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시장, 제조, 투자자와 소통은 어떻게 대비하나

"음식 맛이나 퀄리티는 기본입니다. 진정한 경쟁력은 손님 맞이하는 요령이에요."

백종원 씨는 SBS 예능 '골목식당'에서 이런 조언을 종종 합니다. 음식점 창업에서 이젠 더 이상 '맛'은 차별화 전략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것이죠. 이제 포화상태를 넘어선 외식업계에서 '맛'으론 승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젠 신약개발에 임하는 바이오벤처들에게도 '기술'은 식당에 '맛'과 같은 의미로 다가옵니다. '기술' 중심의 바이오벤처에게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투자자를 설득하고, 헬스케어 시장에서 어떤 부분을 충족할 수 있는지, 의약품으로 생산된다면 제조 공정에 비용효과성은 있는지 개발 초기부터 고려해야 해 봐야 할 때라는 전문가 조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플러스 기조강연은 바이오벤처 업계 관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바이오플러스 기조강연자로 나선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고 사장은 "바이오벤처 관계자를 만나보면, 다소 '기술'에만 매몰돼 의약품의 생산 혹은 제조(manufacture)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글로벌제약사 등이 개발한 유전자치료제가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는 '제조'와 연관이 깊다"는 발언은 되새겨 볼 법합니다. 또 그는 무분별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임상이 시장과는 괴리된 채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뛰어난 기술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벤처는 이젠 한 단계 도약의 단계에 섰습니다. 지난 9월 기준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캐피털 자본(VC)만 8928억으로, 전체 VC 부분 중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젠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 등 바이오 비전문가와 소통법도 생각해 봐야할 시점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비중이 큰 신약개발 영역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운'이란 단어는 바이오가 투자 생태계에 들어올 때 생각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투자 전문가의 의견도 있습니다.

바이오벤처 기업공개(IPO)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기술성평가를 진행할 때 실제로 운이 많이 작용한다"며 "기술성평가 전문위원 중 해당 기업의 이해도가 높을 경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바이오벤처 입장에서) 기술을 잘 알지 못 하는 전문가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탐탁치 않을 수 있지만, (평가의 관문에 선 사람으로서) 현 상황을 비판하기보다 유려하게 대처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고한승 사장과 바이오벤처 IPO 담당자 모두 바이오벤처의 '기술'을 간과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의 지적은 바이오벤처가 이제 연구(Research)에서 개발(development)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 볼 만한 주제 입니다.

의약품의 제조와 시장, 투자자 등 비전문가와 소통 방식. 이젠 한 단계 성장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기술 외적인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두 전문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