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바이오 플러스' 토픽 중 하나로 주목
정부·학계·산업계 전문가 의견 나눠

헬스케어 산업에서 회자되는 RWD(실제임상데이터)는 약물역학에 한정된 이슈다. 주로 의약품 허가·적응증 확대·시판 후 안전관리 등에서 활용되는데, 최근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로 논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 발주한 '면역관문억제제 사후평가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옵디보·키투르다를 대상으로 RWD를 활용한 보험자 주도 첫 연구로 당시 심평원은 "결과값을 활용해 당장 급여기준·약가를 조정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13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9 바이오 플러스' RWD 세션에서도 RWE의 활용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연자로 참여한 김정애 아이큐비아 상무·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조교수·조성자 한국릴리 부사장·김동숙 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장은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걸친 RWD 이슈를 정리하며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2019 바이오 플러스' RWD 세션
'2019 바이오 플러스' RWD 세션

RWD는 일상에서 수집되는 의료 관련 데이터로, 혈압·심박측정기로 집에서 일상적으로 측정하는 혈압·심박수 등도 포함된다. 유럽에서는 빅데이터로 불린다. RWE(실사용증거)는 RWD에서 도출된 임상적 증거로 사용 가능한 데이터로, PMS(시판 후 조사)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김정애 아이큐비아 상무
김정애 아이큐비아 상무

김정애 아이큐비아 상무는 "RWD는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다. 과거에도 분명 있었는데, 당시에는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과 기술이 없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빅데이터의 가치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며 "현재는 RWD 활용이 PMS에 집중돼 있으나 향후에는 신약개발 전주기에 걸쳐 RWD 가치가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 상무는 데이터 접근(Access), 분석 방법론(Analytics), 동의(Acceptance) 등 RWD에 대한 세 가지 키워드를 제시했다. 먼저 접근성에 대해 "RWD는 연구 목적으로 구축된 데이터가 아니다. 병원마다 구축돼 있는 EMR(전자의무기록)의 경우 모든 환자 정보를 포함하지만, 구조화·정형화된 언어가 아닌 자연어로 입력돼 통합적인 접근이 어렵다"며 "수많은 데이터 소스를 분석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또 "기존에는 데이터 수집이 수동적이었다. 임상자료의 경우 CRF(증례기록서)를 통해 데이터를 입력하고, 그 데이터를 수집해 인하우스에서 분석했었다. 이제는 보다 능동적인 데이터 수집이 필요한데, 제약바이오기업에서 자체적인 데이터를 구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데이터를 가진 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데이터 분석 방법론과 관련해서는 인공지능(AI)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이 최근 강조되는 추세다. 이전에는 PMS를 통해 데이터를 단순 수집했다면, 이제는 환자 개개인의 특성을 미리 예측·판단해 예방까지 가능한 형태로 분석기법이 발전하고 있다. 맞춤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김 상무는 구조화·정형화된 데이터를 한 센터에서 통합 활용할 수 있는 커넥티드 케어 솔루션(Connected Health Solution)이 향후 도입된다면 다국가 데이터를 하나로 모을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상무는 "동의(Acceptance)는 가장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치료법을 환자에게 전달할지 고민해야 한다. 과거 환자들은 의료진이 선택한 치료법에 그대로 따랐었다. 이제는 환자 스스로 치료 의견을 개진하고 치료옵션 선택에도 참여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환자는 가장 중요한 데이터 소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조교수
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조교수

신주영 성균관대 약대 조교수는 적응증 확대·PMS 등 국내외 RWD 동향과 활용 사례를 설명했다. 먼저 RWD를 활용한 적응증 추가 사례로 경구용 전이성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와 4기 전이성 메르켈세포암 치료제 '바벤시오', 고위험혈액암 유전자치료제 '잘목시스'를 소개했다.

