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HTA 후기학술대회 의약품 총액관리제 토론회
김진현 서울대 교수·최상은 고대 교수 발표
정연심 전무 "제약산업 성장 포기나 다름없어"

"약제비 총액관리제 연구는 2년 전에 완료됐는데, 지금 시점에서 왜 이걸 다시 논의해야 하느냐. 어떤 의도가 있는지 궁금하다."

정연심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전무는 22일 중앙대병원 송봉홀에서 열린 한국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KAHTA) 후기학술대회 의약품 총액관리제 토론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이날 정 전무는 약제비 총액관리제 도입이 현 시점에서 적절하지 않으며, 약제비에서 더 나아가 전체 진료비에 대한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액관리제를 실시하는 나라 중 약제비만 통제하는 나라는 거의 없으며 의료시스템도 각기 다르다. 2017년 글로벌의약산업협회에서 분명하게 문제 제기했고 2019년 시점에서도 그건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도 정 전무 발언에 크게 동의했다. 장 상무는 "총액관리제는 시기상조"라며 "연구 시 진료비와 병행해 약품비 총액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또 "현 제약바이오산업 발전 단계를 봤을 때 매출 총량을 규제하는 것은 산업 성장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총액에 캡을 씌우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나 신약 개발에 집중하는 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총액관리제 논의가 자칫 산업계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현 성균관대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총액예산제는 누구를 위한 제도냐. (목표예산 초과 시) 의사로부터 환수 가능할지, 의약품 사용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제약사가 이 부담을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만일 의사에게 환수한다면 결국 환자부담 확대로 이어진다. 이는 현 정책 기조와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논의 시기도 참 묘하다. 역사적으로 총액예산제 논의 흐름을 보면 2012년 4월 12차 약가제도협의체에서 복지부 중장기고려대책으로 처음 등장했다. 연구용역은 2017년 3월부터 10월까지 이뤄졌다"며 "2012년 4월 협의체는 이명박 정부 말기, 연구용역은 박근혜 정부 탄핵 시기다. 왜 지금 시기에 이 문제를 다시 얘기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총액예산제는 학문적 연구로 논의될 대상이지만, 시기·정책방향을 좀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실비아 보건사회연구원 식품의약품정책연구센터장은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총액관리제 도입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앞선 토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약품비는 진료비 총액관리제와 함께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 센터장은 "총액관리제는 정부와 산업계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동반자로 함께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산업계가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제도 설계를 섬세하게 해야 한다. 초과하더라도 일부분은 위험분담을 같이하는 식이 돼야 한다"며 "아주 혁신적인 신약은 등재 이후 일정기간 약가인하를 유예하는 방식, 제네릭은 사용량 목표를 함께 세워 초과한 경우만 환급하는 방식 등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변진옥 건보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제도재정연구센터장은 포괄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품목별 약제비 관리는 비효율적이므로, 적어도 약효군·치료군 수준까지 포괄적 관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변 센터장은 "포괄적인 약제비 관리를 위해서는 사용량 약가협상을 손 볼 필요가 있다. 신약은 시장 진입이 느린 대신 가격이 높기 때문에 사용량이 높아지면 관리를 안 할 수 없다. 가격은 낮지만 사용량이 높은 제네릭도 사용량 관리는 해야 할 거 같다"며 "전체 총액관리 목표를 잘 설정하는 것이 효율적·포괄적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한편, 토론에 앞서 김진현 서울대 교수와 최상은 고대 교수는 각각 약제비 총액관리제 도입방안과 국외 총액관리제도 주제로 발표했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는 "몇년 안에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가 날 거 같다. 그때 이 제도를 한꺼번에 도입해볼수 있지 않겠느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제도 도입이 현실적으로 힘들지만, 조만간 재정 위기가 올 거다. 그 위기 극복의 대안으로 이런 제도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했다. 

최상은 교수는 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 중심으로 2017년 수행한 '약제비 총액관리제 도입방안' 연구보고서를 언급하며 "해외에서는 약품비 총액관리제가 진료비와 병행되고 있으며, 약제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굉장히 강조되는 분위기다. 총액 목표 초과 시 대응 방식은 약가인하에서 최근 환급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약제비 예산은 중층적 형태로 설계됐으며, 약가제도들이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또, 모니터링·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비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토론 좌장을 맡은 박병주 서울대 교수는 "우리나라 제도는 큰 틀은 미국에서 가져오고 유럽·일본 제도를 가미한 상태다. 그런데 우리나라 실정을 유럽 제도와 다이렉트하게 비교할 수 있느냐. 획일적·일률적으로 총액관리가 가능하냐. 관련 파트를 포괄적으로 봐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들이 약을 많이 처방받고 집에 그대로 쌓아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한약 문화로 약이 몸에 좋다는 인식이 있다. 어떻게든 약을 타오려고 한다. 이런 국민 의식을 바꾸는게 본질적으로 중요하다. 의사는 필요없는 처방을 하지 않도록 교육해 약 오남용을 안하는 문화를 만드는게 약제비 절약의 근원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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