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 잃은 제약계 반복되는 회수조치에 불통만
식약당국 정치적 행보..."명분만 따라가는 정책"

NDMA 검출 제제에 대한 반복적인 판매중지로 제약업계는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원료의약품 불순물 자체조사 지시가 더해지면서 안전책임 부담도 가중됐다. 

24일 히트뉴스 취재결과 업계 관계자들은 NDMA 1.43ppm의 인체유해성 입증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며, 잦은 회수로 인한 환자 불안감과 전수조사에 따른 과다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1.43ppm은 발암을 일으키기에는 엄청난 미량"이라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앞서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도 솔라라 원료로 생산한 니자티딘 성분 13개 완제의약품에서 발암 우려물질인 NDMA(N-니트로소디메틸아민)가 잠정 관리기준(0.32ppm)을 미량 초과됐다고 발표하며 제조·판매 중지 및 회수조치를 내렸다. 

NDMA가 초과검출된 품목은 화이트생명과학 니자액스정150mg, 에이프로젠제약 니잔트캡슐, 대우제약 니지시드캡슐150mg, 텔콘알에프제약 셀자틴정, 우리들제약 위자티딘정, 경동제약 자니틴정150mg·자니틴캡슐150mg·자니틴정, 씨트리 틴자정150mg·틴자정, 휴비스트제약 휴자틴정150mg, 알보젠코리아 자니티딘정75mg, 바이넥스 프로틴정 등이다.

"고속터미널 앞에서 2시간 서있는 게 더 위험"

NDMA는 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2등급(2A) 인체 발암 추정물질이다. 문제가 된 니자티딘 성분 의약품에서 검출된 NDMA량은 0.34~1.43ppm인데, 이는 최대검출량이 112.1ppm인 발사르탄의 78분의1, 53.5ppm인 라니티딘의 37분의1 수준이다. 

A업계 관계자는 "1.43ppm은 고속터미널 앞에서 2시간 서 있거나 그을린 핫도그를 섭취하는 정도의 위해성에 불과하며, NDMA로 암이 생겼는지 나트륨을 과다 섭취해 암이 생겼는지 인과관계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조치에 앞서 어느 농도부터 발암 우려가 있는지 확정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NDMA는 발암물질이 아닌 발암 우려물질로 1등급인 벤조피딘보다도 낮은 2등급(2A)으로 NDMA로 인한 발암 가능성은 복용환자 10만명 중 약 0.5명이다. 또 1.47ppm은 엄청난 미량이며 1ppm 올라갈 때마다 발암이 툭툭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철저히 관리하면 좋지만, 수반되는 사회경제적 비용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B관계자도 "최대 고함량을 70년간 먹었을 때 암이 생길 것이라는 걸 가정해 NDMA 농도를 정한다. 그런데 위염 환자가 70년간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사례는 극히 희박하다"며 "이번 일련의 조치는 수십년 복용한 환자뿐 아니라 잠깐 먹는 사람에게도 내가 발암물질을 먹었다는 스트레스를 준다. 좀 더 과학적으로 차분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약 먹어서 암 걸릴텐데 차라리 안 먹지"

C관계자는 잦은 교환·환불이 전체 의약품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발암유발물질이 나온 의약품을 바꿨는데 바꾼 것도 안 된다고 하면, 극단적으로 '약 먹어서 암 걸릴텐데 차라리 안 먹지' 식의 인식이 조성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라니티딘 사태 때 FDA는 샌드위치에 있는 탄고기를 먹는 정도의 위해성이라고 발표했는데, 식약처 방침은 '위해성은 미미하지만, 대체재가 있기 때문에 판매를 중단시키겠다'였다. 의사들도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섣부른 결정이었다. 경제성도 다른 파모티딘을 대체재로 했는데 향후 또 문제가 발생하면 회수할 건지 의문"이라며 "회수가 반복될수록 행정 비용과 제약사 피로도는 누적된다. 그에 쌓이는 대중 불신은 식약처가 자초하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단체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라니티딘 사태 때 대한의사협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긴급 대회원 서신문에는 '라니티딘 계열 발암물질 검출 관련 문제점과 의약품 교체에 대한 공지·조치는 전적으로 정부·제약사가 담당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D관계자는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 당시 의협은 공문을 통해 제약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 책임감있는 처방권자의 태도가 아니다"라며 "국민이 약을 기피하며 불신하게 된다. 제산제도 안 먹고 고혈압약도 안 먹는게 과연 진짜 안전한 것이냐. 무엇이 국민 안전을 위한 거냐"라고 지적했다.

문제 의약품을 어렵사리 대체재로 스위칭(교체)한 영업사원도 난감한 상황이다. 바꾼 의약품을 또 바꿔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것이다. E관계자는 "'검사 결과 우리 약은 안전합니다. 교체합시다'라고 하면 의사들이 믿어줄지 의문이다. 설득력은 계속 떨어진다"고 했다. 

"의약품 안전관리 책임은 결국 업체로"

22일 식약처가 발표한 원료의약품 불순물 안전관리 대책에 따르면, NDMA가 우려되는 의약품은 업체에서 즉시 평가·시험을 실시하고 불순물이 검출된 경우 즉시 식약처에 보고해야 한다. 시험검사는 시중 유통품 중 최소 3개 제조번호를 대상으로 GMP업체·식약처 지정 품질검사기관·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실시해야 한다. 보고기한은 평가결과는 2020년 5월, 시험결과는 2021년 5월까지다.

F업체 관계자는 "1년 5개월 가량이 타당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런 식으로 푹 찌를지는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약물의 리스크 앤 베네핏을 잘 따져봐야 한다. '위험한 물질을 안 먹이겠다는데 업계에서 반항하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불안감 조성으로만 접근할 건 아니다. 유럽 등 해외에서의 NDMA 유해성 논란·연구를 충분히 습득하고 어느 농도부터 발암 우려가 있는지를 확정하지 않으면 업계는 업계대로 비용을 다 써야 한다"고 했다. 

G관계자는 "NDMA 등 검출장비가 앞으로 더 좋아질 건데, 그렇게 되면 기존에 위협되지 않았던 물질이 새로운 위협으로 부각될 수 있다. 이때도 회수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민 안전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했다는 명분은 너무 좋다. 그런데 이 좋은 명분에 대한 파급은 굉장히 크다. 이 파급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니자티딘 사태, 약국가 영향은 미미"

화이트생명과학을 비롯해 문제 의약품을 보유한 업체들은 22일자로 긴급 모니터링에 착수했다. 이 중 경동제약은 자니틴을 비롯한 총 3품목을 판매중지 리스트에 올렸다. 니자티딘 제제는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259억원 규모의 원외처방 실적을 기록했는데, 자니틴은 지난해만 24억원의 원외처방 실적을 달성하며 선두를 유지해왔다.

경동제약 관계자는 "완제의약품 13개 중 3개가 우리 제품이다. 인도 솔라라사의 원료를 쓰는 수많은 회사중 왜 우리 제품에서만 NDMA가 검출됐는지 관련 부서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다. 확인이 이뤄지는 대로 파모티딘 등 대체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한약사회도 22일 니자티딘 성분 완제의약품 조제·판매와 이에 따른 급여중지·재조제를 안내하며, 전국 회원약국에게 니자티딘 성분 의약품을 조제받아 복용 중인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니자티딘 일반의약품은 4품목에 불과해 약국가 업무와 재처방·조제 등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문제 의약품의 제약사 회수조치·정산 문제는 계속 제기할 생각이다. 복용 중인 약의 재처방·제조제에 대한 식약처 조치도 좀 과하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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