올해 4월 미국 FDA는 화이자가 제출한 입랜스의 아이큐비아 청구자료·PMS 등을 분석한 결과, 남성 유방암 환자까지 적응증을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바벤시오와 잘목시스의 경우 레지스트리 데이터를 비교군으로 설정해 우월성을 입증하고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선진국의 RWD 동향을 보면, 미국은 21세기 치유법안 통과에 이어 2016년 PMS를 위한 아리아(ARIA) 시스템을 도입해 안전성 이슈가 제기된 약에 대한 신속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다. 똑같은 형태로 변환된 데이터에 기반한 아리아를 활용하면 신약허가심사과정이나 시판 후 제기된 안전성 이슈를 실시간으로 확인·분석할 수 있다. 

작년 12월 크리스마스 바로 직전에는 RWE 프로그램(framework for FDA's RWE program)을 발표했으며, 올해 5월에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RWE 사용 목적·연구 설계 등 RWE 활용 체크리스트를 제공했다. 신 교수는 "2008년만 해도 미국은 우리나라 심평원에서 보유한 5000만명의 청구데이터를 부러워했다. 그때부터 데이터를 모으고 모았다. 결국 2016년 기준 전역에 있는 6700만명의 데이터를 모두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했다.

일본의 경우 2017년 10월 GPSP(Good Post-Marketing Study Practices)를 발표하고 의약품 심사제도를 큰 틀에서 개정해, 신약에 부과되는 모든 의무에 대해 RWD로 재심사를 대체하도록 했다. 400만명에 대한 환자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으며, 이를 미드넷(MID-NET)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신 교수는 "미국과 일본 모두 RWD 활용에 대한 여러 시범사업(의약품 재심사·적응증 추가확대·신규 허가 등)을 현재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유럽은 제약사에 많이 맡겨두면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고 있다. 유럽 제약사에서는 적응증 추가 등을 위한 데이터를 자체 구축해 EMA(유럽의약품청)에 제출한다. 최근에는 2025년까지 RWD 계획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보고서도 발표됐다"고 설명했다. 

김동숙 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장
김동숙 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장

김동숙 심사평가원 약제정책연구부장은 'RWE와 건강보험 급여: 기회와 도전' 주제로 발표했다. 주 내용은 RWE를 활용한 기등재 의약품의 급여 재평가로, 키트루다주와 옵디보주를 대상으로 RWD를 활용해 수행한 면역관문억제제 사후평가 연구가 소개됐다. 

김 부장은 "데이터별로 결과가 다른 것들이 문제가 된다. 이번 연구에서 우리가 키트루다주와 옵디보주를 대상으로 병원 내 표준화된 자료를 수집해보려고 했는데, 자료가 병원마다 굉장히 천차만별이었다. 이를 가지고서 급여 결정이 과연 가능할지 굉장히 걱정·우려가 된다.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방법론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외국에서도 RWE를 활용한 급여 재평가 사례는 많지 않다. 예외적으로 프랑스·네덜란드는 RWE로 조건부 급여를 시행하고 있으나 대부분은 초기 급여 결정 시 경제성평가에서 유병률 등 역학자료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즉 급여 결정 시 활용은 아직 초기 단계다. 김 부장은 "'RWE로 의약품 급여 결정과 사후관리를 할 수 있느냐'는 접근은 심사평가원에서도 아직 조심스럽다. 올해 의약품 급여관리를 위한 RWE(실제임상근거) 수집 가이드라인 초안을 마련했는데, 이 부분은 앞으로 업계·학계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하겠다"고 했다.

현 심평원이 보유한 빅데이터는 청구자료·평가자료·DUR자료·유통자료(공급내역 보고자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심평원은 유통자료를 제약사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청구자료 외 병원 진료기록을 표준화하려는 시스템도 올 초부터 구축하고 있다. 

김 부장은 "우리나라 건강보험 청구자료는 초창기에는 다른나라 대비 굉장히 좋은 시스템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앞서있지 못한 상태"라며 "법·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할 방안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성자 한국릴리 부사장도 이날 연자로 나서서 RWD 규제 트렌드에 대해 발표했다. 조 부회장은 "신약 개발 시 안전성을 살피는 기법들은 해가 갈수록 발전되고 있다. 규제도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변화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시민단체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법안이 개정되면 좀더 전향적인 방향으로 신약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국내 바이오벤처·제약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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