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진 서기관 학술대회서 언급...김은숙 상무 "현 평가방법 제한적"

[종합]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후기학술대회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 등장으로 암 환자들은 장기 생존은 물론 완치도 기대할 수 있게 됐으나 워낙 고가인 탓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한 접근이 쉽지 않다. 적응증 확대의 경우 반응하는 환자가 10명 중 2명에 불과한 점과 불확실성, 심각한 이상반응·가속진행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신약 등재의 경우 약의 가치를 약가에 반영하기 위해 임상적 유효성·비용효과성·의학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지만, 급여기준을 확대할 때는 재정 영향이 다른 모든 가치를 압도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출시 이후에도 다양한 병용요법·적응증에 쓸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현 시스템은 면역항암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반영하기에 다소 제한점이 있다."

김은숙 한국MSD 항암사업부 상무는 22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KAHTA) 후기학술대회 '면역항암제 등재 이슈·쟁점' 세션에서 이 같이 강조하며 "면역항암제가 더 많은 환자에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의학적·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추가 적응증에 대한 새로운 평가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서기관은 "모든 약이 급여권에 진입할 때 가장 크게 생각하는 점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다. 결국 재정으로 귀결되므로 업계에서 불편할 수 있으나 돈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돈이 한 번 나가면 회수를 못하므로 정부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KAHTA) 후기학술대회가 22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개최됐다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KAHTA) 후기학술대회가 22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표는 중앙보훈병원 진료부원장 출신인 김봉석(혈액종양내과) 보령제약 메디컬본부장 전무와 안형진 고대의대 의학통계학교실 교수가 맡았다. 김봉석 전무는 '면역항암제 특성'을 주제로 면역항암제 작용기전과 효과·이상반응을 상세히 설명했다. 

암세포는 면역시스템에 대한 회피기전으로 증식하는데, 면역항암제는 각 단계의 회피기전을 방해해 암세포를 제거한다. 대표 약제로 면역관문억제제인 BMS '니볼루맙'과 머크 '펨브롤리주맙'이 있는데, 2차 치료제로서만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다. 대개 20% 환자에만 반응하는데, 투여 기간뿐 아니라 2년 뒤 약을 끊어도 효과가 지속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진다. 타 항암제와 병용할 경우 치료 효과는 배가 된다. 

면역항암제 특성에는 가짜 진행(Pseudo-Progression)이 있다. 김봉석 전무는 "면역항암제를 투여한 A환자의 상태를 2개월 뒤 측정했는데 암 크기가 36% 커졌다. 이를 무시하고 2개월을 더 투여하니 63% 감소해 생존 가능성이 큰 폭으로 높아졌다. 이는 임상적 딜레마다. 이 케이스는 상당하지는 않다. 환자 상태가 임상적으로 견딜만하다면 추가 치료를 권한다"고 설명했다. 면역 관련 이상반응의 경우 피부·내분비계·호흡기계·위장관계·신경계 등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상반응이 심각하다면 면역항암제를 더 이상 쓰지 못한다. 발생시기는 예측할 수 없으며, 수년 뒤 나타나기도 한다. 가속진행(Hyperprogression)도 있는데, 말 그대로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 그대로 사망한다. 

김봉석 보령제약 메디컬본부장 전무(오른쪽), 안형진 고대의대 의학통계학교실 교수
김봉석 보령제약 메디컬본부장 전무(오른쪽), 안형진 고대의대 의학통계학교실 교수

김봉석 전무는 "면역항암제는 한 번 투여하면 지속기간이 길다. 심지어는 완치까지 가능할 수 있다. 반면, 건강보험 재정, 독특한 이상반응, 장기 부작용, 가짜진행, 가속진행, 독성 등을 고려하면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안형진 교수는 '면역항암제 경제성평가 방법론과 쟁점'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면역항암제 급여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경제성이다. 효과가 있어도 급여 안에 들어오려면 경제적이어야 한다. 경제성평가를 통해 가치 대비 경제성을 평가하고 급여 결정이 이뤄진다. 이때 이 약의 효과가 얼마나 장기 지속되는지, 급여시 비용 부담은 얼마나 더 늘어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며 "장기 효과는 불확실성을 내포하므로 조심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안 교수는 "경제성평가 모형은 사실 답이 없으나, 모르는 부분은 보수적으로 가는 게 정답"이라며 "모형 선택에서 최선책은 없다. 그런데도 모형선택의 일반적인 기준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나온 것들이 있으니 확인하라. 모형 선택은 왜 이것을 선택했는지 자세한 설명이 있어야 하며, 일관되게 평가해야 한다. 민감도 분석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지는 토론은 서동철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장(중앙대 약대)이 좌장을 맡고,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사, 김은숙 한국MSD 항암사업부 상무,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서기관이 참여했다.

