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이전상장 기자간담회서 포부 밝혀
독일 짐머사와 200만달러 계약 후 유명세

이근용 리메드 대표이사
이근용 리메드 대표이사

"처음 서울성모병원 치매센터장을 역임한 이창욱 교수에게 찾아가서 전자약 개발을 같이 해보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운전하며 돌아가는 길에 전화가 왔다. 다시 하자는 거였다. 당시 TMS(경두개 자기 자극기) 관련 치매 연구가 제법 존재한 덕분이었다." 

이근용 리메드 대표이사는 20일 여의도 홍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최초 전자약(Electroceutical) 개발과정에 대해 이 같이 회고했습니다. 

이 대표는 "30대 초반 메디슨 계열 벤처기업에서 근무했는데, 회사 성장이 잘 안 돼 TMS·NMS를 개발하자고 제안했다. 사장님은 '요실금 치료기는 개발할 수 있지만, 그쪽은 임상시험을 해야하므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로부터 얼마 뒤 그 회사를 나와서 전자약을 하는 리메드를 직접 차렸다"고 했습니다. 

리메드는 2003년 설립돼 16년간 전자약 연구개발에 집중해온 재활치료 전문 바이오벤처로, 오는 12월 상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리메드가 개발한 전자약은 우울증부터 시작해 허혈성 뇌졸중, 외상후 후유장애, 노인성·혈관성 치매, 에스테틱까지 다양한 치료 범위를 아우릅니다. 

전자약의 개념은 다소 생소합니다. 전자약은 기존 약물·주사 대신 전기자극을 통해 질병을 치료하는데, 치료가 필요한 특정 신경만 골라서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5년간 혁명적 산업으로 인공지능(AI)·증강현실과 함께 전자약을 지목했습니다. 

앞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은 전자약 기술로 두개골을 열고 뇌를 자극하는 DBS(Deep Brain Stimulation)를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난치성 뇌질환에 사용되지만, 위험부담이 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VNS(Vagus Nerve Stimulation)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뉴메드는 비침습적이며 안전한 기술인 TMS(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를 개발했습니다. TMS는 전두엽 피질에 자기 자극을 가해 난치성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쉽게 말해 자기장이 두개골을 통과하는 방식입니다.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 NMS(신경 자기 자극기)와 에스테틱 사업을 위한 CSMS(코어근력 자기 자극기)도 개발했습니다. NMS는 뇌 신경이 아닌 신경계·근육 등 심부 조직을 자기장으로 자극해 만성통증을 경감시키며, CSMS는 심부 코어근육을 자극해 근력 강화·체형 변화를 유도합니다. 

국내 전자약 개발 기업은 리메드 외에도 뉴아인·와이브레인 등이 존재합니다. 뉴아인은 지난 7월 휴온스와 전자약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리메드가 설립된 해에는 뉴아인·와이브레인이 없었다. 종종 리메드로 찾아와 의견을 구하고 투자를 부탁했었다"며 "뉴아인·와이브레인의 전자약 기술은 가벼운 질환을 치료하는 가정용 기기에 속하며 전세계 전문의료기기로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테마다. 뉴아인은 안과·와이브레인은 우울증에 특화돼 있다. 리메드가 개발한 TMS는 중증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병원용 기술로 가벼운 우울증은 물론, 심각한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또 "우리는 임상 경험이 풍부하다. 전자약 임상의 경우 무려 7년의 기간이 소요됐는데, 이 중 2년 반이 안전성 이슈에 집중됐다. 부작용 이슈는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는 분야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됐다. 덕분에 임상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노하우도 가지고 있다"며 "개발하는 동안 매출이 10년간 성장하지 못했지만, 마그넷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과 개발기간이 굉장히 긴 고강도 마그넷을 보유하게 됐다. 새로운 경쟁자가 리메드 추월을 위해 등장한다면, 당장 인력·부품 개발·임상 부문에서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리메드가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치매 치료제 시장입니다. 이미 한국산업기술대·서울성모병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전자부품연구원과 전자약을 활용한 치매치료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며, 산업통상자원부에서 46억원의 연구비를 지원했습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마우스 모델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TMS 치료군의 유의미한 인지기능 향상이 확인됐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혈관성 치매 인체적용 임상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에 의하면, 세계 전자약 시장은 2016년 172억 달러(약 19조7000억원) 규모에서 연간 7.9% 성장해 2021년 252억 달러(약 2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대표는 "우리는 16년 전부터 전자약이라는 한 분야만을 준비해왔기 때문에 이 시장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다. 지금까지는 병원용 사업에 집중했지만, 내년부터는 가정용 사업에 진입할 계획"이라며 "목표는 전자약 분야 전세계 1위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리메드는 통증치료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진 독일 짐머 사와 지난해 200만 달러 규모의 NMS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짐머는 계약 후 사업협력 강화 목적으로 5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짐머·엘러간과 일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유명세가 생겼다. 예전에는 우리가 직접 찾아갔는데 이제는 프랑스·남미·싱가폴·홍콩 등 전세계 회사에서 우리를 찾고 있다. 지금은 골라서 계약한다"고 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내 시장만 바라보고 일하는 게 어리석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리메드 매출은 해외 7·국내 3 비중인데, 올해 8로 늘어났다. 내수시장은 전세계 1.5%에 불과하다. 98.5%를 차지하는 세계 시장에서 뛰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실제 리메드의 올 3분기 누적매출은 112억원으로, 수출이 67.3%·내수가 32.7%를 차지합니다. 회사는 해외 매출 90%를 목표로, 전세계 40개국 대리점과 함께 OEM 비즈니스를 개발해 시장 공략을 본격 강화할 계획입니다.

리메드는? 

2003년 7월31일 대전에 설립됐으며 자본금은 26억원이다. TMS와 NMS를 주요 제품으로 한다. 임직원수는 56명(연구개발 17명·임원 6명)이다. △2013년 중국·러시아·캐나다 FDA 허가 완료 △2014년 우울증치료용 TMS 제품 출시 △2015년 우울증 치료기 차세대 세계일류상품 선정 △2016년 WFA 5호 투자조합 및 디티앤아이 투자유치, 일본후생성 허가 획득 △2017년 독일 짐머 사와 NMS 공급계약 체결 △2018년 헤이스팅스·한국투자 투지유치, 한국투자 주관사 계약 체결, 코넥스 상장, 300백만불 수출의 탑 수상 △2019년 독일 짐머로부터 50만불 투자유치, 500백만불 수출의 탑 목표 달성, CSMS 세계시장 진출 등을 이뤘다. 희망 공모밴드는 1만4500원~1만6500원이며, 25일부터 26일까지 양일간 청약을 거쳐 12월 상장 예정이다. 

이근용 대표이사는 가톨릭관동대 의료공학 박사를 수료하고 한국스마트의료기기산업재단 이사를 지냈다. 현재 한국코넥스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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