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노-김대진 이사, 컨슈머 코리아 주제발표 통해 밝혀

위해의약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처방조제 행태를 바꾸고, 제네릭 품목 수를 줄이는 등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일반명(INN)을 사용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대한약사회 권혁노 약국이사와 김대진 정책이사는 12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컨슈머 소사이어티 코리아 2019' 행사 내 '발사르탄·라니티딘 사태를 통해 본 소비자 대책 현주소' 세션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권혁노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권 이사는 약국가의 발사르탄·라니티딘 회수 상황과 소비자 대응 방식 설문 조사 결과를 소개했고, 김 이사는 소비자 안전관리 제도 개선 방향을 제안했다.

권 이사는 "대한약사회가 '위해 약 발생시 약국 현장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일주일 간 온라인으로 의약품 이상반응 모니터링 관련 온라인 약사 그룹, 대한약사회나 시도약사회 임원 그룹을 표집해 전국 개국약사 또는 근무약사 500명에게 라니티딘 대처 현황을 설문했다"고 했다.

응답자들 중 약국 개설 약사는 87%, 약국 근무 약사는 12.7%였다. 처방전은 주로(중복응답) 의원이 81.8%, 병원은 39.1%, 종합병원은 30%, 보건소 22.5%, 상급종합병원 22.2% 순이었다. 

라니티딘 제제를 회수할 때 전화응대가 5건 이하였던 경우는 52.3%, 6~10건은 23%, 11~20건은 11.3%, 31건 이상은 10.2% 21~30건은 3.3%이었다. 일반약 교품·반품은 5건 이하가 68%, 6~10건이 16.3%, 11~20건은 6.2%으로 뒤를 이었다. 

발사르탄 사태 때보다 라니티딘의 재처방 조제 업무(약국 당 처리건수)는 비교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니티딘 재처방은 5건 이하 469(69.4%), 6~10건 71(10.5%), 31건 이상이 76(11.2%) 순이었다. 발사르탄 당시 20건 이하가 424(62.7%), 21~50건이 111(16.4%), 51~100건이 84(12.4%)였던 것에 비해 처리건수가 줄어든 셈이다.

회수 관련 업무 부담에 대해선"소비자 전화문의에 응대를 했다"는 답변이 약 45%, "재처방 조제" 40%, "일반약 교품 또는 반품"이 약 35% 규모였다.

일반약 반품·교품으로 어려웠던 점 3가지를 꼽으라는 질문에 ▶대체의약품 준비(54.4%) ▶제약 또는 유통사와 사후 정산(41.8%) ▶교품 또는 반품 대처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35.4%) ▶ 소비자에게 교품 또는 반품 방법 안내 (32.9%) ▶ 소비자의 다양한 교품 또는 반품 요구에 대한 대응(30.8%) 등의 순이었다.

재처방에 따른 조제 업무 고충 3가지로 ▶소비자에게 재처방 방법 안내 및 불만 대응(44.9%) ▶재처방 조제 대처 방법에 대한 정보 부족(37.5%) ▶심평원 약제비 청구 또는 정산(36.6%) ▶대체 의약품 준비(32.9%) ▶다양한 재처방 사례에 대한 대응(23.6%) ▶의료기관 문의에 대한 응대(19.7%) 등이 거론됐다.

소비자들이 약국 약사들에게 토로한 불편·불만 사항 3가지로 ▶이미 복용한 위해의약품으로 인한 건강 이상 등에 대한 우려(84%) ▶자신이 먹는 약이 회수 대상 약인지에 대한 안내 부족(53.3%) ▶의약품 전반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49.8%) ▶교환을 위한 의료기관, 약국 번거로움 또는 부담(48.7%) ▶의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에 대한 신뢰 훼손 (19.3%) 등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 약사들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개선점 3가지로 ▶불필요한 처방 제한 등 적정 사용 유도(58.2%) ▶제네릭 품목 수 축소(47.6%) ▶국가 위해 약 회수 체계에 대한 소비자 이해 증진(33.2%) ▶한포씩 포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의약품 처방조제 방식 개선(33%) ▶본인이 복용하는 약의 성분명에 대한 인지 향상(29.7%) ▶회수 대상 의약품에 대한 안내 강화(26.9%) ▶약사, 의사 등 보건의료인의 역할에 대한 소비자 안내 제고(21.8%) 등을 꼽았다.

권 이사는 "위해 의약품 회수 시 사회 안전망으로서 약국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위해 우려 약을 회수하고 대체 약을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며 "이상사례가 발생한 소비자에게 복약·상담을 제공하고 부작용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의약품 안전사용 교육을 대국민에게 전국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본인이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에 대해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앱이나 취약계층 복약지도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질 향상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대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김대진 정책이사는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에서 나타난 소비자 안전관리 문제점과 제도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김 이사는 "한약재·의약외품을 포함해 의약품이 회수된 사례는 2017년 총 225건(자진회수 23건, 회수명령 202건)에서 2018년 총 344건(자진회수 210건, 회수명령 134건)으로 증가했다"고 했다.

김 이사는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했다.

지난해 발생한 고혈압치료제 전문약인 '발사르탄' 성분과 올해 위장약 일반약·전문약인 '라니티딘' 모두 발암위해 우려 불순물(NDMA)이 함유될 우려가 있어 위해성 확인 전 소비자 보호를 위한 사전 예방 조치가 쓰였다.

발사르탄은 175품목이었고 36만4000명의 환자가 복용 중이었다. 처방·조제기관은 병의원 7625곳, 약국 1만1074곳이었는데 이곳들이 처방받아 복용 중인 환자에게 직접 연락해야 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위해물질(NDMA) 시험법과 기준치가 마련됐다. 

라니티딘은 일반약 95품목, 전문약 174품목 등 269품목으로 처방조제 받은 환자가 144만명에 달했다. 병의원은 2만4301곳, 약국 1만9980곳이었고 환자 스스로 확인해야 했다는 차이가 있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 공통점 및 차이점
발사르탄, 라니티딘 사태 공통점 및 차이점

그런데 라니티딘 사태는 큰 약국에 문제가 없었다는 게 김 이사의 설명이다. 그 이유는 환자들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라니티딘'임을 몰랐기 때문이다.

처방전이 2매 발행돼야 하나 약국보관용만 발행되는 등 지켜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고 처방전·약봉투가 보관되지 않은데다 저마다 다른 제품명을 가진 제네릭 의약품이 많기 때문이다. 처방전·약봉투에 성분명이 표시되지 않았고, 불필요한 의약품이 많이 처방돼 환자들은 자신이 먹는 약 이름을 모른다는 분석이다.

처방전과 약봉투에 성분명이 기재돼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로 투약이력을 조회할 수 있기는 하지만 제각각인 제품명과 의약품 처방 조제 형태로 환자들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외국에 비해 의약품 품목 수가 지나치게 많아 사회적 비용이 과도하게 쓰여야 한다. 유럽과 미국, 영국은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이 각각 100품목 이하지만 국내 발사르탄은 571품목, 라니티딘은 395품목에 달한다.

김 이사는 소비자 안전관리 제도 개선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 이사는 "처방전·복약지도서가 바뀌어야 하고, 내가 먹는 약 알기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며 "의약품 제품명에 성분명(국제일반명) 도입, 제네릭 품목 수 축소, 사회적 합의를 통한 대응매뉴얼 개발, 공동기금 조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처방조제 행태가 변화해야 한다. 의약품 적정 처방과 사용을 유도하며 의약품 회수 관련 소비자 교육과 소통 강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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