안정훈 이화여대 융합보건학과 교수는 면역항암제를 일단 도입하고 이후 검토하는 매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리스크쉐어링(위험분담제)을 할 수 밖에 없다. 약을 우선 도입한 후 데이터를 모아 검증하는 방향이면 제약사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실제 많은 국가에서 이런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있다. 카티(CAR-T) 세포치료제를 비롯해 온갖 불확실한 고가 의약품이 들어오는 세상이 될텐데 이런 제도가 있어야 한다. 

이와 관련 발제자인 안형진 교수는 "급여 진입을 낮추고 사후평가를 통해 뭔가를 하자는건 굉장히 좋게 들리긴 하지만, 내 경험상 진입 이후 사후평가에서 뭘 하기는 어렵다"며 "평가시스템이 잘 돼 있어 퇴출·환수 등이 이뤄진다면 이상적이지만, 그런 프로세스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급여 진입을 확대하는 건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이사는 글리백 사례를 언급하면서, 면역항암제에 대한 환자 접근권을 고려한 사회적 합의로 평가 제도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단체에서 9월 말 면역항암제 사후평가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포럼을 개최했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무작정 치료약제가 없다고 면역항암제를 쓰는 건 답이 아니다. 보험이 된다고 해서 면역항암제를 함부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를 많이 한 의사들이 써야한다'고 말했다. 면역항암제 이상반응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걱정했던 것이었다. 반응있는 환자 대상으로 장기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경평도 좋고 사후평가도 좋지만, 궁극적으로는 환자 접근권 확대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은숙 한국MSD 항암사업부 상무
김은숙 한국MSD 항암사업부 상무

김은숙 한국MSD 항암사업부 상무는 면역항암제 적응증 확대와 관련 업계가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상무는 "신약 등재의 경우 약의 가치를 약가에 반영하기 위해 임상적 유효성·비용효과성·의학적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하지만, 급여기준을 확대할 때는 재정 영향이 다른 모든 요인 가치를 압도하는 현상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면역항암제 등 신약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적응증 확대 시 빠르게 검토하는 제도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김 상무는 "적응증 가치가 각자 다른 점을 고려한 것"이라며 "적응증 확대 시 적응증별 임상적 유용성·비용효과성·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급여 결정을 하고 있다"고 했다. 

김 상무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는 출시 이후에도 다양한 병용요법·적응증에 쓸 수 있도록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국내 현 시스템은 면역항암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반영하기에 다소 제한점이 있다"며 "면역항암제가 더 많은 환자에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의학적·경제적·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추가 적응증에 대한 새로운 평가방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서기관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서기관

송영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서기관은 정부에서 건강보험 재정을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언급했다.

그는 "면역항암제를 비롯해 모든 약이 보험 급여로 들어올 때 가장 크게 생각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다. 결국 재정으로 귀결되므로, '돈이 얼마나 나갈 것이냐'를 얘기할 수밖에 없다"며 "면역항암제 최초 급여 등재 당시에도 불확실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과연 임상시험에서 나온 효과가 급여 이후에도 나올 것이냐는 의문점도 많았다. 이는 재정에 대한 고민으로 연결돼 다른 신약보다도 등재 시 진통이 많았다. 연장선상에서 급여기준 확대 시에도 계속 문제되는 거 같다. 그런데 돈이 한 번 나가면 회수를 못하므로 정부에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심사평가원이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 의뢰해 진행된 대한 실제임상자료(RWD) 기반의 '면역관문억제제 사후평가 연구'(면역관문억제제의 효용성 사후평가를 바탕으로 한 국내형 예측 바이오마커 분석 및 개발 연구)에서는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BMS의 '옵디보'(니볼루맙)의 효과가 입증됐었다. 송 서기관은 "사후 효과와 관련해서는 두 면역항암제에 대해 짧게나마 RWD를 돌려보고 좀 해소된 거 같다. 그 연구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다만 사후평가기간·인원 수·평가 방법 등에 제한점이 있어 RWD를 계속 활용해나가며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송 서기관은 "재정을 어떻게 관리할지로 귀결되는데 사실 답이 명확히 떨어지는 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기존 제도를 섞기도 하며 다른 제도는 뭐가 있는지 살피고 있다. 이 부분은 '정부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선언 못한다. 의견을 계속 경청하고 논의하면서 생각해야 한다"며 "제약업계에 한 가지만 부탁하겠다. 업계는 어떤 제도를 시행할 때마다 그 키를 항상 정부에서 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키는 사실 약의 가격을 설정하는 제약사가 쥐고 있다.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건 일방적인 요구라고 생각한다. 제약사에서 가격 등의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면 충실히 반영해 협상에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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