한 발명 외에도, 공지된 미생물의 특정한 배합, 용도, 제조방법, 배양조건(또는 프리바이오틱스) 등도 특허로 보호받을 수 있다. 예컨대, 특정 마이크로바이옴이 유리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장내 환경을 조성하는 프리바이오틱스에 대해 특허받을 수 있다.

먼저 신규한 미생물을 발견하여 유용성(예컨대, 장 내에서 발휘되는 유익한 기능)을 확인한 사례를 가정해보자. 특허 명세서는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발명을 쉽게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하므로, 무엇보다 해당 미생물을 쉽게 입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해당 미생물에 대한 채취, 분리, 정제, 스크리닝 방법 등을 명세서에 가급적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 그러나 미생물 발명의 특성상 아무리 명세서를 자세히 기재한다 해도 미생물의 입수가 곤란한 경우가 있다. 때문에 특허 제도는 미생물 기탁기관을 선정하여, 특허출원시 미생물을 기탁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부다페스트 조약 제7조 및 국내 특허법 시행령 제2조).

미생물 기탁기관은 기탁 미생물의 생존을 확인하면서 미생물을 장기 보존한다. 기탁된 미생물은 연구 목적이라면 누구나 분양 받을 수 있고, 상업적 목적이라면 특허권자 허락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분양 받을 수 있다(특허법 시행령 제4조). 미생물 기탁 제도를 통해 특허권자는 미생물의 입수 곤란으로 인해 특허가 무효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제3자는 해당 미생물을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양자의 균형을 절충한 합리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김경교 대표.
김경교 대표.

우리나라의 미생물 기탁기관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생명자원센터(KCTC),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KACC), 한국 미생물보존센터(KCCM), 한국 세포주은행(KCLRF)의 4개 기관이 있으며, 이중 일부는 국내기탁 외에 국제기탁까지 가능하다. 국내 출원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출원까지 고려하는 발명이라면 국제기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이번에는 미생물이 이미 공지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동일한 미생물이 공지되었다면 미생물 자체로는 신규성이 없어 특허받을 수 없다(이 경우 의약용도발명 등으로 권리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지된 미생물과 동종(species)이더라도 아종(subspecies)이나 균주(strain)가 새롭다면 신규성이 인정된다. 다만, 균주의 명칭은 분리동정한 연구자가 임의로 부여할 수 있으므로 균주명 차이만으로 신규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이렇게 신규성을 인정받는다 해도, 이후 특허 분쟁이 일어나 균주 동일성이 확인된다면 특허가 무효될 수 있다. 따라서 균주의 신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균주의 형태학적 분류, 채취시료, 균학적 성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며, 미생물마다 고유하게 보존된 서열인 16s rRNA 서열이 기존 균주와 상이하다면 신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

한편, 동종 균주가 이미 공지된 경우에는 신규한 균주라 하더라도 진보성이 문제될 수 있다. 균학적 성질에서 현격한 차이가 없는 이상, 공지된 균주와 동일한 조건에서 미생물 이용에 따른 효과(마이크로바이옴의 경우 약리 활성 또는 장내 안전성 등)를 비교하는 실험을 통하여 공지 균주보다 우수한 효과를 입증하여야 할 수 있다.

결국, 발명과 가장 근접한 공지된 미생물의 특징을 파악하고, 특허받고자 하는 미생물이 어떤 부분에서 차별화되는지를 고려하여야 좋은 명세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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