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아일랜드·독일에서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두 눈으로 확인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협회 임직원과 국내 제약사 관계자로 꾸려진 협회 대표단이 5일부터 9일까지 유럽을 방문해 바이오 전문인력 양성과 유럽시장 진출 가능성을 모색했다고 12일 밝혔다. 대표단은 아일랜드 바이오 전문인력 교육기관 NIBRT, 아일랜드 투자발전청, 세계 의약품전시회인 독일 CPhI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NIBRT 협력 통해 국내 바이오제약부문 인력난 해소 기대

협회 원희목 회장을 비롯한 허경화 부회장·이홍주 글로벌팀장 등과 삼일제약 권태근 상무·유한양행 박남진 상무·일동제약 김명현 이사·종근당 이기수 본부장·휴온스 오태영 본부장으로 구성된 협회 대표단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NIBRT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보건산업진흥원 곽수진 책임연구원이 함께했다. 아일랜드 NIBRT와의 이번 미팅은 지난 9월 협회와 체결한 MOU 후속조치로, 전문인력 교육 등의 논의를 구체화하기 위해 이뤄졌다.

간담에서는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국내 제약바이오 부문의 전문인력 확보방안 등에 대한 협의가 진행됐다. 킬리안 오드리스콜 NIBRT 이사는 NIBRT의 강점에 대해 △해당 기업 요청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 구성 △실제 설비를 운영해볼 수 있는 경험 제공 △글로벌 제약사의 교육 수행 등을 꼽았다. 원 회장은 "NIBRT 협력을 받아 한국에 교육기관을 설립하면 동북아 지역 바이오 인력 양성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했고, 킬리안 이사는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CDMO 모델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 모색

협회 대표단은 또 아일랜드 투자발전청(IDA)과의 간담을 통해 아일랜드 시장에 진출할 경우 혜택과 현지 환경을 점검했다. 특히 아일랜드 현지에서의 위탁생산이 유럽·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는 국내 제약사들의 효과적인 사업모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간담회에서 토미 패닝 IDA 생명과학 부문 국장은 "아일랜드는 숙련된 직원에 기초한 높은 생산성·글로벌 선진 기준에 부합하는 생산기지·12.5%에 달하는 유럽 최저 수준의 법인세 혜택 등이 있다"며 한국 제약바이오기업의 적극적인 진출을 당부했다.

제조를 기반으로 한 숙련된 인력 공급·연구개발·다양한 인센티브를 이유로 글로벌 빅파마 대부분은 아일랜드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토미 패닝 국장은 그만큼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개발·생산) 모델이 글로벌 진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국의 바이오의약품 CDMO 전문기업인 우시 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는 현재 아일랜드 던달크 지역에 1차로 5만4000리터 규모 제약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바이오텍도 위탁생산에 초점을 두고 지난해 아일랜드 스워즈 지역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했었다.

대표단과 동행한 제약기업 관계자는 "우시의 실제 진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정부 기관과 학계·산업계가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진국은 차근차근 규모를 키웠지만 한국이 단계별로 올라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기존에 갖춰진 시설·인력을 한꺼번에 인수하는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은 이후 아일랜드를 선진화된 제약바이오 생산기지 허브로 만들기 위해 설립한 의약품 제조공정 교육·연구소(SSPC)와 우시 바이오로직스 현장을 방문해 아일랜드의 바이오산업 생태계 현장을 살폈다. 

협회 대표단은 주아일랜드 한국대사관의 초대로 여운기 대사와 만찬을 함께하며 한국과 아일랜드간 제약바이오산업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IDA 김태균 한국담당대표·보건산업진흥원 곽수진 책임연구원·SK바이오텍 관계자가 함께 했다.

원 회장은 "지난 달 29일 서울에서 가졌던 제약바이오기업 CEO 대상 간담회에서도 제약바이오산업의 지속 성장·발전을 위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화는 탈추격방식으로 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다"며 "그 과정으로 아일랜드의 제약바이오기업과 인력양성기관간 유기적 협업은 우리에게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아일랜드 투자는 북미·유럽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아시아가 주요 파트너로 부상하는 추세다. 한국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IDA 한국 담당 대표는 아일랜드에서의 전 일정을 함께하며 한국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 행보에 큰 관심을 보였다.

CPhI 현장서 국내 기업 글로벌 진출 격려

아일랜드 일정에 앞서 원 회장 등 협회 대표단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바이오제약 콘퍼런스 'CPhI 월드와이드 2019'를 참관해 행사에 참가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을 격려했다.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열린 CPhI에는 전 세계 150여개국에서 약 2500개 이상의 기업·약 4만명이 참여했다. 우리나라 기업도 64곳이 참가했다.

원 회장은 CPhI 참가 기업들의 부스를 돌아보며 글로벌 시장 진출 계획과 협회 지원이 필요한 부분 등을 청취했다. 원 회장은 "각 기업들이 CPhI 참여 목적과 글로벌 진출 성과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프랑크푸르트 무역관에서 KOTRA 지역본부장과 수석전문위원을 만나 한국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방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간담에서 KOTRA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봤다"며 "우리도 적극적인 민관 협력을 통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